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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Sep 28. 2020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다는 것은

feat. 장진우 식당

같은 하늘 아래 장진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고, 그가 운영하는 식당이 경리단길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몇 년 전이다. 재테크 공부를 해야겠다며 부동산 강의를 들으러 갔더니 어딘지도 모르는 경리단길이 핫한 이유와 생겨난 배경을 알려주었다. 


서울에 올라온 지 5년 정도밖에 안 된 촌놈은 해방촌이 어디인지, 경리단길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해방촌과 경리단길 이야기를 하는데 이태원에서 핫한 그의 이야기가 왜 연결이 되는지도 모를 정도로 서울 지리는 까막눈일 때다.(지금도 그다지 사정이 나아지진 않았다는 건 비밀이다.)


들은 내용을 기억하는 대로 요약해보자면, 장진우라는 사람은 친한 사람들과 밥이 먹고 싶어서, 편하게 음식을 조리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식당이라서 간판도 없이 '식당'을 시작했다. 사람을 좋아한 데다 음식 솜씨가 꽤나 좋았던지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나 간판도 없는 그 집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에 이르렀다. 이름도 없는 식당에 찾아와서 줄 서주는 이들이 고마워 기다릴 수 있는 공간으로 옆에 커피숍을 차렸다. 밥 먹고 난 이들이 자리를 이어 술 한 잔을 나눌 수 있게 술집도 하나 곁에 마련했다. 음악을 좋아하니 작게 연주할 수 있는 공간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 함께 마련했다. 그렇게 그의 골목이 생겨났고, 그렇게 해방촌의 한 골목이 상권을 형성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은 조각 일부를 꺼내어보자면 그렇게 유동성을 만들어내면 어디서건 성공하는 상권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강의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그때 들은 이야기가 전부다 진실인지, 들은 것과 기억하는 것 사이에 오류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중에 몇 가지는 뚜렷한 사실인 듯하다. 잘 모르는 그에 대한 호기심을 이제는 풀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그의 책 <장진우 식당>를 펼쳐 들게 되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런 발상으로 상권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막연하지만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겠거니 했다. 책을 통해 만난 그는 예상대로 사람을 좋아하는, 아니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고작 책 한 권으로 그 사람을 다 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어보니 그의 성공을 단 하나로 요약할 수는 없겠다는 당연한 생각도 든다. 그 수많은 성공 이유 중에 단연 돋보이는 건 사람을 대하는 그의 모습인 듯하다.


저는 직원을 뽑을 때 가장 불안하고 겁먹은 사람 위조로 뽑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나갈 때도 많습니다. 어제 식구들이 사장 왜 자꾸 그런 애들만 뽑냐, 제대로 된 애 좀 뽑아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너희들도 그랬다고 하니 웃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너희들도 싫은 아이 내가 뽑지 않으면 평생 아무 곳에서도 뽑히지 않을 거라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중략)
사장으로서 나는 내가 거울이 된다는 걸 늘 생각한다. 나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 친구들은 자기 사장이 힘든 순간에도 한 번도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부정하거나 누굴 탓하거나 그렇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걸 보아왔다. 그래서 자기들을 꼭 지킬 거라는 믿음이 생긴 거다. 세상과 어색하던 친구들에게 속할 곳을 만들어줬다. 사람 받으며 일할 댸 사람은 변한다. <장진우 식당> p.56~60 중


그저 사람이 좋아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눌 공간이 있었으면 해서였어도 이 사람은 성공했겠다 싶은 매력이 있다. 하물며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영업장을 운영하면서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바보고 멍청이고 울보고 싸가지고 촌놈에다 찌질이들을 직원으로 뽑아서 세상에 속할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은 평범한 이가 가지는 나눔의 그릇이 아니지 않은가. 


그저 그런 마음으로 '나는 사람이 좋더라.' 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그는 인간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 그리고 자신을 투영하는 연민이 있는 것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본다.


Photo by GEORGE DESIPRIS on Unsplash


낮에 커피를 많이 마셨더니 잠이 안 와서 밀리의 서재를 마구 뒤졌다. 피곤에 절은 몸으로 인해 몽롱한 정신. 그럼에도 잠이 들지 않는 상태. 이런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 아까워서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찾았다. 이 책 저 책 배회하다가 발견한 책이 이렇게 좋을지 몰랐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오늘도 깨닫는다. 그저 깊게 공부하지 못한 그의 성공 스토리를 들을 수 있을까 했던 기대와는 달리 '사람'에 대한 생각거리가 잔뜩 있어 책장을 넘기는 게 즐겁다. 남은 분량도 손쉽게 읽되 생각은 깊을 듯하여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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