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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걷는 여자 Apr 01. 2020

반려동물 과세,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이유

 오늘날 우리는 바야흐로 1500만 반려 동물 인구의 시대를 맞았다.

약 3가구의 한 가구 꼴로 애완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동물들은 이제 애완(爱玩)의 의미를 넘어 반려(伴侣) 즉,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시점에 반려인들의 공분을 산 정책이 있었으니 바로 '반려동물 과세법'이었다.

 지난 2020년 1월 14일, 정부는 2020년부터 2024년에 걸친 동물복지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과세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동물보호센터를 건립하고 동물 전문기관을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이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는 동물세 반대 국민청원이 게시되며 해당 정책은 반려인들의 반대 입장에 부딪혔고 이어진 갑론을박 끝에 결국 정부가 반려동물 과세법은 '장기 과제'라며 한 발 물러섦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사실 독일,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등의 나라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과세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수한 반려동물 관련법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의 경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연간 약 10만 원의 보유세를 지출한다.

왜 반려동물 과세법이 독일에서는 가능하고 한국에서는 불가능할까?

 

반려 동물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정교하게 실행되고 있는 독일


 양국의 근본적인 차이는 반려 동물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한다. 독일은 1972년 일찍이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동물의 권리 개선을 주창해왔다.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로 시작하는 독일의 동물법 제1조 1항만 읽어보더라도 이 국가에서 동물이 가지는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한 발 늦게 동물의 권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냉철하게 구분 지어보자면, 그마저도 일부의 견주에게만 해당된다. 우리는 여전히 동물을 단순히 '소유물'로 생각하는 이들을 주위에서 왕왕 찾아볼 수 있다. 단적으로 나의 반려견 옹이를 예로 들어볼까.

 옹이는 세상에 난 지 삼 년 만에 두 번의 파양을 경험했다. 첫 번째 가정의 사정은 듣지 못했으나 두 번째 가정의 경우, 당시 주인아주머니가 본인의 외동딸에게 (본인이 낳고 싶지 않은) 동생을 대신하여 강아지를 선물했다고 한다. 하지만 털이 많이 날린다는 이유로 아주머니는 단 3개월 만에 옹이의 파양을 결정했다. 그렇게 만난 세 번째 가정이 바로 우리 집이다. 만약 이전의 가족들이 옹이를 ‘존중받아야 할 반려동물’이라 생각했다면 지금 옹이와 내가 한 지붕 아래 함께할 일은 아마 없었을 거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부분이다)


이렇게 예쁜 녀석이 내 강아지라니 나는 아직도 믿을 수 없는데 파양만 두 번째라니.

 

 이처럼 동물권 제창 후발 주자인 한국에서는 동물 권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당연히 동물 존중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되어있지 않다. 이는 당장 반려동물 과세법을 시행할 경우 '아니, 동물 새끼 키우는데 뭔 돈까지 내야 해.'라 생각하는, 더 나아가 유기를 고려하는 가정이 적잖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물론, 동물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이 과세 반대의 전면적인 이유가 될 순 없다.

 


 이번에는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왜 정부의 반려동물 과세법이 달갑지 않을까? 나 또한 한 아이의 반려인으로서 솔직한 심정을 얘기해보자면, 못 믿겠다.

 나의 댕댕이를 위해 스스로 투자할 수 있던 비용을 정부에게 주었을 때 이 비용이 훗날 내 아이를 위한 혜택이 되어 돌아오리란 확신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제시한 동물 복지 종합 계획은 반려인들이 원하는 ‘무엇’을 짚어내지 못했다.

 


 이 글을 빌려 동물 복지 종합 계획 중 몇 가지를 꼬집어볼까. 첫째로 동물 판매행위 관리 강화에 관한 실행과제를 읽어보자.


(2-2) 동물 판매행위 관리 강화 무분별한 동물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반려동물 인터넷 판매 광고를 제한하고, 영업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여 영업자 이외의 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생산업 허가 또는 판매업 등록을 받은 영업자 이외의 자의 인터넷 판매 광고를 금지하고, 영업자도 인터넷 광고 시 판매하는 개체의 금액을 표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판매업의 영업 범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여 해당 기준을 초과하는 거래행위는 판매업 등록을 하여야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정할 예정이다.

 

 언뜻 보면 정상처럼 보이는 해당 조항에는 무서운 진실이 숨겨져 있다. 이 항목에는 ‘동물 생산 및 판매 행위에 대한 동의’가 전제되어 있다. 암암리에 묵인되던 강아지 공장은 2016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며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는 반대 서명운동과 시위로 이어졌고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당 문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렇다 할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오늘날 정부가 제시한 실행 과제에서 엿볼 수 있듯, 강아지 공장은 여전히 묵인되고 있다. 정부가 만약 동물의 권리를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아니 적어도 반려인들의 공감을 얻고 싶었다면 오히려 ‘동물 생산 및 판매 영업 규제’에 관한 정책을 제시했어야하지 않을까.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악마의 공장, 언제쯤 근절이 가능하련지.

 

 둘 째는 해당 계획안에 과세대상인 반려인들에게 돌아오는 실질적인 혜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동물의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전반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 국민이 다 함께 안고 가야 할 과제이다. 해당 정책의 과세 대상이 ‘반려동물 소유자’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계획안을 본 1500만 반려인들은 당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집 아이가 받는 혜택이 뭔데요?”


 계획안에 제시되어 있는 실질적인 혜택은 사실상 하나이다. 반려견 사육방법 교육 프로그램. 이렇다 할만한 혜택이 없으니 연간 정부에 지출할 금액을 고스란히 나의 반려동물에게 투자하는 게 더 낫겠다 생각이 들 법하다.

 실제로 반려동물 과세법에 동의하는 반려인들의 경우, '반려 동물에게도 국가적 차원의 복지 혜택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전제조건 하에 과세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를 통해 대다수의 반려인들이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난색을 표한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실질적인 복지 혜택이 부족하다 느낀 것이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반려 동물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시가 결여된 계획안으로는 과세법이 정당성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500만 반려인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의료, 교육, 놀이, 애견 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복지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반려동물세 시행에는 반려동물 범위 산정이나 동물별 과세 금액 책정 등 여러 가지 해결 과제들이 뒤따를 것이다. 수많은 당면 과제들에 마음이 급급해지기 십상이겠으나 이에 정부는 외려 내실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

 범국민적 인식 수준 제고를 위해 동물 관련 정규 교육책을 마련함은 물론 비윤리적인 동물 학대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 규제하고 동물들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조금씩 시행해나가며 반려 동물과의 공동체 의식을 다져 나가야 한다.

 반려동물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사회 분위기가 올바르게 갖추어질 때 동물과 인간은 비로소 서로의 진정한 반려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며 반려 동물세에 대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Glow 세 번째 주제 - 강아지 혹은 고양이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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