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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Jun 22. 2020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 2탄

많이 움직이고 적게 드세요

오늘도 운동을 못했다.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 애매하긴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조금 밀린 것은 사실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명상을 준비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정신없이 동동거리는 때에는 하루 10분이라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명상을 끝내면 책을 읽는다. 사실 명상 이후의 시간은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가령 아이들이 일찍 깬다거나, 식사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거나 등등) 내가 정해놓은 오늘 할 일 리스트는 그렇게 이어진다. 스스로 정한 시간이나 분량만큼의 독서가 끝나면 글을 쓴다. 때로는 글이 잘 풀려서 1시간 남짓, 어떤 날은 세 시간여를 붙들고서야 결과물을 만날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원래 해오던 일들이다. 


집안일, 끼니 챙기기, 장보기 등등의 주부가 해야 하는 일을 폭풍처럼 몰아서 하고 나면 후반전은 아이의 유튜브와 관련된 시간이다. 촬영을 하는 날도 있고, 편집을 하는 날도 있다. 틈틈이 아이와 같이 다른 유튜브를 보면서 연구도 해야 한다. 시간이 꽤나 많이 드는 작업이다.

문제는 새롭게 생긴 일 덕에 저녁 시간이 불꽃 튀게 바빠졌다는 거다. 낮시간에는 정말 꼭 해야만 하는 일들만 해 놓으니 집안 곳곳이 눈 돌리면 할 일이다. 늘 시간은 빠듯하다. 없는 짬이라도 내어 뭐든 해야 된다. 이때부터 온통 정신이 산만하다. 머리는 계속 영상, 편집에 사로잡혀있고 몸은 바쁘다. 어찌어찌 저녁까지 먹고 설거지를 끝내면 이미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 다 되어간다.



Photo by Filip Mroz on Unsplash


이렇게 지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운동을 안 한 지는 꼬박 열흘이 흘렀다. 몸은 말을 한다. 지금 당장 움직이라고! 책이고 글이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움직임이라고.


나는 원래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평생을 운동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흔 넘어 진짜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할 만큼 아프고 나니 그제야 스스로 운동을 시작했다. 오래된 습관은 방심한 틈을 타 나를 다시 잡아먹었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오늘 스케줄 상 운동은 또 못할 수도 있겠다.' 하고 있다. 다른 해야 할 일들 뒤에 운동을 미뤄두는 일은 아주 쉽다. 그냥 생각만 하면 된다. 이거 끝나면 해야지!



운동하면 살이 빠지나요?


운동을 한다고 하면 다들 살을 빼기 위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질까?

영국의 학자들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남녀를 대상으로 회당 500cal가 소모되는 운동을 주 5회씩 12주간 시켜보았다. 그 결과 평균 3.6kg의 체중이 빠지긴 했지만 개인차가 심해 12.5kg이 빠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1.8kg이 찐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앉아서 일하는 과체중의 성이 200명을 모집해 다분히 공격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처방했다. 주당 5~6시간 운동을 시켰는데, 단 식생활은 바꾸지 못하게 했다. 1년 뒤 남성은 평균 1.7kg, 여성은 1.1kg 빠졌다. 그러나 거의 모든 참가자는 여전히 과체중 혹은 비만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운동을 그렇게나 열심히 많이 했는데 왜 살이 찌고 비만을 벗어나지 못할까?



적게 먹어야 하는 이유


영양실조와 굶주림은 인간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다. (중략) 결국 우리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해 소화하도록 하는 유전자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서 살아남아 종을 보존할 수 있게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후손인 것이다. <진화의 배신>


<진화의 배신>에 따르면 인류는 많은 시간을 굶주림의 위협에 시달려왔다. 비만이 문제가 된 시기는 전체 역사로 봤을 때 너무도 짧은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의 몸은 아직도 굶주림에 대비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다. 그러니 먹으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에너지를 잘 보존하는 쪽으로 몸은 반응을 하는 것이다. 많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본능의 짓인지도 모를 일이다.


살찌는 건 순간인데, 살 빼는 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가? 명절 연휴를 전 후로 매일 조금씩만 더 먹어도 몸무게는 순식간에 늘어난다. 그에 반해 일주일을 작정을 하고 어제보다 적게 먹기를 하고 있지만 체중계는 고장이라도 난 건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왜 먹으면 금방 찌는데, 적게 먹는 건 빠지는 것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이에 리 골드먼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살이 빠지면서 필요한 열량도 줄어든다. 인체는 체중의 1% 감소할 때마다 20cal를 덜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살이 빠질 때 마다 더 먹는 양을 줄여야만 한다.

둘째, 체중이 감소할 때, 얼마나 살이 쪘는지에 상관없이 입맛을 돋우는 서로 다른 호르몬과 분자의 분비가 상승한다. 이런 물질의 분비는 한번 높아지면 그 수준에서 몇 년 동안 지속된다. 쉽게 말하자면 살이 빠질 기미가 보이기만 해도 필요 열량과 상관없이 배고픔을 더욱 많이 느낀다는 것이다.


(이제 이해가 된다. 내가 어제보다 0.5kg의 체중이 줄었지만 움직이지 않아도 계속 배고픔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배고픔은 살이 빠진다는 신호인 셈이다. 이 허기짐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매번 운동을 미루는 이유


적게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았다. 그럼 이제 왜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아야겠지만, 그전에 왜 매번 우선순위에서 운동을 미루고 마는지도 궁금해졌다.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게을러서이다. 이는 조금 더 편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기 싫고, 어렵고, 힘드니 자꾸 미루는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처방은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운동을 하는 것이다. 모든 일과를 운동을 하고 난 후에 시작하는 것으로 하면 좋다. 안타깝게도 나는 몇 번의 시도 끝에 오전 운동이 몸에 무리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오전엔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가 적당했다. 



단순히 야외에서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자연의 혜택을 온전히 수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현대의 기술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심장 모니터를 떼고 헤드폰을 벗어야 한다. 전화기는 집에 놔두고, 달리기 속도를 잴 필요도 없다. 그저 자연의 존재를 경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영양의 비밀> p.297


책을 읽다가 이 구절을 만났을 때, 어쩌면 매번 운동이 제일 뒤로 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운동이 필요해서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뛰고 싶어 졌다. 그래서 달렸다. 달리다 보니 얼마나 달렸는지,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어플을 깔고 기록을 확인했다. 폐가 터질 듯이 달렸지만 기록이 저조한 날도 있고, 어떤 날은 똑같이 힘들었던 것 같지만 기록이 좋았다. 점점 기록에 연연하게 되었고, 헤드폰을 끼고 달리기 비트의 음악을 들으며 정신없이 뛰었다. 기록 경신의 꿈을 가진 선수도 아니면서 말이다. 무엇을 위해 나는 달리고 있었던 것일까?


매일 운동을 한지 대략 600일이 지났다. 이토록 슬럼프 같지 않은 휴식기가 찾아올지는 몰랐다. 같이 운동을 하던 남편이 한동안 아팠고, 일이 힘들어지면서 덩달아 쉬고 있는 중이기는 하다. 집에서 운동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뒤로 미뤄버린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돌아보니 함께 운동하면서 느꼈던 즐거움이 없으니 하기 싫었던 마음과 기록에 연연하면서 피곤함을 느낀 것이 합쳐지며 맞이한 자발적 휴식기였던 것 같다. 

자연의 존재를 경험하는 것의 충만함을 느낀다 생각하고 움직임의 희열에 다시 집중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글을 쓰고 바로 운동부터 해야겠다. 오늘부터 다시 1일이다.


운동과 단식은 몸의 균형과 건강을 개선한다. 근력 운동과 함께 8주 동안 '제한적 단식', 즉 하루에 8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은 근육량을 유지한 상태에서 체지방이 줄어 근지구력과 최대 근력이 개선되었다. <영양의 비밀>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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