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한달 서평' 라이브 애프터
어제 '한달 서평'의 라이브가 있었다. 영상을 다시 보기 민망할 정도로 과하게 기분이 좋아서 말이 많아지는 바람에 준비한 대본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질문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들어주신 분들께 미안하고 고마움을 담아 부족했던 답변을 보충해보려 한다.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세요?"
마음이 급해서 "진짜 하다 보면 시간이 생겨요~"라고 대답했다. 시간이 생긴다니. 이런 모호한 대답이 어디 있는가! 죄송하다. 다시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아이들을 케어하고 살림을 하면서 하루에 글 두 편을 쓰고, 그림 한 장을 그리고,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를 한 시간 정도, 틈틈이 경제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인 듯하다.
시간 관리도 사람마다 노하우가 다르다. 나도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을지 매번 고민한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노하우에도 엄청 관심이 많다. 해서 별 볼일 없는 저의 시간 관리도 궁금해하시는 것 같다.
데일리 리포트는 몇 년 뒤에
많은 그룹 인원을 관리하면서 자격증 공부까지 하고 있는 리더님은 데일리 리포트를 쓰고 있었다. 나도 따라 해 봤다. 허투루 쓰이는 시간을 찾아 알차게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몇 달을 해보니 생각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영유아 아이 셋과 하루 종일 함께 있는 전업 엄마는 시간을 무 자르듯 기록할 수가 없다. 분명 9시~ 10시 사이에 책을 읽고자 했지만 책은 한 페이지만 읽었고, 우는 아이 달래고, 응아 닦이고, 간식 챙겨주고, 우유 쏟은 걸 정리하면 한 시간이 지나간다. 이 시간을 '독서'라고 기록해야 할지 '육아'라고 기록해야 할지 애매하다.
10분 간격으로 표시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틈틈이 기록할 수 없으니 하루에 한두 번 몰아서 기록을 해야 하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책을 읽긴 했는데 1분쯤? 밥을 두 시간이나 먹은 건가?' 구분되지 않는 시간 때문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지금부터 30분 동안 엄마는 책을 읽을 거야. 타이머가 띠띠띠띠 울리기 전에는 엄마를 불러선 안돼. 알겠어?"
그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둘째가 "엄마~"라고 한다.
"엄마가 부르지 말랬지!"
"힝~ 나 엄마한테 할 말이 백천 개 있는데...."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주업은 '엄마'인 것을 자꾸만 잊고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산다. 그래서 바꿨다. 데일리 리포트는 나에게 가능한 일이 아녔음을 인정했다. 대신 하루에 할 일을 우선순위대로 정했다.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다
1. 글쓰기
2. 시황 확인
3. 그림 그리기(아이와 함께)
4. 자기 계발
5. 책 읽기
+ 시간 되면 찾아보기로 한 자료 찾아보기.
대충 이런 식이다. 이 순서는 매일 바뀌진 않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예를 들면 '한 달' 기간이 아닌 경우 글쓰기가 책 읽기와 순서가 바뀌는 정도로. 상황에 따라 뒷 순번의 리스트는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둔다.
이어서 각각 해야 하는 일에 소요되는 시간을 정한다. 에세이 쓰기 (30분). 서평 (1시간), 그림 그리기 (30분), 자기 계발(강의 20분, 자료 찾기 20분, 스스로 공부 20분), 책 읽기(30분) 이렇게 말이다.
우선순위가 글쓰기이긴 하지만 아침 먹은 정리를 끝내고 나서 30분까지 여유가 되지 않을 상황이면 자기 계발 강의를 먼저 듣는다. 그리고 다시 주어진 시간에 그다음 가능할만한 일을 한다.
글은 한 번에 완성하지 않는다
더불어 글을 한 번에 쓰려고 욕심부리지 않는다. 우선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괴발개발 마구 쓴다. 문법이 틀릴 수도 있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이 들어도 그냥 핵심 문장을 중심으로 써낸다. 다시 시간이 생기면 살을 붙이고 교정을 본다. 그렇게 계획한 일들을 하나씩 지워 나간다. 가끔은 시간이 부족해 교정을 제대로 못 볼 때도 있다. 그럴 땐 그냥 눈을 딱 감고 포기한다. 오늘만 완벽하게 쓰고 끝이 아니지 않은가.
각 잡고 앉아서 지금부터 한 시간을 글쓰기, 혹은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완성하기는 내게 말도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당연히 부족하고 비루한 글을 완성이라고 내놓을 때마다 고민이 된다. 하지만 고민은 짧게 실행을 빠르게 하는 것이 좋다. 부족한 것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매일 읽고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번에....)
Photo by Daniele Levis Pelusi on Unsplash
나 같은 전업 엄마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뒤섞인 삶을 산다. 나만 오롯이 쓸 수 있는 시간은 누구나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찾아보자. 회의를 기다리는 시간, 커피 물이 내려지는 시간, 컴퓨터 부팅을 기다리는 시간,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시간. (직장 생활 안 한지 8년이 넘어서 더 생각이 안 난다. 으~) 생각보다 틈틈이 주어지는 시간은 많다.
나의 경우 5분, 10분 주어지는 시간에 책을 읽는 건 몰입도가 낮아서 잘하지 않는다. 책은 그냥 애들이 안 자고 밤이 길어질 때, 내가 잠이 안 와서 밤이 길어질 때, 이상하게 일찍 깨서 시간이 생겼을 때, 이럴 때 30분 이상 읽는다. 대신 다른 일들은 좀 나누어서 해도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다. (사람마다 이렇게 나누어서 일을 해도 되는 것과 몰아서 해야 하는 것도 다를 거라 생각된다.)
숱하게 많이 겹치는 너와 나의 시간 속에서 잠시 나의 시간이 혼자 남을 때. 그때 할 수 있는 일을 소요 시간과 함께 미리 정해놓으면 하루를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이것이 소소한 나의 시간관리 팁이다. 길고 두서없는 글이지만 조금이라도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알찬 휴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