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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Sep 21. 2020

집중력을 올리는 나만의 방법 part.1

시간을 확인하려는 건가 알림이 궁금한 건가

나는 욕심이 많다. 손이 느리고 태생이 게으른 나에게 끝없는 욕심은 늘 불행할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하고 싶은 게 많으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일의 능률을 올려야 하는데, 손은 느리고 능력은 부족하다. 능력 부족의 한계를 느끼면 좌절, 포기, 자책, 밑바닥, 구렁텅이, 암흑 등의 단어가 어울리는 흑화 된 나를 지하 100층에서 마주치게 된다. 문제는 지하에서 또 지상까지 끌어올리는데 에너지를 써야 하니 능률이 더 안 오른다는데 있다.


이제 막 24개월을 지난 막내와 5세, 8세 아이 셋을 키우는 전업 엄마가 읽고 쓰는 삶에서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보겠다고 꼼지락거리고 있는 중이다. 욕심도 많지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달력에 이것저것 표시를 해 두었더니 "이건 뭐야?"라며 남편이 묻는다. "음, 뭘 좀 배워보려고..." 자신 없이 얼버무렸더니, 만학도야? 공부가 취미야? 뭘 그렇게 또 해? 돌아오는 질문이 서너 개다. 다행히 이제 이런 말에 상처 받지 않고(남편도 상처 줄 의도는 아니다) 웃으면서 받아치는 내공이 생겼다. "응, 만학도야." 어이가 없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마누라가 하겠다는데.


부족한 시간을 생각하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차 잘못하면 가족들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없는 시간을 또 쪼개어보는 요즘이다.


Photo by Lukas Blazek on Unsplash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한동안 고민이 깊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요령을 터득해가고 있는 중이라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필요에 의해 깐 앱 하나 덕에 무심코 보내버리는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큰 아이가 두 발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게 되면서 이제 슬슬 둘째의 자전거 타기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요즘은 중고매매로도 좋은 물건들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당근 마켓을 이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사 전 후로 사용하다가 지워버렸던 앱을 다시 깔았다. 분명히 아이의 자전거를 알아보려고 깐 앱인데, 어느 순간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다른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는 나를 알아채고 화들짝 놀랐다.


건조기가 벌어준 시간으로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아직 글도 쓰지 않았고, 책도 다 못 읽었으며, 그림도 안 그는데 말이다. 따로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공부는 알아보지도 못했으면서 당근 마켓 구경이라니 미쳤지, 내가 미쳤어!




아마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멀리하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만 보면 스마트폰이 되게 잘못한 것 같지만 진짜 스마트폰이 나쁜 걸까? 손바닥 만한 기계가 주는 생활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결과적으로 얘가 나쁜 게 아니라 내가 잘못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어떻게 얘가 방해하지 않게 하면서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많이들 고민하는 문제일 거란 생각에 내가 찾은 몇 가지 해답을 나눠보려 한다.


핸드폰의 기본은 무음 모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다. 무언가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면 무음 모드로 두고 어떤 알림도 받지 않는다. 방해할 수 있는 외부 계기를 사전에 차단해 두는 것이다.


무음 모드는 집중에 들어갔을 경우 정말 도움이 된다. 전화도 문자도 카톡도 나를 부르지 못한다. 철저히 차단되어 집중할 수 있으니 의도한 바를 이룰 수 있다.

헌데 여기에 생각지 못한 단점이 있다. 나처럼 어린아이를 키운다면 보내고 있는 기관이나 학교에서 긴급한 연락이 오지 않을까 자꾸 신경 쓰게 된다. 근무 중인 사람이라면 긴급한 메시지를 놓치는 건 아닌지 신경 한 올이 찜찜하게 잡아당긴듯한 느낌을 계속 가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잠깐 시간만 보려다 핸드폰 알림판에 알림들이 주르륵 떠 있는 것을 보면 호기심이 일고 만다. 그 궁금함을 떨치지 못하면 집중하는데 의례 실패하기 마련이다.


힐끗 핸드폰을 쳐다보거나 떠있는 알람이 뭔지 궁금해하는 정도도 집중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까? 완전히 정신을 빼앗긴 것은 아니니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알람을 확인하는 데는 큰 대가가 따른다. 외부 계기는 우리를 계획된 일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작업을 수행하다가 방해를 받으면 그로 인해 낭비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작업 속도를 더 올리고 그 대가로 스트레스와 불만이 커진다.


휴대폰 알림이 왔을 때 반응하지 않는 것도 문자에 답장을 보내거나 전화를 받는 것만큼 주의를 분산시킨다고 나와 있다.

 <초집중> p.112


이 책의 저자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시계를 쓱 보면 딱 내게 필요한 것만 보였다."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스마트 폰처럼 아주 영특한 기계가 아닐지도 모른다.


Photo by Brad Neathery on Unsplash



얼마 전 스마트 워치를 하나 장만했다. 걷고 뛰는 운동을 할 때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 구입했는데 의외로 쓰임이 단순하면서도 좋은 점이 많았다. 물론 같은 스마트 워치도 나와 남편은 조금 다르게 사용하고 있으니 이 역시 오롯이 나의 경우에만 해당할지도 모르지만 참고가 될까 해서 남긴다.


핸드폰 무음 모드를 유지한 상태에서 전화 알림만 워치로 받는다.(카톡이나 문자 등의 다른 알람은 일체 막아버렸다.) 생각보다 전화는 많이 오지 않으니 자주 울리지 않아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고, 긴급한 전화(기관에서의 연락이나 이중주차 관련된 전화)는 놓치지 않으니 안심할 수 있다. 간단한 알림 설정과 타이머 기능이 있으니 시간을 확인해야 하는 일 이외에도 작업 시간 설정이나 기상 알람도 워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기상 알람 설정을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가 각종 카톡과 알림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몇십 분을 날려본 경험이 많은 나는 좋은 환경 설정이 된다.)


정해놓은 작업을 완료하고 쉬는 시간에 밀린 알림 창들을 확인한다. 필요한 답장은 남겨주고 해야 하는 추가적인 일이 있다면 그것까지 완료하고 알림 창을 깨끗이 비운다. 그리고 다음번 작업에 다시 몰입한다.


이렇게 집중하는 시간과 해결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생활하다 보면 시급을 다투는 문제가 아닌 경우(생각보다 이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한두 시간 이내로 모두 처리 가능하니 크게 문제 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나도 집중하려고 알람을 꺼봤는데 별 소용이 없던데... '하는 사람이 있는가? 진짜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처럼 오지도 않을 긴급 전화를 신경 쓰며 방해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리는 껐지만 화면 가득히 떠오르는 알림 창들을 보며 호기심을 누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소리만 끄고 화면은 곁에 보이게 두면서(시간을 확인한다는 이유 등으로) 힐끔힐끔 보며 스스로의 집중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쓰고 보니 나는 다 해당하는 경우였다. 그래도 청각 신호로 자극받을 때보다는 집중을 할 수 있어 그나마도 좋다고 했었는데, 아예 외부 방해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고 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꼭 한 번 되짚어보고 집중력을 올리는 시간을 확보길 바란다. 부디 그대를 방해하는 요소를 명확하게 알아채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성공하길...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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