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NEWS "결혼식 꼭 해야해?" 노웨딩 점점 번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esQ-FSFd_dw
SBS NEWS '스드메 가격 공개' 시작해도 호구 당하고 있는 예비부부들 근황
https://www.youtube.com/watch?v=2fjSKG3ytKo
나도 결혼식은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별로 결혼식에 대한 로망 같은 것도 없었고, 예쁜 옷 입고 공주놀이 하는데에도 흥미가 없었다. 게다가 언론이든 주변 경험에서든 결혼식은 속된 말로 웨딩 업계의 봉이 되는 일이었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우리 아빠도, 시댁도 너희들 뜻대로 하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엄마였다.
엄마는 예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결혼식 준비에 들어가는 노고를 엄마가 대신해 줄 것도 아니면서, 그 와중에 결혼식을 해야하는 이유가 본인을 위한게 아니라 우리를 위하는 것이라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인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너를 위한 것이라는 엄마의 가스라이팅 아닌 가스라이팅에 질릴대로 질린 상태였다. 게다가 불만은 표하면서 자기는 잘 모르니 네가 알아서 하라는 이중적인 태도도 마음에 안들었다.
그렇기에 만약 엄마만 결혼식 진행에 의견을 실었다면, 나는 결혼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엄마의 말이라면 더 이겨먹으려고 하는 못된 습성이 있는 딸이다. 하지만 다른 이유에서 결혼식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남편은 남들이 하는건 다 해보고 싶어하는 편이고, 그래서 결혼식도 하고 싶어했다. 평소에 대부분의 것을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니, 이런 중요한 일은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해줘는 것이 형평성에 맞아 보였다.
결혼식 준비에 앞서 나는 참 순진했다. 대관료 300만원에 스드메 200만원이니, 500만원 언저리에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식에는 예식장과 스드메 말고도 챙길 것들이 많았다. 결국 우리 결혼식 비용은 1000만원을 넘겼다. 결혼식이 끝나고 이제 추가금은 더 없으리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결혼식 앨범에서 200만원이 추가 되면서 1200만원으로 결혼식 비용 총액이 마무리 되었다.
웨딩 업계는 여러모로 소비자에게 불리하다. 구조적인 문제들은 꽤 오래 전 부터 지적 되어왔고,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여럿 있다.
KBS [저출생위기대응 기획] <시사기획 창> 우리의 험난한 평균 결혼식
결혼식 시장에 불합리한 점이 많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정작 결혼 당사자들이 결혼식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하는데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 특히 부모의 입장이 영향이 큰 듯 하다. 흔히 거론되는 이유로는 결혼식은 부모님의 행사라는 점이다. 부모님이 뿌린 축의금을 거두기도 해야하고,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자식 잘 키웠다고 주변에 보여주는 행사이다. 결혼식을 치르는 당사자와 결혼식에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다르다는 점이 아직까지도 결혼식 문화가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과거 혼례는 부모의 일이었다. 결혼 당사자들은 결혼 준비는 커녕, 결혼할 상대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 혼례 당일이 되어서야 상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자유 연애가 등장하고, 결혼 상대를 당사자들이 직접 고르게 되었고, 결혼식 준비 또한 점차 결혼 당사자들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식은 부모의 행사로 여겨진다.
결혼식에 관한 많은 요소들이 당사자의 몫으로 넘어왔지만, 아직도 굵직한 부분에서는 부모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한다. 그러니 우리 세대가 부모가 되는 날이 오면, 결혼식 풍경이 많이 달라져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나는 결혼식에서 양가 어머니들에게 정장을 입으시기를 권해보았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한복을 입어야 혼주와 하객이 구분된다고 하셨다. 한복이야 당신들이 입으시는 옷이니 내가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먼 미래에 만약 내가 혼주가 된다면 한복을 입지는 않을 것 같다.
당사자와 결정권자가 달라서 생기는 결혼식 뿐이 아니다. 그렇기에 세상은 느리게 변화하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게다가 젊은 시절에 급진적이고 새로운 생각은 가진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좀 더 관습 친화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정작 결정권자가 되면 젊은 시절과는 다르게 기존의 행태를 답습하고, 그렇게 변화는 또 한 걸음 늦춰지는 것 같다.
하지만 글 서두에 소개한 뉴스기사 대로라면, 어쩌면 먼 미래에 내가 결혼식에서 결정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