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콕맘 예민정 Apr 19. 2020

소통의 달인이 되고싶다면

지금이 기회다

집에서 빵을 만들기 시작한 건 밀가루를 사랑하는 남편과 빵순이 첫째 때문이었다. '빵을 글로 배웠어요.' 버전으로 집에서 처음 만들었던 날, 빵처럼 생긴 돌을 마주했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버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밀가루 10kg정도를 그저 버리는 빵만 만들다가 '빵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했었다. 이번 생엔 내 손으로 만드는 빵은 없구나 했었는데 이사를 하고 가까운 곳에 쿠킹스튜디오가 있는 것을 보고 셋째 태교 겸 가족을 위해 돈을 주고 배우기 시작했다.


Photo by Theme Photos on Unsplash



이후로 우리집은 주말 풍경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두번 정도는 날을 잡아 온 가족이 빵을 만든다. 아이들은 테이블 한켠에서 밀가루 반죽으로 오감놀이를 한다. 제법 손끝이 야무진 첫째는 엄마와 비슷하게 빵을 만들어낸다. 남편과 나는 일주일치 식빵을 만들거나 케잌을 굽는다. 사먹는 빵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사용되는 재료의 질과 알 수 없는 첨가물 때문에라도 왠만하면 빵과 케잌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제는 가족들도 빵집보다 엄마표가 훨씬 익숙해졌다.


아이들 개학연기로 인해 평일에는 쿠킹클래스를 갈 수가 없다. 쉬고 싶은 주말이지만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수업을 다녀왔다. 오늘은 글로 배워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베이글 만들기를 했다. 왜 실패했는지, 어떤 원리로 베이글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배우며 만들었다. 완성된 빵을 보니 피로도 잠시 잊게된다.


비루한 사진 실력이 모두 담아내지 못한 오늘의 빵



가족들의 먹거리를 건강하게 바꾸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베이킹이다. 지금은 수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들의 반응에 더욱 신이 나서 배우는 것 같기도 하다. 문을 열기가 바쁘게 "엄마, 오늘 빵 만들어왔어요?" 하는 아이들의 소리.


"이야~ 빛깔이 다르네!"


"음~ 맛있다. 빵집 빵은 이런 맛이 안나!"


"내가 더 많이 먹을거야!"


"엄마 요리는 최고!"


"고생했어. 힘들었겠다."




참고로 나는 케잌도 빵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오로지 가족들 먹거리 때문에 배우는 거라면 2년 넘게 수업을 꾸준히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이 나를 계속해서 쿠킹스튜디오로 향하게 하는지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아, 나는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이 모습이 보고싶었구나.'




전염병으로 인해 요즘의 우리는 직접대면보다 온라인상의 만남이 많아졌다. 특히나 나의 경우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대부분의 사람들과 글로 소통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내 글을 읽은 이들의 댓글을 읽는다. 대화의 방식이 읽고 쓰는 방식으로 일정부분 변화된 것이다.  


댓글은 어떻게 달아주는 것이 좋을까? '좋았다.' '감동적이다.'는 댓글로는 상대에게 나의 진심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댓글을 달때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 

최근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글을 보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쓰신 글을 보고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댓글을 받았다. 그들이 진지하게 내 글을 읽어주셨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준 그들에게 머리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말한 적 있듯 나는 공감능력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었다.(이다라고 쓰고보니 변하는 중인 것을 너무 인정하지 않은 듯해서 과거형으로 바꿨다.) 나름대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던진 농담이었는데 분위기가 싸해지기도 했고, 엉뚱한 말에 집중하는 바람에 나만 동떨어진 대화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쳇말로 '맥커터'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공감하고 동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왜 늘 겉돌고 마는 걸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에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나의 의도와 늘 다르게 전달되는 말이 무서워 말을 안하는 선택을 하기도 했었다.


언제까지고 이물질처럼 사람들 사이를 겉돌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아이들을 키우면 엄마들 모임이 많아진다. 괜시레 아이가 엄마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보물지도에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낼 줄 아는 사람이 된다'가 있을 정도였다.


공감능력은 경청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좀 더 주의깊게 들을 수있을까? 무엇에 얼마나 더 집중해야할까? 늘 공감하는 것에 집중하며 대화를 하기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꽤나 피곤한 일이 되기도 했었다.


Photo by Brooke Cagle on Unsplash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사람들과 온라인상으로 마주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실시간 반응을 보여야하는 대면상태보다 온라인 상의 만남은 반응하는데에 생각할 시간을 좀 더 가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염병이 내게 시간을 벌어준 기분이었다. 서툴지만 진지하게 읽고 충실히 댓글을 달려고 노력했다.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진심으로 공감했음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


최근 '한달서평'이 끝나면서 감사한 피드백을 받았다. 내가 남긴 댓글들이 따뜻했다는 답변이 꽤나 있었다. 혼자 남몰래 눈물을 흘렸었다. 나도 노력하면 바뀔 수 있구나. 희망이 보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도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데에 내 글을 쓰는 만큼의 에너지가 들어간다. 단체 카톡방에서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 하지 말아야하는지 고민을 수도 없이 한다. 끓어오르는 흥이 주체가 안되서 밷어놓고 후회하는 순간도 종종 있다. 컨디션이 안좋거나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모르겠을 때는 카톡방을 켜놓고 손을 덜덜 떠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함께하는 이들이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어 아직까지 상처받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조금씩 더 많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려고 시도해 볼 수도 있었다.


직접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힘든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상대가 나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이는 상황을 많이 경험하고나면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혹시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의 전염병 상황이 가져온 변화된 환경을 이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을까?'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혹시 내가 놓친 상대의 속마음은 없는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글로 만나다보면 조금 힘들어도 다시 대인관계가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대인관계에서 삐걱거림으로 힘들었던 내가 직접 겪어보고 하는 말이니 속는 셈치고 믿어봐도 좋다. 표현 방식의 다름이 있었을 뿐 당신의 진심은 어떻게든 전달될 수 있다. 다만 조금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지금 용기를 내어 마음을 전달해보길 바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