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사람도 있고,
아직 소식조차 전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오랜만에 연락할 핑계가 생겨서 좋기도 하면서도,
오랜만에 연락을 했을 때에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고 긴장되는 마음도 있어서,
계속 미루게 되는 것도 있는 듯 하다.
여름에는 너무 더우니, 날이 조금 시원해지면 보자고 약속을 미루었다.
9월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다가 결국 감기에 걸렸다.
드레스를 보러 간 날, 이상하게 피곤하고 코와 목이 건조했다.
다음 날 부터 남편이 감기 기운이 있더니, 주말 내내 남편은 앓았다.
나는 별문제 없이 일정들을 소화했는데,
남편이 감기가 낫고 나니 이제는 내가 감기에 걸렸다.
이틀만에 털고 일어난 남편과 다르게, 나는 일주일이 넘게 감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꼭 소화해야하는 일정들은 정신줄을 부여잡고 다녀왔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일정을 바꿀 수 없는, 꼭 지금 다녀와야 하는 일정들이었다.
결혼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루었던 것들을 이제는 진짜 정해야한다.
예식장에 체크리스트도 넘겨야 하고, 꽃다발도 주문해야한다.
이 와중에 연락을 미룬 사람들에게도 소식을 전해야하고,
거기에 이미 잡아놓은 약속은 어떻게 해야할지
결혼식을 핑계로 다른 일들은 조금 신경을 덜 쓰고 살았다.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너무 안일한가 싶기도 하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싶기도 하다.
이래서 결혼식을 안하고 싶었던 건데,
또 덕분에 주변에 결혼 소식을 알릴 수 있게 되었으니,
좋기도 하면서, 안좋기도 하면서 그렇다.
누구는 즐기라고, 또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는데
감기 걸려서 골골거리니깐 이런거 저런거 다 내팽개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