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 창업의 절반은 사람이 결정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네 가지 '없음'에서 시작한다.
무전(無錢) — 자본이 없고, 무인(無人) — 조직이 없고, 무경험(無經驗) — 관습이 없고, 무인지(無認知) — 브랜드가 없다.
무엇부터 먼저 채울지는 창업자마다 다르다. 그런데 이 중 하나만 먼저 채워야 한다면, 나는 팀이라고 말하고 싶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팀은 사업 아이템보다 더 중요한 지표다. 투자자들이 특히 그렇게 본다. 왜일까.
아이디어는 시장에서 PMF(Product-Market Fit)를 찾기 전까지 가설에 불과하다. 시장이 원하는지, 고객이 돈을 낼 의향이 있는지,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지 — 검증되기 전까지는 사업이 아니라 가설이다.
PMF를 찾았다 해도 실패할 확률은 여전히 높다. 시장은 변하고, 경쟁자는 나타나고, 자금은 바닥난다. 그 순간들을 버티고 돌파하는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람이다.
투자자들이 "아이디어보다 팀을 본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 번째 아이디어가 틀렸을 때 피벗할 수 있는지, 위기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지, 각자의 역할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바꿀 수 있지만, 팀은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하다고 잘 맞는 건 아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친한 친구나 오래 알고 지낸 지인과 함께 시작한다. 친밀함은 초기 신뢰를 만들어주고, 역할 구분 없이 함께 움직이는 태도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직원과 달리 공동창업자는 그 일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에너지 자체가 다르다.
다만 친밀함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순간도 있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지분 이야기를 미루거나, 역할과 책임을 흐릿하게 둔 채 달려온 팀은 나중에 더 힘든 상황을 맞게 된다. 사업이 어려울 때가 아니라, 잘 될 때 오히려 더 크게 흔들리는 경우도 많다.
지분, 역할, 의사결정 — 이 대화는 불편하더라도 초반에 해두는 게 맞다. 사업이 커질수록 그 대화는 점점 어려워진다.
어떻게 뽑을 것인가
초기 스타트업의 채용은 대기업과 다르다. 스펙과 경력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
실행력. 계획을 세우는 사람보다 직접 움직이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호함을 견디는 능력. 스타트업은 늘 불확실하다. 명확한 지시와 안정된 환경을 원하는 사람은 초기 팀과 잘 맞지 않는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의 문제다.
문화 핏. 실력이 뛰어나도 팀의 방식과 맞지 않으면 결국 조직 전체가 흔들린다. 초기일수록 한 사람의 영향이 크다.
이런 사람을 찾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파운더처럼 생각하는 팀원은 꼭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은 급여와 불확실한 환경에서 그런 사람을 설득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많은 초기 창업팀이 부트캠프, 창업 프로그램, 스타트업 서밋 같은 현장에서 팀원을 만난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가치관을 맞춰가기가 훨씬 수월하다. 좋은 사람을 찾고 싶다면, 그들이 모이는 자리에 먼저 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초기 팀빌딩에서 기억할 게 하나 있다면, "친한가"보다 "잘 맞는가"를 보는 것이다.
잘 맞는다는 건 성격이 맞는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팀에 필요한 역할과 이 사업의 방향에 맞는 사람인가를 뜻한다.
초기 창업팀이 커버해야 할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Builder — 제품을 만드는 사람
Seller — 시장을 개척하고 고객을 만나는 사람
Operator —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
세 명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두 명이 나눠 맡아도 된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 팀에 어떤 역할이 비어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팀원을 볼 때 가장 먼저 할 질문은 결국 하나다.
나와 잘 맞는가가 아니라, 이 역할과 이 창업에 잘 맞는가.
아이디어는 시장이 검증한다.
전략은 경쟁이 바꾼다.
팀은, 창업자가 선택한다.
무전, 무인, 무경험, 무인지, 이 네 가지가 없을때 가장 앞에서 팀을 먼저 채워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머지 셋은 팀이 있으면 채울 수 있지만, 팀이 없으면 아무것도 채우기 어렵다.
누구와 시작할 것인가. 이 질문이 창업의 절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