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다해 Jun 08. 2024

인생은 점묘화

"각자의 빛깔대로, 속도대로

그저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야"

- 자작곡, "별들의 노래" 가사 중에서


각자의 빛깔대로, 속도대로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가사를 적었지만, 정작 현실의 나는 다른 계정과 끊임없이 나의 계정을 비교한다. 사람도 아니다. 계정이다.


초기의 SNS는 현실 세계의 자아가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진 듯 한 모습이었다. 현실 세계의 친구 관계가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졌고, 상대방을 만나지 않고도 지인의 최근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SNS는 기본적으로 현실의 관계를 기반으로 구성되었고, 현실의 관계를 유지하고 뒷받침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그렇지만 SNS에서의 정체성은 점차 그 자체로도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SNS에 업로드하는 콘텐츠와 SNS에서 나타내는 의견이 곧 개인의 브랜드를 형성하게 되었다. SNS에서의 영향력은 곧 현실 세계에서의 영향력과 수익창출로도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특정한 주제로 운영되는 계정이 생겨났고, 그런 계정에는 일관된 주제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나는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도시가 아닌 한적한 동네에서 살고 싶다. 마당이 있는 2-3층의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면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번듯한 집 한 채는 거뜬히 구할 수 있다. 내가 그만한 자금을 마련한다면, 집 안팎을 나만의 취향으로 꾸미고 싶다. 그런 공간에서 글을 쓰고, 책을 내고, 강연을 다니고 싶다. 내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테마별로 컨셉이 확실한 계정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계정을 보며 부러운 마음으로 좋아요를 누른다.


이런 주제도, 저런 주제도 어느 것 하나 일관되게 밀고 나가지 못하는 나는 내 인생의 거의 모든 주제를 온라인에 기록한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온라인에서의 성공이 아니라는 점을 알면서도 내가 선망하는 주제로 개설된 계정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계정들을 통해서 계정의 운영자가 이뤄낸 것과 나의 행보를 비교하게 된다.


흔히 좋아하는 것을 하나 깊게 파라고 하는데, 깊게 팔 무언가를 아직 찾지 못해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다. 이러다가 아무것도 못되고 그냥 다양한 일만 벌여놓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내 앞날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을 어쩌겠나. 사람이 생긴 대로 살아야지,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려고 하다가는 분명히 탈이 나게 되어있다.


이런 나의 고민을 들은 어떤 이가, 자기는 인생이 점묘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어 보여도 나중에 뒤돌아보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점들이 선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은 그 말도 유효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도 점묘화라는 그림을 완성하는 데에 제 의미를 다 하는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지금 내가 벌려놓은 일이 꼭 선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내 인생에 독특한 색깔을 부여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나의 SNS 계정에 올리는 게시물이 일관성이 없어 보일지라도, 하나하나의 게시물이 점묘화를 이룬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점을 찍어보아야겠다. 뭐가 되었든지 기록을 남기면 나중에 다 쓸모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ChatGPT 활용 방법] 막연한 생각 구체화 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