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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Sep 22. 2020

어떤 독서를 하고 있습니까?

양극단의 독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오랜만에 과하게 운동을 했던 탓일까? 늘 매달려있는 아들 둘이 어린이집에 등원을 했던 여유로움에서 기인한 것일까? 피곤한 듯하지만 쉬이 잠들지 않는 밤. 곤히 잠든 아이들의 숨소리를 듣다가 결국 이불을 박차고 거실로 나왔다. '잠이 안 오면 책이나 읽자.'


망설일 시간도 없이 읽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시작하고 나면 몇 시간이고 볼 테세라 무섭기는 하지만, 우선은 잠이 올 때까지만 읽기로 다짐해 본다. 뭐든 읽고 있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니 활자 중독인지도 모르겠다.



Photo by Christin Hume on Unsplash



어렵지만 효용 있는 책을 읽고 싶다. vs 읽기 쉬운 책이라도 읽으면 땡큐지.


계획된 독서를 하는 편은 아니다. 각 분야별 책들을 주르륵 책장에 꽂아둔다. 읽을 수 있는 순간의 컨디션에 따라 손이 가는 책을 선택한다. 어떤 날은 이어서 어떤 날은 새로운 책. 이렇게 읽으면 무엇이든 읽고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행히 읽던 책을 이어 읽어도 웬만해선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의 독서가 넉 달째 이어져오고 있다. 작정을 하고 한 도서를 완독 할 때까지 읽는 것과 여러 권의 책을 내키는 대로 읽는 것은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독서는 꼭 이렇게만 해야 한다는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 사정이 되는대로 읽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쪽의 독서법이든 늘 아쉬운 점이 있다. 한 권을 완독 할 때까지 읽으면 빠져들기에 좋은 반면 흐름이 끊어지면 다시 이어가기가 많이 힘들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으면 계속해서 책을 접하긴 하지만 완독의 기쁨이랄까 성취감을 느끼기가 힘들다. 그만큼의 장점도 있겠지만 말이다.



조금 어렵지만 하고픈 이야기를 심혈을 기울여 쓰고 싶어.  vs 쓰기 쉬운 이야기를 매일 쓰는 것도 중요해.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볼 때까지 깊게 쓰고 고치고 다시 다듬는 것을 서너 시간씩 투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공을 들여 쓴다고 해서 더욱 좋은 결과를 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과하게 들어가니 매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현실에 타협하다 보니 하나의 글을 한 두 번 정도 교정을 보고(이러고도 매번 오타와 잘못된 문맥을 뒤늦게 발견한다) 발행을 한다. 이렇게 글을 쓰면 매번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남들도 하는 이야기를 별다를 것 없이 되풀이하는 느낌도 든다. 이러한 기분들이 쌓이면 새로울 게 없어 글을 쓴다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는 듯해지면서 밑바닥을 보이고 항복을 외쳐야만 할 것 같다. 다작으로 부족함을 매워보는 것이라며 자위를 해도 소용없기는 매한가지다.


Photo by Jason Strull on Unsplash


고민이 길어지면 답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면서 닥치는 대로 읽고 쓰고 있다. 그러다 해답 같은 구절에 사로잡혔다.


인생은 짧고 책은 많아요. 재미있는 책을 읽기에도 인생이 짧은데, 뜻 모를 책을 읽느라 '셀프 고문'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표현의 기술> p.135



당신은 푹 빠져드는 독서를 하고 있습니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유희'라는 단어가 어울릴법한 방향으로 읽어왔다고 생각했다. 질문에 당당히 예스! 를 외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나온 길은 갈지자가 몇 개나 그려져 있다. 읽어야 하는 책(누가 정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읽고 싶은 책(이라고 쓰고 책 좀 읽었다고 폼 잡고 싶어서), 책장에 꽂혀있으면 지적인 사람이 될 것 같은 책(엄청 두껍고 누구나 어렵다고 인정하는 하나도 이해가 안된 건 비밀인), 같이 읽는 사람들이 있으니 읽는 책(친구 따라 강남 가는 셈)... 등등. 이 중 즐겁게 푹 빠져서 기쁨을 만끽하며 읽은 책은 얼마나 될까?


유시민 작가는 한 예로 <제인 에어>를 언급한다.  나 역시 지금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는 같은 책을 몇 번이나 돌려 읽었다. 중학생이었던 당시에는 분명히 주인공에게 엄청난 감정 이입을 하면서 흠뻑 빠져 읽었다. 최근에 읽은 수많은 책 중에 그렇게 빠져서 읽고 다시 읽은 책이 있었던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늘 답은 돌고 돌아 초심에서부터 찾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도 나아가지 못해서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나는 어떤 책을 왜 읽는 것일까?


어린 시절에는 무엇을 배우려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귀하게 다가오는 것은 배움보다 느낌이었어요. 여러분도 '배우는 책 읽기'를 넘어 '느끼는 책 읽기'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넓고 싶고 섬세하게 느끼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자 텍스트로 타인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능력이 생길 겁니다. <표현의 기술> p. 169


어린 시절에는 현실 도피를 위해서 책을 읽었다. 그렇기에 느끼고 빠져들어 읽기를 했다. 지금은 무엇이든 배우려고 책을 읽는다. 배워서 내가 바뀌고 삶이 바뀌는 것이 책을 읽는 이유가 되었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독서의 순서가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직 내가 어려서이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활자 중독이라 배움의 독서도 즐겁게 하고 있다. 작가의 말을 들으니 지금의 나이에 걸맞은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느끼는 독서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독서와 글쓰기를 하며 느껴왔던 혼란을 잠재울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서평팀 동료들이 유난히 이번 달에 문학 작품에 도전하는 이유도 비슷한 것이었을까? 어떤 문학 작품으로 느끼고 빠져드는 독서를 해볼 것인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뒤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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