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콕맘 예민정 Nov 28. 2020

균형 잡기

[주간 민프로] 2020년 11월 넷째 주



다시 아이 셋과 함께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지난 몇 개월을 했던 일이지만 아니 그보다 먼저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것이 낯설면 안 되는 ‘전업맘’이지만 두근거렸다. 거리두기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욱 긴장감을 높였다. 나도 모르게 ‘망했다.’고 읊조렸다.


하루에 세 가지 글쓰기를 약속한 11월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달만 무사히 지나갔으면 했건만 간절함이 부족했는지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을 갈 때도 글쓰기는 버거웠다. 저질러 놓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잘 지낼 수 있을까?’


약속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계획한 공부를 못할 거라는 속상함. 정확히는 이런 마음들로부터 파생될 분노가 염려스러웠다. 몹쓸 부정적 감정들이 아이들을 공격하진 않을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간식거리와 쉽게 차릴 수 있는 찬거리를 잔뜩 쌓아두고 '그날'을 맞이했다. 긴장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하루가 무탈하게 지나갔다. 하루 세 끼에 간식 두 끼. 사이사이 군것질도 있었지만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엄마'를 찾는 아이들 소리를 기쁘게 들어줬다.


마음가짐이 달라졌을까? 다른 때에 비해 화내거나 짜증 내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상황이 신기했던지 큰 아이가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엄마, 오늘 내 생일이라서 화를 안 내는 거예요?”


엄마는 늘 화내는 사람이냐고 되물었더니, 그렇단다. 갑자기 엄마가 바뀐 것 같아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마음가짐 하나만 바꾸면 모든 게 변한다는 진리를 체득하는 중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안은 글을 쓸 수가 없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낮 동안은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했다. 다 같이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낮잠도 자고 TV도 봤다. 이런 모습에 안정감을 느낀 걸까? 아이들끼리 집중해서 노는 시간이 생겼다. 기대하지 않았던 책 읽는 시간도 생겼다. 빠르게 저녁 식사를 마무리하고 남편에게 아이들을 부탁하면서부터 글을 쓴다. 


며칠이 지났다. 이제는 글 세 편 쓰기도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일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Photo by Jon Flobrant on Unsplash




삼단 합체(아이 셋이 모두 집에 있는 일)가 된 첫날 마음코칭을 받았다. 큰 기대는 없었다. 신청 당시 코칭 받고 싶은 내용을 적으면서 '이게 답이 있겠어.' 했다.


상담 시간에 맞춰 간식거리를 챙겨두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아두어도 수시로 문 밖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온전히 상담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펑펑 울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풀어내지 못한 감정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저귀도 안 뗀 막내까지 포함해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이 주업인 '엄마'다. 돈도 안 되는 자기 계발에 매어 아이들을 방치하는 건 아닌지 늘 마음이 힘들었다. 뻔뻔한 척, 당당한 척 굴었지만 내색도 못하고 꽤나 힘들었나 보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꺼내놓다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말문이 막힐 만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상은 늘 화내는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말로만 하는 반성이 아니라 바뀌어야겠다는 절박함이 생겼다.


집안일이 익숙해진 것도, 식기세척기가 설거지를 대신해 주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첫날 코칭을 받으면서 마음을 어루만진 것도 의미 있었다. 그동안 쌓인 부정적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인정하고 나니 홀가분했다. 마음이 무겁지 않으니 여유가 생겼고, 덕분에 평화로운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인생엔 언제나 변수가 존재한다. 변수가 생길 거라는 사실을 미리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변수가 생기면 알맞게 대응하면 된다.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생기면 어떡하지 전전긍긍하며 살 이유가 없다. 


기울어진 축을 바로잡으며 사는 것이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정지된 상태에서는 균형을 맞출 수가 없다. 한쪽으로 치우치더라도 다시 균형을 잡으면 된다는 진리를 잊고 자꾸만 균형점에 서있기만을 바라왔던 건 아닌지. 


흔히들 인생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한다. 자전거를 타듯 중심을 잡으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배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엄마'가 되었다. 조금 비틀거려도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반대쪽으로 조금만 힘을 주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