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누워서 봐도 좋아

다른 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by 로지

사실 오늘은 서평을 쓰려고 가닥을 잡아놓은 글이 있었다. 질문지는 보는 순간 '오늘은 답해야 해!'라며 글을 새로 쓴다.




어느새 다섯 번째 '한달서평'이다. 전문 작가도 아니고 평범하다는 말도 아까울 가정 주부가 읽고 쓰는 것으로 뭐가 얼마나 달라지겠냐 싶지만, 사람이라는 존재가 늘 그렇듯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심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다행히 이번에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변화가 찾아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행동이다. 물론 재미로, 흥미로우니까 읽는 책도 있지만 읽고 쓰겠다는 목적을 두고 하는 독서는 대부분 자신을 발전시키고 모르던 것들을 배우기 위해서일 확률이 높다. 나 역시 이 책에서는 무엇을 배웠는지 내 삶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지를 살피고 알아내는 것이 독서의 목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서평도 유익하게 정보를 나누는 모습을 갖춰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했다. 늘 혼잣말 같은 서평을 써내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별 볼일 없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목적 없는 시간 소모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면서도 그만둘 수 없어서,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아서 꾸역꾸역 매일 읽고 쓸 뿐이었다.




이번 달은 시작부터 당연하게 아이들과 함께했고 명절 연휴와 함께 한 달 최대 고비가 찾아왔다. 다시 보기 부끄러운 글들로 칸만 채우고 나니 정말이지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이런 식으로 계속할 거라면 다음번에는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서평이라는 걸 써보겠다고 찾아본 영상에서 고영성 작가 그랬다. 서평은 어떤 형식이 있는 게 아니라고. 그저 책을 읽고 연관된 어떤 글이건 쓰면 그게 서평이라고. 느낀 점을 써도 좋고 이렇게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써도 좋다고.

지금까지도 그 말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누구든 읽고 쓰길 바라는 마음에서 위로를 듬뿍 담은 말이겠거니 하고만 생각했다. 그랬기에 <메모 독서법>이나 <서평 글쓰기 특강> 같은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날로 읽고 쓰는 중'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서평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쨌거나 읽고 쓰는 것을 매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기 시작했다.

비겁하고 비루한 글도 매일 쓰다 보니 어느 사인가 내 생각이 되어 자리를 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독서도 쌓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보는 시야도 생기고 있다. 예전에 나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예전에 나는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그대로 읽어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마저도 제대로 못해 독서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느려도 변화는 일어난다는 교과서적인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남은 열흘에 엄청난 변화는 또 맛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한 달은 새로운 시야를 가진 나를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빛냈다. 그래서 또 다음 '한달'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비겁하게 때로는 부끄러움을 참으며 하루하루 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임을 새삼 다시 느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이렇게 나는 또 하나의 변화를 발견하고 성장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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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Zulmaury Saavedra on Unsplash


그런 의미로 '한달'은 정말 감사한 공간이다. 늘 계속할 수 있게 응원해주는 동료들과 이끌어주는 리더님. 소리 없이 방분해서 라이킷을 눌러주고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여서 이런 변화도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모두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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