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기는 어려워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인터넷을 열면 부자 되는 방법, 부의 증식과 같은 제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부자=돈을 많이 버는 사람 이렇게 생각한다. 돈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벌어 본 적이 없어서 장담을 못하긴 하지만, 정말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부자가 될까?
부자 :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 (출처:표준국어대사전)
아주 단순한 정의인 듯 보이지만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많아'라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대체 얼마나 있어야 우리는 재물이 많다고 느낄까? (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많으니 생략하겠다.)
오로지 남편의 노동소득에만 의존하다 보니 언제 가계경제가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험에 대비를 해야만 했다. 더 많이 벌기가 쉽지 않다면 잘 모으고 잘 지키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 나의 경제공부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첫 번째 미션은 남편의 몇 달치 월급을 비상금으로 모으기. 생각보다 모으는 돈의 무게는 무거웠다. 계획대로 돈을 모으는 건 예상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돈에 눈이 달렸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거다. 돈이 모일 기미가 보이면 기가 막히게 쓸 일이 생겼다. 차가 고장이 나거나(멀쩡하던 창문이 안 내려가고, 운전석 시트가 움직이지 않는다.) 벌금이 날아온다. 예기치 않게 씀씀이가 커지는 일들도 종종 생겨난다. 그저 누군가의 건강이 문제가 되어 쓰이는 돈이 아님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이 전부였다. 모이는 돈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다. 굴러서 커질만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정도의 돈이 모이면 그 보다 조금 더 많이 써야 하는 일이 꼭 생긴다.
자그마치 3년. 그렇게 모으다 실패한 돈들이 제대로만 모였어도 몇 달치 남편의 월급은 모았을 거다. 결국 조금이라도 여유를 찾고 마음 편하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고자 했던 꿈은 저 멀리 어딘가에 아직 꿈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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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언제나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과정이었다. 경제적 분석은 우연한 이벤트에 합리적 의미를 부여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의 성패는 개인에겐 부와 빈곤을, 기업에는 성장과 도태를,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번영과 쇠락을 판가름한다.
(중략)
코로나 19는 생명의 문제이자 부와 가난의 문제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금처럼 확실히 예견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2020년 후반기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코로나 투자 전쟁> 서문 중.
2020년 3월 19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가 1457. 2300을 바라보던 주가는 코로나 19로 인해 끝없이 추락했고, 이제 더 이상의 희망은 없는 것처럼 사람들의 '이제 끝났어'를 외치며 희망을 찾기 어려운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신용으로 주식을 하던 사람들은 반대매매로 원치 않은 손절을 해야 했고, 쏟아지는 손절 물량이 시장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바이러스가 종식된 것도 아니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온 것도 아니지만 거짓말처럼 그날을 기점으로 주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1500, 1600, 1700 사람들은 희망을 말하기 시작했고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말이 들린다. 외국인이 던지는 삼성전자 주식을 개인들은 깡그리 사들이면서 주가를 떠받쳤다. 마이너스 유가라는 초유의 사태에 사람들은 유가 etf, etn으로 몰려들었다.
코로나 19로 시작된 블랙스완은 우리 주변에서는 무슨 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걸까?
<코로나 투자 전쟁>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흐름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경제, 돈(유동성), 주가, 무역, 부동산, 유가, 금... 이 모든 것이 이번 바이러스 출현으로 인해 변화를 맞이했다. 운이 좋다면 변화의 길목에서 지키고 서있다가 부를 증식하는 기회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기록의 의미에서 나의 투자를 잠시 돌아보자. (적어둔 메모를 옮기는 수준이니 양해를 먼저 구한다.)
2월 말. 한참 주가가 떨어지는 시기에 유가 레버리지, 천연가스 레버리지, 삼성전자 매수. 그전에 사두었던 S&P500인버스는 수익 실현.(조금 이른 수익실현이었지만 예상했던 수익 이상을 보았다).
당시 써놓았던 메모를 보면 "대충 하락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많이 들린다. 4~5월부터 실제 상승장으로 이어지는지 보고 나서 진입하라는 조언이 있지만, 쉽게 동의가 안된다. 최저점을 알 수 없으니 하락의 시작이라면 무릎에서부터 사서 발목까지 계속 사고... 다시 무릎 지나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이건 순전히 멘털의 문제이다. 그러니 지금 들어가자." 이렇게 적혀있다.
결과적으로는 맞는 선택이었다. 그때부터 주가는 더 빠졌고 머지않아 회복을 했으니 말이다.
3월 초. WTI폭락으로 유가 레버리지는 추가 매수. 천연가스는 그 사이 조금 올라 익절.
3월 중순. 블랙먼데이 이후로 최대 낙폭을 보이는 미국 주가. 그 틈에 금 선물과 그동안 눈여겨보았던 삼성 SDI 매수. 로봇 관련 ETF가 좋은 가격선까지 내려와서 매수.
전 세계가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20일 코스피, 코스닥 모두 큰 폭으로 상승.
3월 중순을 지나면서 반토막이 났던 계좌는 -20% 정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메모에 보면 "반등으로 계좌 손실이 조금 만회되기는 했으나 당분간은 추가 매수 없이 지켜보다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면 수익실현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다."라고 되어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주식시장이 상승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인가, 일시적 반등 후 폭락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던 시기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조언하는 것이 하나 있다. 투자는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고. 그냥 주가가 빠졌으니 돈을 더 넣고 더 넣고 하는 건 자긴 위안을 위한 물타기에 불과하다고. 상승으로 이어질지 다시 대폭락이 올 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시기였다. 그렇다고 잃을지도 모르는 배팅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썼다.
당시 작성한 시나리오를 옮겨보면 "만약 여기에서 50% 이상 하락하게 되면(7월 이후에도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3분기 실적까지 계속 악화일로이면) 내가 예상하는 기준선이 무너졌을 때부터는 추가 매수를 한다."라고 되어있다.
아직까지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3분기 실적에도 곧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이 시나리오는 아직까지 살아있다.
4월이 되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동성 공급, 회사채 매입 등의 카드가 나오면서 금은 1711달러로 최고점을 돌파했다. 가지고 있던 금 선물은 모두 수익 실현에 들어간다. 유가 레버리지는 괴리율로 인해 위험성이 더욱 커져서 손절.
4월 말. S&P지수는 2900포인트를 넘겼다. 이미 목표 수익률에 도달했기에 S&P지수 ETF는 수익실현을 한다.
6월. 작년 말 카타르 선박 수주 예상을 보고 매수했던 삼성중공업은 반토막에서부터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카타르 관련 호재가 보도되면서 주가는 상승했으나 추가적으로 오를 이슈가 보이지 않아 단기 고점으로 판단. 손절. 이 후로의 주가 상승은 내 몫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동국제약, 삼성 SDI 수익실현.
투자 초보가 이 정도 했으면 나쁘지 않게 투자를 한 셈이다. 나는 전업 투자자도 아니고 오랫동안 투자를 해 온 사람도 아니다. 그동안 나름 공을 들였다고는 하나 민망해서 어디다 말하고 다닐 수준도 아니다. 그래서 년 평균 수익률이 8%만 돼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다. (세금은... 아직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오해의 여지가 있어서 조금 덧붙이자면 코로나가 발병하기 전에 매수했다가 털털 털리고 손해 본 종목들도 있다. 다만 폭락의 최고점에서 덜덜 떨며 팔지 않고 눈 딱 감고 버티다가 90% 이상 회복해서 손절했다는 것이 다르다. 돈은 잃었지만 상처는 받지 않았다. 공부를 먼저 시작하고 투자를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누가 그러더라. "천만 원이 있으면 천만 원을 다 넣었어야지. 그랬으면 대체 수익이 얼마야? "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전체 자산 대비 수익을 생각하면 애들 간식값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돈이다. 전체 자산 100 중에 주식에 20퍼센트를 발을 담그고 있고, 그걸로 8%의 수익을 노린다. 전체 자산이 10억이라 쳐도 일 년에 1600만 원이다. 월 수익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130만 원 수준이다. 우리 다섯 식구 밥값 정도밖에 안 된다.(정말 잘 먹는 편이다.)
문제는 전체 자산이 10억이 아니고, 그중 부동산에 묶인 자산을 제외하면 결과적으로 월 수익이 애들 용돈 수준에 미친다는 거다. 그런데 말이다. 그럼 뭐 어떤가? 집에서 돈 한 푼 못 벌던 주부가 만 원이라도 수익을 보고 있지 않는가? 만원도 열 번 하면 십만 원이고 백번 하면 백만 원이다.
중요한 건 삶이 무너지거나 좌지우지되지 않는 선에서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이만큼이니 이만큼만 하는 거다. 일 년을 해보고 조금 더 감당이 되겠으면 조금 더 늘리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코로나 투자 전쟁>은 어떻게 보면 어렵고 어떻게 보면 쉬운 책이다. 말하듯 설명해 주는 전문가들의 필력이 놀라울 뿐이다. 못 알아듣는 건 나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이고. 처음에 책을 들었을 때는 투자 전쟁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전쟁에 승리하는 법이라도 알려줄 거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한 단락을 읽을 때마다 '그래서 결론은??' 하게 되는 내 모습과 만났다. '어떻게 하라는 거지? 그래서 삼성전자를 사라는 거야 지금이라도 팔라는 거야?' 찾아가서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
책을 덮고 열흘이 지났다. 그 간 증시는 또 한 번 출렁였고, 경제 무식자의 시각으로는 해석을 꿈꿀 수 없는 장세가 이어졌다. 어제는 부동산 규제 발표로 집값마저 출렁일 기미가 보인다. 세상이 온통 지뢰밭인 느낌이다. 여차 잘못 발을 디디면 그간 (먹을 건 다 먹었지만...) 안 입고 안 사면서 모은 돈마저 다 흩뿌려질지도 모르겠다는 무서움에 등골이 오싹하다.
투자=주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돈이 어디에 모이는지 알아야 돈을 벌 수도, 뜰채로 뜰 수도, 삥을 뜯을 수도 있을 것이 아닌가. 분명한 것은 돈의 흐름을 살피는 것은 중요하고 그 방향성을 보이는 지표 중 하나인(후행인지 선행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가는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영원히 남의 집에 살 생각이 아니라면 집값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보고 있어야 한다.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첫째의 꿈을 언젠가는 이루어줘야 할 것이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이 있다. 다시 읽지 않았지만 책 내용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소화가 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 돈의 방향이 이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으니 예민하게 보고 있으라는 이야기였구나. 흐름이 이렇게 이어진다면 돈은 여기서 고이겠구나. 돈을 푸는 정부가 바라는 방향과 돈이 실제로 움직이는 방향이 이렇게 다르구나. 그래서 또 다른 카드가 나올 가능성을 사람들은 보고 있는 거구나. 결국 주가를 올리는 것도 사람들의 마음이구나.
영민하게 돈이 흘러갈 길목을 지키고 서서 부자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다만 모두가 떠난 곳에 홀로 서서 다들 어디 갔지? 하지는 않도록 노력은 해야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또 하나의 책을 조금씩 소화시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