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일생의 관점에서 사람의 일생을 바라보기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우리 눈에는 모두 작은 점으로 보이지만, 사실 별들은 밝기, 색깔, 지구로부터 거리 등 모두 제각각이다. 대표적인 겨울철 별자리 오리온자리를 보자.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베텔게우스는 좋은 망원경으로 보면 빨간색으로 보인다. 두 번째 밝은 별인 리겔은 청백색이다. 우리는 보통 별 그림을 그릴 때 대부분 모든 별을 노란색으로 칠한다. 하지만 별은 다양한 색깔을 가진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사실은 리겔이 더 밝다. 베텔게우스는 지구로부터 520광년, 리겔은 900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두 별을 같은 거리에 두고 보면 리겔이 더 밝게 보이겠지만, 리겔이 너무 멀리에 있어서 우리에게는 베텔게우스가 더 밝게 보인다. 이렇게 별은 모두 고유의 모습이 있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를 제외한 밝기나 색깔과 같은 별 고유의 속성들은 별의 질량에 따라 결정된다. 별이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자. 별과 별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 아주 희박한 밀도의 먼지와 기체들이 떠다닌다. 이 기체를 성간물질이라 한다. 성간물질이 중력에 의해 조금씩 모이면서 대략적인 별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이때 얼마만큼의 기체가 모이는지에 따라 별의 질량이 결정된다. 대부분 뜨거운 기체로 이루어진 성간물질이 모여 밀도가 높아지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서서히 밝아진다. 별 중심부 온도가 충분히 높아지면, 핵융합이 시작되고 우리가 흔히 아는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인 별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별인 태양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를 연료로 핵융합하고, 노란색으로 분류된다. 수소가 핵융합하면 그다음 가벼운 원소인 헬륨이 만들어진다. 마시면 목소리가 이상해지는, 풍선을 불면 가벼워서 둥둥 뜨는 그 헬륨 기체의 헬륨이다. 중심부 수소를 모두 태우면 태양도 수명을 다한다. 그러기까지는 아직 50억 년이나 남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태양보다 질량이 무거운 별들은 더 높은 온도에서 핵융합하고 좀 더 무거운 원소까지 만들어낸다. 태양 질량의 1.3배 질량을 가진 별은 탄소, 질소, 산소 등을 태운다. 그리고 태양 질량의 12배 되는 질량을 가진 별은 무거운 철 원소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고, 우리 눈에는 파란색으로 보인다.
이런 별의 일생은 마치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다. 사람도 태어나서 점차 성장하고, 배움이 무르익으면 왕성히 활동하며 결과물을 하나씩 만들어낸다. 그 결과물이 아주 훌륭해서 시간이 지나도 남는 업적이 되기도 하고, 소소한 결과물로 남기도 하다. 나는 세상에 좋은 결과물을 남기며 살고 싶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그리는 나의 모습에 비해 나의 능력이 부족해 보였다. 그렇지만 별의 일생을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결론짓기는 어려웠다.
질량이 큰 별은 그만큼 수명이 짧다. 중심부 압력이 높아서 그만큼 별의 주 연료인 수소를 빨리 태우기 때문이다. 수소를 빨리 태우니 밝기도 더 밝다. 그러니깐 질량이 큰 별은 굵고 짧게 살다 간다고 할 수 있다. 대략적인 계산으로 질량이 2배가 되면, 수명은 4배 짧아진다. 수명이 100억 년인 태양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핵융합으로 철까지 만들어내는 별은 1억 년을 채 살지 못한다. 태양은 질량이 작은 축에 속한다. 태양이 질량이 조금 더 컸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하기도 전에 태양이 없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질량이 큰 게 반드시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각자의 속도대로 각자의 빛깔대로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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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노다해(https://linktr.ee/dahae.roh)
대학원에서 통계물리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Engineers and Scientists for Change)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과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단법인이다. 주로 회계/세무를 담당하지만, 사무국 규모가 작아 거의 모든 일에 손을 대고 있다. 부캐로는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한다. 과학 강연, 과학 글쓰기, 과학책 번역을 하고, 과학 타로도 만든다. 과학과 과학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