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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Sep 29. 2020

글을 쓰면서 독서법을 익히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독서법은 없다.


처음 매일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날이 생각난다. 시작을 자주 떠올리게 되는 건 이제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느껴서다. 어쩌면 정체성이란 아이가 좋은 자리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형태를 잡아갔으면 싶으니 매번 확인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오늘 읽은 <메모 독서법>도 나의 처음을 돌아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으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 좋다고도 한다. 뭐가 좋은지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일단 읽어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글을 써보라고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글 쓰는 근육이 생겨서 무슨 이야기든 쓸 수 있게 되니 자꾸만 써보라고 한다. 그래서 둘을 결합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독서가 좋은 것이야 두말하면 입 아픈 이야기이고, 이왕이면 매번 새로운 글감을 찾아 헤매지 말고 그날 읽은 것을 나누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쓰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잔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시작한 서평이다. 서평이 뭔지도 모르고(지금도 잘 모르지만) 독후감보다는 에세이, 일기에 가까운 글들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전해주는 잘한다는 칭찬에 안도하면서 글을 썼다. 이렇게만 쓰고 보니 과정이 아주 담백하게만 보인다. 지난 내 글을 읽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얼마나 처참하게 흔들렸고 수도 없이 고민하며 힘겹게 지나왔는지.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막상 그 시간을 통과해 이렇게 차 한 잔 마시며 노트북을 켜고 있으니 무탈하게만 흘러온 듯, 지금의 시간이 그냥 얻어진냥 착각을 하고 만다. 지난 흔적이 없었더라면 난 또 잊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글은 망각하는 나를 완전해질 수 있도록 보완해 줄 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다 시작한 글쓰기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글을 쓰면서 스쳐가 버리고 말았을 하루의 조각 중 일부가 남아 일상의 기록이 되었다. 육아 일기를 쓰지 않은 대신 글이 쌓여 아이들과 함께 한 엄마의 어느 날을 기억하게 해 준다. 거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소득도 있었다. 브런치의 글은 멀리 계시는 친정 엄마에게는 딸의 소소한 일상을 알려드리는 창구가 되었고, 한 집에 살면서도 몇 백번씩 불리는 '엄마' '아빠' 소리에 하다만 이야기가 산이 되어버린 부부에게 미처 못 내비친 속내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아! 오해의 여지가 있으니 조금 덧붙일 말이 있다. 서평을 쓰는 이유가 단지 글감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은 좋아했다. 다만 읽고 나서도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고, 읽은 책을 다시 읽는지도 모르는 상황도 종종 연출되고 보니 독서법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메모하거나 독서 노트를 만들면 이런 현상이 사라진다고 하던데 문제는 내가 기록하는 인간형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평생에 한 번도 1년 치 다이어리를 끝까지 채워본 적도 없고(고작해야 두세 달이 전부였을 것이다) 일기장을 한 권 다 채워본 적도 없다. 메모하거나 꾸준히 기록하는 것의 이점을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나처럼 손은 느리고 게으른 사람에게 메모, 기록은 많이 번거롭고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 중 하나였다. 그냥 읽으면서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메모 독서법의 5단계]


1단계 : 책에 매모

    - 밑줄을 친다.

    - 색을 달리하여 중요도를 분류한다.

    - 책의 여백에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2단계 : 독서 노트

    - 중요한 문장,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필사한다.

    - 떠오르는 생각과 질문을 적는다.

    - 독서 노트를 다시 읽는다.     

   

3단계 : 독서 마인드맵

    - 키워드를 뽑는다.

    - 범주화를 통해 계층형 목록을 만든다.

    - 색상이나 기호로 강조 표시한다.


4단계 : 글쓰기

    - 질문을 찾는다.

    - 핵심 문장을 쓴다.

    - 글의 설계도를 그린다.


5단계 : 메모 독서습관

    - 규칙적으로 읽는 습관을 들인다.

    - 독서 모임에 참여한다.

    - 완벽하게 쓰려고 하지 않는다.



Photo by MI PHAM on Unsplash


<메모 독서법>은 이런 단계를 거치며 책을 씹어먹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읽다 보니 이미 내가 하고 있는 것들도 있고 고민하고 있던 것을 해결할 방안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의 나는 책을 말갛게 보는 사람이었다. 책을 편 부분이 눌린 자국이 있는 것도 싫어해서 아주 많이 읽은 책이 아닌 경우, 읽었던 책인지 처음 보는 책인지도 구분이 안 갈 만큼 깨끗하게 유지했다. 저자의 말을 잠시 빌려보면 '깨끗하게 보고 깨끗하게 잊었다'. 그러다 막상 서평을 써보니 그렇게 읽어서는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밑줄 긋기였다.


처음에는 어느 부분에 밑줄을 그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 든 예시에도 밑줄을 긋고 지우지 못해 당황한 적도 많다. 그러다 조금씩 완독 한 책이 쌓이고 서평을 쓰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구절,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에 집중하기가 점점 되어가는 듯하다. 여전히 이 문장이 핵심문장인가를 고민하긴 하지만 정답을 찾기 위한 문제풀이가 아니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정도까지 성장했다. 간혹 밑줄 곁에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말들도 쓰고 '이 책이랑 같은 이야기를 하네.'라며 메모를 곁들이기도 한다.  


그렇게 다 읽은 책은 밑줄 그은 부분과 모서리를 접어둔 페이지를 중심으로 발췌독을 하면서 옮겨 적는다. 손글씨는 속도가 많이 느린 편이라 지금은 에버노트로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옮겨 적다 보면 정리도 되고 하고 싶었던 말이 다시 생각나기도 해서 발췌독을 하면서 서평을 쓰는 날도 많다.


지금의 나의 독서법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독서법이다. 저자의 권유처럼 단계를 밟아 정석으로 독서하지 않는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고 딱 그만큼만 더해서 책을 읽는다. 그래야 부담이 없어서 지속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독서법에서 느끼고 있는 한계는 책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가 머리에 잡히지 않는단 것이다. 원래도 요약정리가 약한 사람이라 그걸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저자가 권하는 독서 마인드맵이 좋을 듯해서 그려보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초집중>이 마인드맵을 그리기에 적당한 책이라 여겨져 다시 발췌독을 하면서 그리고 있는데, 책에 적힌 것처럼 쉽지가 않다. 보기에는 금방 뚝딱뚝딱 키워드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며칠째 마인드 맵으로 끙끙거리다 진도를 못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한 번은 완성을 해보리라 오늘도 조금 더 그렸다.


정해진 독서법도 그것을 기록하는 방법도 없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다. 책을 읽으면서는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지금 내가 잘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완성해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진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진리를 오늘도 깨닫는다. 


혹시 지금 자신의 독서법이 너무 부족하게 느끼고 있지는 않는가? 남들이 다 한다는 독서 노트도 만들지 않은 자신이 너무 모자란 듯해서 답답하지는 않은가? 내가 만난 멋진 리더(보고 있나요? 기뮨님?^^)가 이런 말을 했었다. 부족한 것만 보지 말고 하고 있는 것 중에 잘하는 것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오늘은 부족함보다 잘해온 나를 격려해주고 인정해주는 날이 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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