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다해 Jun 01. 2024

대학원에서 배운 세 가지 능력

대학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이에요.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 해결의 방법과 결과를 검증하고, 마무리까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박사학위를 받아요. 흔히 독립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으면 박사 학위를 받는다고 해요. 석사학위는 연구를 ‘경험’해 본 사람이 받는다고 할 수 있을 듯 해요. 스스로 연구를 해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적절한 지도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저는 박사학위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연구와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석사로 졸업했어요. 보통 석사학위는 2년이 걸리는데 저는 5년을 다니고 졸업했어요. 대학원에 오래오래 다닌 만큼 배운 것도 많아요. 그리고 꼭 연구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도움이 되는 점들이에요. 대학원 진학이 고민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소개해 볼게요.


1. 도움 구하기


제가 대학원에서 배운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이에요. 어쩌면 마음가짐, 태도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학생 때까지는 공부할 내용이 정해져 있고, 이미 답이 있는 문제를 배워요. 하지만 대학원에서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를 풀어야 해요. 기존에 문제를 풀었던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해설지가 없기 때문에 실마리를 스스로 고민해야 해요. 그렇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정말 모르겠다면, 그럴 때는 도움을 구해야 해요. 교수님께 도움을 구하기 전에 보통 연구실 동료, 선후배 가릴 것 없이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봐요. 사실 그 사람도 모를 수 있어요. 그렇지만 함께 고민하면서 힌트를 얻기도 해요.


사실 저는 이걸 참 못했어요. 모르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당연히 알아야 하는 내용인데, 내가 모르는 거면 어쩌지?’하는 부끄러움이 있었어요. 사실 대학교까지의 공부는, 실험을 제외하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으니 이런 부끄러움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대학원에서 이런 태도는 정말 방해가 되었어요. 조금씩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연구실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태도는 꼭 대학원이 아니고 회사를 다니더라도 중요한 태도인 듯 해요. 왜냐하면 대학을 졸업하면 어딜 가든지 더 이상 답이 있는 문제를 풀지 않으니까요.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내가 다 알 수 없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사람이 정말 현명한 사람이라는 점을 대학원에서 배웠답니다.


2. 자료 조사 효율적으로 하기


내가 연구하려는 주제/분야를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일련의 과정에서 자료 조사는 꼭 필요해요. 보통은 논문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요. 그런데 보통은 훑어봐야 하는 자료가 엄청 많아요. 이걸 한 자 한 자 정독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겠죠? 그러다 보니 적당히 필요한 정보만 쏙쏙 빼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다가 정말 집중해서 봐야 하는 부분은 또 차근차근 봐야 해요. 정보를 취득하는 데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게 되어요.


3. 발표하기


대학원에서는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계속해서 사람들 앞에서 설명해야 해요. 앞서 말한 도움을 구하는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연구실 미팅을 비롯한 각종 학회/워크숍에서 자기 연구를 소개해요. 당연히 다른 사람들은 제 연구를 잘 모르기 때문에(어쩌면 지도교수님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발표해야겠죠?


발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어떤 순서로, 어떤 내용을 강조해서 이야기해야 할지 흐름을 구성하고, 그다음에는 발표에 사용할 발표 자료를 만들어요. 흐름을 구성하는 일은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만들던지 꼭 해야 하는 일이에요. 글을 쓰던, 영상을 찍던, 인스타툰을 그리던 ‘기승전결’을 빼놓을 수는 없죠. 고백하자면 저는 아직도 기승전결을 잘 못 지켜요. 계속 훈련해야지요 ㅎ_ㅎ


발표 자료는 제가 하려는 이야기나 뒷받침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배치해야 해요. 중요한 내용은 시각적으로 강조도 해야 하고요. 제가 대학원에서 발표한 횟수를 모두 세 보았는데요, 18번이나 했더라고요. 발표 자료는 여러 번 만들다 보니 이제 웬만큼 만드는 것 같아요. ‘기승전결’도 계속하다 보면 또 숙달되겠죠?



작가의 이전글 울림을 주는 과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