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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Sep 20. 2020

나도 모르게 공격

단호함 vs 공격적인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남들이 보기에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지 단호하고 얄짤없는 면이 있다.(쉽게 말하면 못돼먹은 성격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특성은 부모님 그늘에서 사는 동안 잘 보이지 않다가 세상에 나와보니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좀 더 강화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문제는 이러한 면이 나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주변에 어떤 식으로 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것을 나다운 면모라고 생각하고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남들에게 큰 영향을 주니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종종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Photo by Photos Hobby on Unsplash


이틀 전 질문지를 받고 쓴 글이 있다.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늘 민망하지만 당당해져 보련다) 글을 써온 지 이제 4개월 차. 새삼스럽게 질문지가 주는 메시지가 평소랑 달라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풀어보았다. 


평소 내가 쓰는 많은 문장들이 '이런 것 같아요.' '이런 것 아닐까요?'처럼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표현이 많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근 접한 글쓰기 책에서도 그런 문장은 읽기도 힘들고 생각의 전달이 명확하지 않으니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문장을 단호하게 마무리한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다듬어졌을까? 아니면 잘 포장해오던 나라는 사람이 일순 드러난 것일까? 의도치 않게 단호함이 독자를 향했나 보다. 


글을 읽고 스스로를 반성했다며 후회된다는 댓글을 읽는데 얼굴을 화끈거리고 글을 내리고픈 충동이 일었다. 늘 문제가 되어왔던 나의 무자비함이 글에서 드러난 것이 아닌지 뜨끔했다. 그날 밤, <표현의 기술>을 읽으며 발췌한 구절을 들춰보다 나도 모르게 멈칫하고 말았다.




단순히 나를 표현하려고 쓴 글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걸 읽고 생각이 달라지면 결과적으로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 <표현의 기술> p.12


내 글을 읽고 생각이 바뀌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여론이 바뀔 수도 있는 거라는 작가의 말에서 글을 쓰는 자의 책임감을 느꼈다. '이깟 글 몇 명이나 본다고...'라며 안일하게 생각한 것은 아녔을까? 작가의 말처럼 한 사람이라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썼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 주면 좋기는 하죠."
<표현의 기술> p.13 _ 작가 김훈의 말 중


어쩌면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읽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조회수가 올라가고 구독자가 늘어나길 원했다. 하지만 그만큼 글을 쓰는 자의 책임감이라는 무게 역시 대단히 무거웠다. 한편으로는 독자가 아주 천천히 늘어나는 것에 안도한 순간이 있기도 했다.


일전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에 관한 글을 쓰면서 뜨거운 감자를 건드리는 글을 써도 될까를 고민한 적이 있다. 그때 서평 리더님이 (정확한 딕션은 아니다) "우리가 유명한 기자나 저명한 작가도 아니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드러내는 것에 너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라고 조언해 주신 적이 있었다. 그때, '그래,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읽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인플루언서도 아니니 너무 부담 갖지 말자.'라며 다독이고 글을 마무리했었다. 책임감을 가지고 쓰는 것과 미흡하지만 의견을 피력해보는 것. 상충되는 방향은 아니지만 능숙하지 못한 작가는 매사 허술함을 드러내고 만다. 글을 쓰는 내내 당연히 해야 하는 고민이겠만 언제까지 흔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시작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자 하는 욕심이 버무려져 있어서 인 듯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아직 작가라는 타이틀이 부족한 글쓰기 연습생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모든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힐책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지 않음을 알아줬으면 싶다. 아직 미숙하여 혹시나 글 속에 보이는 화살이 있다면 그건 모두 작가 스스로를 향한 것임을 꼭 기억해 주시길...






<표현의 기술>을 읽는 중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강하고 단호하게 말하고 반론에 대한 의견 제시도 잊지 않고 한다. 꼭 마무리는 부드럽게 다 감싸 안으며 모든 것을 고려했음을 다독이고 이해시키는 힘이 있다. 

내가 쓰는 글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고 이러한 표현을 염두에 두고 따라 하다 보면 비슷하게 쓰는 날이 올까? 오늘의 글이 조금은 달라지는 시작이 되길 바라본다. 이런 글도 많이 쓰고 연습하면 쓸 수 있겠지. 늘 부족함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에 가끔은 좌절하지만 딛고 일어서 내일을 위해 다시 책을 읽고 도전할 수 있음에 스스로가 많이 단단해졌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대, 천만 구독자를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는가?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맞이할 그날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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