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콕맘 예민정 Apr 20. 2020

잘 먹고 잘 자야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삶

혼자서 운동을 일 년이 넘게 해왔다. 그 모습을 내내 지켜보기만 하던 남편이 어느 날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둘이 함께 달리거나 근육 운동을 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지난 토요일. 왠지 조금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공원을 향했다. 몸이 무거운 느낌이 드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 달리다 보면 나아지겠지 했다. 그 안일한 생각이 깨어지는 데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당신, 달리는 모습이 이상해. 어디 아퍼?"


달릴 때 과정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느껴진 그대로를 서술해보자면.

'달리기를 시작한다. 처음 한 발 내딛을 때는 흉내만 내는 움직임 만으로 가능하다. 한 두걸음 내딛으며 점점 예열이 되고 몸에 시동이 걸린다. 부르릉~ 소리가 나면서 근육들이 힘을 내기 시작한다. 근섬유 하나하나가 있는 힘껏 최대 출력을 내어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보통 이런 과정을 거쳐 5km를 달린다. 하지만 이 날은 달릴 수가 없었다. 몸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 옛날 기억 속에  부르릉~ 부르릉~ 소리만 나다 시동이 걸리지 않고 틱! 꺼져버리는 고물차같았다. 이날은 시동걸기 시도만 5km 내내 하고 돌아왔다. 힘이 전혀 전달되지 않은 채 허우적거리는 몸짓으로 달리기를 했다. 시험삼아 걸어본 남편의 걸음걸이보다 늦은 속도였던 건 비밀로 하자. 발을 땅에서 띄우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어디가 아픈 건 아닐까? 이름모를 희귀병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돌아보니 하루 종일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전날 과하게 마신 커피로 늦게 잠들었다. 카페인의 영향으로 숙면을 취하지도 못했다. 아침은 숭늉에 된장찌개로 밥을 대신했고(물론 반찬까지 잘 챙겨먹었지만 밥은 아니였다.) 점심은 남편이 끓여준 짜파게티로 대충 때웠다. 저녁은 모처럼 튀김파티를 하자며 새우튀김과 치킨을 튀겨 먹었다. 열량이 높아서인지 밥 생각이 없었다. 결국 (내 기준) 간식같은 끼니로 하루를 채운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의 기본을 가볍게 생각한다. '한끼 정도야' '내일 좀 더 많이 자면되지 뭐' 혹시 지금 이런 생각으로 점심을 대충 때우려고 하지는 않는가?


Photo by Brooke Lark on Unsplash


친정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너를 가지고 뭘 얼마나 잘못했길래 저리 생기다 만 건지... 다시 뱃 속에 넣어 만들어 주고 싶다.'

자라는 내내 툭 하면 넘어지고 삐끗하면 앓아 누웠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대학교 졸업식날. 주차장 계단에서 굴러 전신에 타박상을 입고 며칠을 몸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성인이 되었지만 몸을 잘 가누는 편이 아니였다. 그닥 건강한 체질이 아님을 잊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마구 밤을 새고 술을 마셨다. 살을 뺀다며 끼니를 대충 때웠다.

그 결과 아이를 낳고 기르는 내내 남편이 고생을 했다. 당췌 쓸 데가 없는 몸으로 어떻게 아이를 셋이나 낳고 기르는 중인지 궁금하다면 신랑에게 물어보면 된다. 혼자 1.5명의 몫을 했으니.(이 글도 읽을 지 모르겠다.)


좋게 말하면 예민한 몸이고 톡까놓고 말하면 쓸려면 공을 많이 들여야하는 몸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상이 조금만 틀어져도 바로 신호가 온다. '너 덜 잤어!' '제대로 먹어!' '지금은 쉬어야지!'

장점이라면 나의 이런 신호가 가족 모두의 바로미터이기에 철저할 만큼 가족들은 기본에 충실히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꼬박꼬박 끼니를 챙겨먹어야하고 다양한 반찬이 식탁에 올라간다. 누구든 골고루 먹어야하고 편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최소한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부족한 수면은 며칠내로 충분히 보충한다. 주기적으로 햇볕을 보고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상이 망가진다.


지금 건강하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기본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조금 덜 자도 몇 끼 잘 챙겨먹지 않아도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표시가 나지 않을 뿐 이미 끓는 점을 향해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 중임을 잊지 말라. 어느 날 끓는 점을 넘겨버리면 돌이키기 쉽지 않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 혹시 끼니를 대충 때우고 있지는 않는가? 커피를 과하게 마시면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지는 않는가? 운동과 산책 등 몸을 움직여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가?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부디 바로 잡기를 바란다. 당신이 살아갈 인생을 통틀어 지금이 가장 젊을 때다. 부디 간과하지 말고 지금의 젊음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소통의 달인이 되고싶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