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드실 예정이신가요?

저녁 메뉴를 정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주세요

by 로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책상 위에는 냉기를 뺀 당근, 오이, 방울토마토, 데친 브로콜리가 함께 하고 있다. 살을 빼겠다는 의미의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 상태를 조금 더 좋게 만들려는 의식적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그중 섭식과 관련된 사항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아침에 눈 뜨면 공복에 물 한 잔 마시기. 식사의 처음은 야채와 과일로 시작하기, 가능하면 밀가루, 튀김은 먹지 않기. 배달음식,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않기. 정도가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일 책을 읽겠다고도 하고 글을 쓰겠다고도 한다. 아침잠 많은 사람이 미라클 모닝도 꾸역꾸역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거기에 생활 습관마저 바꾸는 건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지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혹자는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안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그냥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이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면 읽으시는 분들은 공감을 해 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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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교적 솔직한 몸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몸이 아프기 전엔 일종의 신호가 온다. 다만 그냥 무시한 덕에 몸이 무너지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문제이다.

어릴 때 그러니까 손 잡고 아장아장 걸을 만큼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시장을 지나다가 딸기를 보고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더란다. 당시는 하우스 딸기가 엄청 비쌀 초봄. 조금만 흔해지면 사 먹자며 엄마는 나를 달랬고, 그날 밤 나는 아팠다. 결국 약값에 병원비에 딸기값까지를 치르고서야 이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이와 유사한 에피소드는 셀 수 없이 많으니 그건 생략하자.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이다.' 이 말만큼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컨디션이 많이 달라진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하면 건강한 먹거리로 정말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챙겨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게 쉽지가 않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됐고, 아이들이 연일 함께 있었다. 하루에 밥 세 끼 거기다 간식까지 해먹이려니 오로지 내 힘으로 만들어내는 음식만으로는 버거웠다. 최근에는 약간의 무기력이 찾아오면서 끼니를 챙겨 먹는 게 조금 귀찮아졌다. 인스턴트, 반조리 식품이 식탁에 올라오는 빈도가 높아졌다. 거의 없던 외식도 잦아졌고,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생겨났다.


몸이 무거워졌다. 살이 찐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이다. 에너지가 충만하지 않은 느낌이고, 자꾸만 고열량 음식에 더욱 손이 갔다. 순환의 고리 어딘가가 고장 나면서 모든 사이클이 미세하게 어그러지고 있었다. 힘들더라도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다잡을 필요를 느꼈다.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고 보니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매번 차리기가 쉽지 않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지금은 입맛이 애들 수준으로 순화되었지만), 고기는 꼭 양념이 되지 않아야 하고 치즈나 계란으로 영양분을 거의 공급받는 첫째. 밀가루라면 사죽을 못쓰는 둘째. 뭐든 잘 먹지만 한번 수틀리면 입도 뻥긋 않는 막내까지.

비슷한 면이 있는 것도 같지만 각자의 입맛이 뚜렷이 다르다. 나와 남편은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라고 치더라도 왜 아이들은 비슷하지 않은 걸까?


https://youtu.be/vMJumbhfQ-k


여기에 덧붙이자면 <영양의 비밀>에는 동물을 관찰한 실험 예시가 나온다. 제일 먼저 양들에게 영양분 가치가 별로 없는 밀집을 먹여 에너지 부족을 유도해 둔다. 이후 한 무리의 양들에게는 사과 맛 밀짚을, 다른 무리의 양들에게는 단풍나무 시럽 맛 밀집을 먹인 다음, 양에게 물을 장기로 직접 경구 투여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보충이 전혀 안 된 것이다.)

둘째 날, 전날 사과 맛 밀짚을 먹인 양에게는 단풍나무 시럽 맛 밀집을, 단풍나무 시럽 맛 밀짚을 먹인 양에게는 사과맛 밀집을 먹인 후 모든 양에게 에너지를 경구 투여했다.

이런 과정을 며칠 되풀이하고 나서 양들에게 자유롭게 선택해서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결과적으로 양들은 에너지 투여에 해당하는 맛 밀짚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쉽게 말하면 사과 맛 밀집을 먹고 에너지를 주입받은 양은 사과 맛 밀짚을 선호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선조들은 나이와 생리적 상태, 환경적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양학적 필요를 충족하는 적절한 선택으로 나름의 식단을 만들어 왔다. <영양의 비밀> p. 179


물론 사람이 동물과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비슷하게 유추해 볼 수 있지는 않을까?


나는 더워지고 기력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삼계탕이나 갈비탕을 준비한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손님이 있는 시기가 되면 소고기를 평소보다 더 찾는 편이고 심하게 힘들 때에는 선짓국을 찾아 나선다. 야채 섭취가 뜸했다 싶으면 나물 반찬을 만들고 계절 과일도 가끔씩 사다 둔다. 지금처럼 영양의 불균형이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면 야채를 잔뜩 식탁에 깔아 두고 의식적 챙겨 먹기도 한다.


영양 상태가 부적절해지면 동물(사람 포함)은 낯선 것을 먹어 본다. 익숙한 음식을 피하고 새로운 음식에서 만족을 찾는 것이다. <영양의 비밀> p.117


주방을 책임지고부터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점심은 뭐 먹지? 저녁은 뭐 먹지?" 요즘은 도움을 구할 곳이 늘었다. 첫째도 메뉴 선정에 한몫을 한다. 오늘도 점심 메뉴는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정할 테고, 저녁 메뉴는 남편에게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메뉴를 정하기 쉽지 않아서 했던 행동이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활성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내 몸의 반응밖에 없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 아닌가.



"무엇이 먹고 싶다는 것은 그 영양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친정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고, 나 역시 동감하는 말이기도 하다. 모두가 함께 먹는 저녁식사이니 만큼 모두가 필요로 하는 음식이 골고루 갖춰진 식탁을 차리려면 각자의 의견을 꼭 물어봐야 하겠다.


여러분도 오늘은 꼭 저녁에 뭐가 먹고 싶은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식사를 책임지는 엄마 또는 배우자에게 전화를 하시라. 메뉴 고민도 덜어드리고 본인의 영양도 챙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1석2조는 없을 듯하다.


그래서....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드실 예정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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