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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매일 글쓰기

by 노다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2018년, 숭례문학당에서 운영하는 100일 글쓰기를 알게 되었다. 100일 동안 매일 글을 한 편씩 쓰는 프로그램이었다. 참가비가 15만 원이었는데, 당시 나에게 이 돈은 꽤 큰 돈이었다. 프로그램 소개글을 읽다 보니 해당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100일 곰사람 프로젝트>라는 책으로 출간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빌려 읽었다. 책을 읽어보니 나의 지인들을 모아 100일 글쓰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심이 있을 법한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100일 글쓰기는 2022년도까지 이어졌다. 2018년도에 처음으로 매일 글쓰기를 마치면서, 나는 내가 그 일을 다시 벌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100일 글쓰기를 시작할 때에는 정리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에 수월하게 글을 썼지만, 해당 주제가 마무리 되고 나자 글감을 찾기가 어려웠다. 날짜가 지나면서는 점차 일기가 되어갔다. 하지만 2019년 여름의 초입, 뜨뜻한 여름 바람이 불어오자 뭐라도 일을 벌이고 싶어졌다. 그래서 또다시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을 불러 모았다.


처음에는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5년 동안 100일 글쓰기를 하고 나니, 글을 많이 쓰기만 하는 데에는 한계가 느껴졌다. 혼자 쓰는 것을 넘어서 나보다 더 나은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2023년도부터는 글쓰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책을 재미있게 읽은 작가님들을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었다. 그렇게 작가님들이 진행하는 수업 소식을 알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확실히 수업에서 글쓰기에 대해서 배우고 또 내 글을 첨삭받자, 혼자서는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넘어 발전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올해 봄에는 정지우 작가님께 글쓰기 수업을 들었고,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함께 수업을 들었던 분들과 글모임을 꾸리게 되었다. 매 달 한 편의 글을 쓰고 모여서 서로 피드백을 해주는 모임이었다.


이전에 했던 100일 글쓰기에서는 글을 쓰는 데에 의의가 있었다. 댓글 등을 통해서 감상을 나누기는 했어도, 글쓰기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모임은 달랐다. 우선 한 달의 한 편으로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글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함께 수업을 듣다 보니 글쓰기에 피드백을 하는 공통의 기준이 세워진 면도 컸다.


그렇게 글모임을 이어간 지 6개월이 지난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 ‘글쓰기는 양이다’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썼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의 내용을 요약하며 자신 또한 작가로서 잘 쓰려는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그저 많이 그리고 꾸준히 쓰겠다고 다짐하는 글이었다. 그 글을 읽으며 서로 피드백하는데, 지금보다는 글을 더 많이 쓰고 싶다는 공감대가 생겨났다.


그러자 내 머릿속에는 내가 오랫동안 했던 매일 글쓰기가 떠올랐다. 모임원들에게 제안하니 모두들 좋다고 했다. 다만 100일은 조금 부담스러우니 12월 한 달만 해보자고 했다. 마침 의미도 좋았다. 2024년을 뿌듯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잠시 쉬었던 매일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모임의 이름은 ‘글쓰기는 양이다’라고 지었다. 우리가 모임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제공한 글에서 따왔다.


어릴 때 떠올려보면 수학을 공부할 때에도 수학의 정석을 보고 이론을 익히고, 1000개가 넘는 문제가 실려있는 쎈 수학 문제집이나 모의고사 기출문제집에서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면서 수학 실력을 키웠다. 이전의 매일 글쓰기는 이론 없이 무작정 문제를 풀었다면, 이번의 매일 글쓰기는 마치 이론을 익힌 뒤에 문제집을 푸는 기분이다. 그러니 이번 한 달의 매일 글쓰기는 지난 5년간의 매일 글쓰기 보다 더 밀도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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