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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Jun 21. 2020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

다이어트의 목적은 건강함을 되찾는 것입니다

<절제의 성공학> 저자 미즈노 남보쿠는 어려서 술과 도박을 하며 매일 싸움을 했습니다. 열여덟이 되던 해 도둑질로 감옥에 가게 되면서 감옥 안의 사람들은 밖에서 보았던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자신의 인생이 궁금했던 남보쿠는 관상가를 찾아갑니다. 

"1년 안에 칼에 맞아 죽은 상(相)이니, 이 길로 속히 절에 가서 출가하기를 청하시오."

말을 듣자마자 남보쿠는 가까운 절을 찾아가 출가를 청했습니다. 그러나 절의 주지스님은 스님이 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니 앞으로 1년 동안 보리와 흰 콩으로만 식사를 하고 다시 오라고 합니다.


남보쿠는 정말 스님의 말대로 살았습니다. 바닷가에서 짐꾼으로 힘들게 살면서도 보리와 흰 콩만을 먹고 술도 끊었습니다. 1년을 무사히 넘기고 절로 향하던 그는 죽음을 예언했던 관상가를 찾아갔습니다. 남보쿠를 알아본 관상가는 크게 놀랍니다.

"완전히 상(相)이 바뀌었군요. 어디서 큰 덕을 쌓았고, 아니면 사람의 목숨을 구했소?"

"생명을 구한 일은 없지만, 스님의 말씀 따라 보리와 흰 콩만 먹고 1년을 살았습니다."

"식사를 절제한 것이 큰 음덕을 쌓았구려. 그것이 당신을 구했소!"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잠시나마 식단의 단순화를 꿈꾸기도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가족들과 함께 일주일치 식단을 정한다. 모두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되, 즐겨먹고 편하게 먹는 음식을 위주로 작성한다. 그리고 한 달 동안 그 식단을 계속 반복하는 거다. 이는 몇 가지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주부의 인생 최대 고민인 '뭐 먹지?'를 해결해 준다.

두 번째, 장보기가 단순화된다.

세 번째, 허투루 쓰이는 식비 지출이 없다.

네 번째, 음식이 단순화되면서 몸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섯 번째, 먹는 것을 단순화함으로써 섭식과 관련해 소비되는 많은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좋아 보이는 것이 이렇게 많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Photo by Tijana Drndarski on Unsplash



팔리 모왓은 <잊혀진 미래>에서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다 겪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보급품이 떨어져 차와 돼지기름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비쩍 마른 사슴을 잡아먹고 연명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길어지자 설사, 권태감, 의욕 상실 등에 시달리며 점점 단백질 중독으로 보이는 증세가 심해졌다. 그때 친구 프란츠는 돼지기름 반 파운드를 꺼내 프라이팬에 녹이고는 그 기름을 마시라고 명령했다. 군침을 삼키며 기름을 마신 다음 날 아침, 그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생각만 해도 너무 느끼해서 속이 울렁거리지만 말이다.


아이젠슈타인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코코넛 오일이 건강에 이롭다는 글을 읽고 그는 고품질 코코넛 오일을 구입했다. 처음 섭취했을 때는 몸이 무척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매일 조금씩 먹다 보니 오래지 않아 그 기름을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도 코코넛 오일에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첫째가 이유식을 끝내고 일반식으로 넘어가던 무렵이었다. 아이가 처음 접하는 기름이니 만큼 고심해서 코코넛 오일을 구입했다. 처음 코코넛 오일로 볶았던 볶음밥은 정말 맛있었다. 다른 기름과는 완전히 다른 풍미에 빠져 코코넛 오일을 거의 모든 음식에 사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코코넛 오일 통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종류의 기름을 사용하는 건 괜찮았지만 유독 코코넛 오일은 냄새도 맡기가 싫었다.


이 사례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군침이 돈다는 것은 내 몸이 필요로 하고 있다는 뜻이고, 울렁거리고 배척하고 싶다는 것은 내 몸이 이제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몸에 좋은 음식을 다양하게 먹고 그 음식 맛에 대한 기호의 변화 같은 여러 가지 감각에 유념하면 의식적인 식습관을 기를 수 있다. 나는 음식을 적게 먹거나 여러 음식을 절제해서 먹을 때 내가 몸에 필요한 영양소와 관련한 피드백을 더 잘 의식할 수 있고, 맛도 훨씬 좋게 느껴진다.
<영양의 비밀> p. 273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 한때 유행하던 운동기구의 광고 카피다. 어린 시절에는 그냥 비쩍 마른 몸매를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날씬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원한다. 뚱뚱하고 건강한 몸은 본 적이 없다. 그럼 건강하게 날씬한 몸은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걸까?


<영양의 비밀>은 적절히 먹고, 과식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 앞서 우리는 몸이 말하는 소리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충분히 먹었어.'라고 하는 신호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는 전제가 하나 붙는다. 합성감미료, 인공향료 등으로 몸이 알아챌 수 있는 신호 체계에 혼란을 주는 물질의 섭취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https://youtu.be/t65Zl6WlZ0I




식사량에 관한 연구 하나를 살펴보자. 사람들에게 수프를 한 그릇씩 나눠주고 언제 그만 먹을 것인지 물었더니, 81퍼센트는 그릇이 반쯤 비었을 때라고 대답했다. 더 이상 허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라고 대답한 사람은 19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먹은 만큼 계속 채워지는 그릇에 수프를 먹는 사람은 그냥 평범한 그릇이 주어진 사람보다 73퍼센트를 더 먹었다. 그들에게 배가 부르지 않냐고 물었더니 "반 그릇밖에 안 먹었는데 어떻게 배가 불러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시각적 신호가 식사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한 그룹의 사람들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테이블을 치우지 않았고, 다른 한 그룹은 중간중간 테이블을 치웠다. 시각적으로 먹은 양을 확인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눈 셈이다. 실험 결과는 자신이 발라낸 뼈가 쌓이는 것이 눈에 보였던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27퍼센트를 적게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살펴본 연구 사례로 우리는 식사량과 시각적 신호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이를 식탁에도 적절히 적용할 방법은 없을까? 프레드 프로벤자 교수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샐러드와 채소는 식탁 위에 풍성히 차려두고 고에너지 음식들은 적당한 양만 식탁에 올려볼 것을 권한다. (조리대에 남은 고에너지 음식이 있다는 것을 가족들이 알지 못하게 하는 건 필수인지 선택사항인지 물어보고 싶다.)



Photo by Lee Myungseong on Unsplash


프랑스 여성들이 그토록 고에너지 애피타이저와 메인 코스와 맛있는 디저트까지 먹는데도 비만이 적은 이유는 몸의 영양학적 지혜 즉, 언제 그만 먹어야 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처럼 언제 그만먹어야 하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려면 합성감미료, 인공향료를 섭취하지 않는 것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여보자면. 간혹 적정량의 밥 한 공기를 다 먹었는데도 포만감을 느끼기보다는 더 먹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가 있다. 김치찌개처럼 자극적이면서 감칠맛이 극대화된 식단으로 차려진 밥상은 저절로 '한 공기 더'를 외치게 만든다. 이때 나만의 팁은 잠시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주부라면 다른 가족들의 반찬을 챙긴다던지, 지저분해진 식탁을 중간에 정리를 한다던지 할 수 있겠다. 아이가 어리다면 물을 가져다주거나 후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대신해도 좋다. 적정량의 음식을 섭취한 상태라면 잠시 자리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게 느껴졌던 기분이 사라지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한 그릇 더'가 아니라 '한 숟가락만 더'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고, 운이 좋다면 배부르니 그만 먹자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과식이 좋지 않은 습관임을 잘 안다. 그럼에도 자꾸만 과식을 하는 이유가 뭘까? 운동을 하지 않아 몸에 근육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닌가?(위가 일정량 이상 팽창하지 못하도록 근육이 잡아줘야 한다.) 인공향, 인공맛이 많이 첨가된 인공식품을 주로 먹어서 많이 먹었지만 영양 부족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건강하고 날씬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불가능하게 했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안을 찾는 것 기본이다. 물론 균형 잡힌 식단을 적절히 먹는 것만으로 완전한 건강함을 되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다음의 영상에서 보듯 자연식에 가까운 식사를 하게 되면 우리 몸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준다.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 것이다.


https://youtu.be/5USAJHQk3Kc



다이어트를 이야기하면서 식습관 개선을 언급하면 자연스럽게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가 좋아요? 단백질만 먹어요? 원푸드 다이어트는 뭘 먹는게 좋아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사람들은 어떤 방법이 쉽게 살을 빼는 방법인지를 궁금해한다. <영양의 비밀>을 참고해서 조언하자면 실험 결과 사람마다 비만을 줄이는 법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만인에게 통하는 한 가지 다이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무조건 적용할 수 있는 절대 반지같은 다이어트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무엇만 먹고 무엇만 안 먹을지를 생각하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기준은 과연 지금 내 몸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에 있다. 충분히 익힌 후 수확한 향이 풍부한 토마토? 다양한 목초를 선택해서 먹은 소고기? 마당에서 풀어 키운 닭이 낳은 신선한 달걀? 무엇이 되었건 지금 당신을 가장 군침돌게 만드는 그것이 정답이란 것을 잊지 말자.


끝으로 당부하고 것은 '알약 하나로 모든 영양소를 공급받는 것'으로 찾을 수 있는 건강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당신의 눈앞에는 무엇이 놓여있는가? 감각을 자극하는 피자인가, 오감을 즐겁게 하는 샐러드인가? 부디 눈과 코를 포함한 몸 전체가 행복감에 젖어들 수 있는 음식이 놓여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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