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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Jun 23. 2020

성공하려면 먹지 말라고?

절제 vs 적절함

최소한 7시간, 가능한 한 8시간의 수면시간은 확보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하고자 하는 일이 많을수록 수면은 더욱 챙겨야겠기에 가능하면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10시 이전에 잠드는 건 너무 어려웠다. 6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생각하면 수면은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한동안 8시간과 7시간의 수면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아, 오늘도 8시간을 못 채웠어.' 푸념을 하고 있으니 듣고 있던 남편이 마인드를 바꿔보라 권한다. '7시간 이상은 잤네. 눈이 떠져서 일어났으니 그걸로 충분했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좋지 않겠느냐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부족한 잠은 낮잠으로 보충하면 된다고 생각해보라고.


'물이 절반이나 남았네 vs 물을 반이나 쏟았어'의 차이를 많이 들어왔다. 알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이라는 책 제목도 있듯이, 이 또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Photo by Gregory Pappas on Unsplash


건강을 지키고자 약속한 것 중에 적절한 섭식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너무 과하게 먹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혹은 배가 고플 때 먹는다. 밀가루, 튀김, 인스턴트, 배달음식은 삼가고 지나친 당류의 섭취도 제한한다. 얼핏 보기에는 '음, 건강해지겠네.' 싶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문제는 시작점에서부터 영양의 불균형이 이미 이루어진 상태라는데 있다. 나의 경우 탄수화물의 섭취량이 지극히 많다. 밥을 좋아하고, 밥을 꼭 먹어야 하고, 밥을 한 끼도 안 먹는 날은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탄수화물에 중독되어 있다. 거기다 평소 지방이나 단백질의 섭취량이 많은 편이 아니다 보니 조금만 소홀해지면 금방 에너지가 떨어진다. 다른 에너지원의 공급을 염두에 두지 않고 탄수화물의 섭취를 갑자기 줄여버리면 몸은 에너지원을 찾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어제 지인의 건강 관련 강의가 있었다. 가장 이상적인 섭식은 소모 칼로리가 섭취 칼로리보다 약간 많은 상태라고 한다. 연예인도 아니고 평범하게 아이 키우는 엄마가 얼마나 먹었는지, 얼마나 소모했는지를 하루 종일 계산하고 있을 수 있을까?(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최소한 나는 아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먹지 않을 것들을 정하고 나니 조금 더 건강한 먹거리들이 식탁에 많이 올라온다. 채소반찬 가짓수가 늘어났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의 비중이 높아졌다. 과하게 튀긴 음식보다는 적당량의 버터와 올리브유를 섭취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정말 적정량의 영양소를 모두 섭취하고 있는 중일까? 내 몸은 충분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것일까?




월드스타 비가 '닌자 어쌔신'을 찍을 당시 체지방량 0%에 육박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 극한의 식단 조절과 운동을 하면서 소개했던 책이 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433619


최근 <돈의 속성>을 출간한 김승호 작가도 단 하나의 책만 추천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기회가 닿아 다시 읽어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다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야. 그런데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지?'


책의 시작에는 저자의 당부가 적혀있다. "내가 부족한 점이 많아서 간혹 잘못된 논리도 있겠지만, 부분적인 것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 세 번 읽고 책을 평가해 주었으면 합니다." 아직 두 번밖에 안 읽어서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듯 하니  그저 스친 몇 가지 생각만 남기고자 한다.


책은 전반에 걸쳐 절제를 하고 소식하기를 권한다. 저자는 단명할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운을 바꾸기 위해 1년 동안 보리와 콩만 먹으며 험난한 바닷가 생활을 했다. 그로 인해 운명이 바뀌었고,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되었다. 일본의 대사상가로 칭송받으며 노년에 아주 큰 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끝까지 보리 1홉 반, 술 1홉, 반찬은 1탕 1채의 간소한 식사를 하였다고 전해진다.


수년간 사람들에게 이를 가르치고,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확인 또한 많이 해보았습니다. 1년 뒤에 틀림없이 큰 화를 입어야 될 사람도 식사를 절제하면 반드시 화를 모면했으며, 오히려 뜻하지 않은 좋은 일까지 생겼습니다. (중략) 잘살고 못 사는 것,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 등은 물론, 성공이나 출세 등도 모두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그 시작이며 끝입니다.
<절제의 성공학> p.148


미즈노 남보쿠는 1757년에 태어나 75세에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뭔가 놓친 것 같다는 느낌의 실마리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살아보지 않았으니 확신할 순 없지만 당시에는 가공식품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테다. 작물의 비이상적 재배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을 테고(지금처럼 화학비료를 마구 쓰기엔 당시에는 비료값이 더 비싸게 들었으리라) 유통과정의 편의를 위해 설익은 토마토를 상자에 담아 보내지는 동안 익히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먹거리에는 충분한 영양분이 들어있었을 것이고, 인공감미료에 미각을 잃지도 않았을 때리라. 


https://youtu.be/FPJzRMY1A7k


영상의 10분 즈음에 희석효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오렌지 주스 한 컵에는 일정 양의 비타민 C와 영양소가 들어있다. 원래 영양소 100이었던 주스에 물 한 컵을 부으면 영양소는 동일한데 주스의 양만 두 배로 늘어나 영양소 50으로 희석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을 많이 주고 성장을 촉진하는 비료를 뿌린 작물들은 예전과 다르게 맛도 영양소도 희석된 상태인 셈이다.



Photo by Elena Mozhvilo on Unsplash


이제 이해가 된다. 절제와 소식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절제하고 소식하되, 몸을 적절히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영양분은 충분히 공급이 되어야 한다. 소식이 좋다고 해서 너무 적게 먹어버리면 영양소 결핍에 놓일 위험이 있다. 과식과 과욕을 경계하는 의미의 절제임을 전제에 놓고 책을 읽었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적절함의 기준을 잡아 다시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 어떻게 하면 충분히 영양분을 공급받으면서 절제가 가능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문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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