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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25. 2020

[브런치 라디오 응모] 나는 조울증이 있는 작가입니다

홍만춘 작가의 브런치북 『나는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직원입니다』을 읽고


나는 20년째 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에세이 작가이다. 2000년 꽃 피는 봄 나는 군대에서 첫 조증 에피소드가 나타났다. 불행했던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평화가 찾아왔다. 세상의 평화가 찾아오는 방법을 나는 개발했다. 내가 개발한 세계평화를 주변에 전하면, 내일 우리 모두 총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중대장에게 보고를 하면, 중대장이 위에 보고 하고, 그 윗선은 그 윗선에 보고하여, 청와대에서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계의 평화를 가져오는 방법을 중대장에게 보고했고, 중대장은 나를 불렀다.


"다함아, 우리 좋은데 가자."


중대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라 나를 불러 차에 태웠다. 나는 청와대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론가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렸다.


"다함아, 먹고 싶은 것 하나 골라."


나는 음료수를 하나 골랐다. 마시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제일 비싼 것을 하나 골랐다. 음료수 가운데 나의 가치만큼 비싼 음료수라고 보이던 비싼 음료수 하나를 골랐다. 중대장이 나를 데리고 가는 곳이 VIP의 푸른 기와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언덕 위의 하얀 집 군 병원 정신과 병동이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조울증의 주요 증세는 기분이 좋다가 나쁘다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정도의 기분변화는 일반인들에게도 일어난다. 조울증의 다른 이름은 양극성 장애인데, 조증으로 뜨면 기분이 뜨는 것이 선을 넘어 과대망상에 이른다. 조증과 우울증이 탁구 치듯 한 번씩 왔다 갔다 나타나는 게 조울증이 아니라, 조증 증세가 한 번이라도 나타나면 조울증이다. 조울증 환자도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우울증이 주로 나타나더라도 조증 증세가 나타나면 조울증이다. 조울증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몇 가지 요인이 있으나 아직까지는 합리적인 추측일 뿐이고, 조울증을 치료하는 완치제도 없지만, 조울증을 조절하여 보통 사람 같은 기분을 유지시켜 주는 기분조절제는 있다. 조울증은 약을 잘 먹으면 큰 문제가 없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약을 먹지 않고 방치해두면 지랄병이 된다. 나는 현재 20년째 조울증과 친구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는 이 고약한 친구를 다스리고 조절하는 방법을 찾았다. 2주에 한 번씩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서 상담을 하고, 매일 저녁 하루에 몇 알씩 먹는 약물로 이 고약한 친구를 조절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의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있는 그대의 모습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 아내의 사랑으로 나는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




브런치북 『나는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직원입니다.』의 홍만춘 작가는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직원인 듯하다. 브런치북의 제목이나 내용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 모르긴 몰라도 작가 이름 홍만춘은 실명이 아니라 필명일 것이다. 공황장애를 가진 저자가 공항에서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브런치북이다. 저자는 공황장애를 가지면서도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조울증 환자들 모두가 나처럼 직장생활 사회생활에 실패하고 나처럼 집에서 요양을 하며 가족 일을 도우며 소일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조울증 환자들 가운데서도 입에 풀칠은 해야 되기 때문에 알바들을 전전하는 사람들도 있고, 조울증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잘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나처럼 조울증으로 인해서 삶이 완전히 파괴되어서 시간이 흐르고 조울증은 컨트롤하게 되었지만 보통 사람들처럼 일반적인 직장생활 사회생활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전부 조울증 때문만은 아니고, 조울증 가운데서 내가 한 선택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풍랑과 재앙 가운데 나는 넘어져서 스스로 일어날 수 없는 거북이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다시 일어섰고, 건강한 사람보다 더 건강해졌고, 아픔 가운데서 훌쩍 성장했지만, 내가 지금 깨달은 것은, 나는 절대로 다시 내 고향 바다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육지 거북이로 살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풍랑과 재앙 가운데 변이 하여 닌자 거북이가 된 것이다.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평범하게 살아서는 평범한 이들처럼 살아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비범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비범하게 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이 길을 꿈꾸었던 것은 아닌데, 이 역경 속을 지나오면서 나는 작가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아직 작가로서 인세를 받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글을 쓰고 글을 쓰면서 살고, 블로그 하나 써서 200만 원의 네이버 페이를 이벤트 받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댓글 하나 써서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 1박 2일 숙박권을 경품으로 받기도 하고, 1년 동안 블로그를 써서 3만 4천 원의 광고수입을 얻었다. 나는 '세계적인 사랑 에세이 작가'라는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가 될 만한 재능이 있다거나, 필력이 있다거나, 그만한 수준의 독서와 습작을 했다거나,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가를 직업으로 삼아 생계를 유지하며 살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작가로서 생존하고 더 나아가서 경제적 자유를 얻고 그동안의 고통의 세월들의 억울을 성공으로 한 방에 복수하기 위해서는, 국내만을 시장으로 한 작가로서는 생존의 규모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작가가 될 만한 능력이 되는 세계적인 작가가 아니라, 세계 도서시장에 책과 콘텐츠를 파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다. 출판시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내 이야기에 동의할 수도 있을 텐데, 책은 작가 혼자만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작가인 나와 내가 쓰는 글이 돈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내가 써놓은 원고를 초고로 삼아 작가와 출판사와 에디터가 혼연일체가 되어 처음부터 책을 다시 만들어 내어 돈이 되는 도서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책도 일단 출간을 해봐야 알기 때문이다. 어마 무시한 돈을 퍼부어 대박을 목표로 제작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도 뚜껑을 열어 보면 쫄딱 망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자의 투자의 판단 미스나 감독이나 배우들의 문제뿐 아니라, 일단 시장에 내어 보아야 그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일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당연히 높겠지만, 그 가능성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말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동생 일과 아버지 일을 가끔 도우며 소일하면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 사는 백수요 니트족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지금 나는 전업작가이다. 가끔 프리랜서로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을 때만 귀한 시간 쪼개서 다른 이의 일을 도와주며, 그 외에는 오로지 글감을 모으고, 글을 쓰는 작가이다.


글을 쓰다 보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욕심과 욕망도 정화가 되고 예전에 순수했던 어린 영혼으로 돌아간다. 사람이 극도로 가난해지고 힘들게 살면, 마음도 가난해지고 겸손해지고 욕심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심과 욕망에 사로 잡힌다. 그만큼 돈이 필요해서 욕망이 생기는 게 아니라,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세상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는다. 내게 그 능력이 있고 없고와 상관없이 그런 욕망이 들끓는다. 글을 쓰다 보니 그런 욕심과 욕망도 깨끗이 씻어진다. 돈에 아무 관심이 없었던 순수했던 어린 영혼이었던 나와 달리, 지금도 여전히 나는 돈을 사랑한다. 다만 돈이 있어도 없어도 상관 없어진 것이다. 내가 돈을 탐한다고 해서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고난 가운데 욕망의 화신이 된 이후로 지금도 나는 역시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내가 그러한 무한대의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좇아 산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돈에 대한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내 일은 글쓰기 책 쓰기이고 아직 통장에 입금은 되지 않으나 나의 직업은 전업작가이고, 나의 재능이 필요해서 프리랜서로 알바로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부름을 거절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봉사하면서 살기로 했다. 물론 내가 봉사를 하면, 나를 부른 주변의 지인들은 당연히 돈을 주지만 말이다. 돈을 먼저 생각하고 가면 알바이고, 그냥 필요한 곳이 있으면 가서 도와주고 돈을 받으면 봉사인 것이다. 괘변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


브런치북『나는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직원입니다.』의 홍만춘 작가는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항에서 공항을 찾는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공황장애를 가진 공항직원이 공항에서 겪은 일상 에피소드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즐거운 달달한 에피소드들도 있지만, 씁쓸한 진상 손님들을 만난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룬다. 진상 손님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의 애로사항과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아름다운, 용기가 필요한 매일 진상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네 삶도 달달한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지만, 매일매일 씁쓸한 진상과 같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만날 때가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사람들이 더 많고, 좋은 일들이 훨씬 많은데, 그 좋은 일들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고 나쁜 일들만 기억에 남을 만큼 치명적인 부정적인 사건이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친구랑 1대 1로 다이다이 붙을 때는, 친구가 왼뺨을 올려붙이면 나는 손으로 막거나 친구의 오른뺨을 올려 치거나 경찰을 부르겠지만, 고객을 상대로 할 때는 내가 뺨을 맞고도 웃어야 하고, 내가 뺨을 맞고도 무릎을 꿇어야 할 때가 있다.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직원 홍만춘은 TV 속의 톱스타 연예인을 공항에서 고객으로 만나지만, 공항에서 고객으로 만난 연예인은 TV만큼 아름답지 않고 온갖 패악을 다 부린다. 여권에다가 관광지 스탬프 도장을 찍어 여권 훼손에 해당이 되어 서약서를 부탁하는 공항직원에 서약서를 쓰지 못하겠다고 강짜를 부리면서 스태프 팀은 먼저 보내고, 자신은 다른 비행기를 타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톱스타를 만난다. 갑질을 하는 연예인으로 인해 공항직원 홍만춘은 TV 속에서는 좋은 면만 보이는 톱스타의 이면을 보면서도, 갑질 하는 인간성 더러운 톱스타의 이면의 인간적인 모습도 본다. 세상을 따뜻하게 읽는 작가 홍만춘의 시선이 보인다. 긍정적 이어서만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객관적으로 읽는 작가의 시선이 보인다. 갑질 하는 사람들의 갑질 하는 모습뿐 아니라 이면의 그럴 수밖에 없는 다른 이면도 읽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 집에 가면 에어컨을 틀어 놓고 냉수 샤워를 하고 새 잠옷을 입고 시원한 콜라를 마시며 무한도전을 볼 생각을 하면서 퇴근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출항시간이 된 태국인 가족이 게이트에도 보이지 않고 있어야 할 구간 외에 다른 직원이 있어서 이들을 찾으러 간다. 태국 사람을 만났지만,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직원 홍만춘이 할 수 있는 태국어는, 사와티 캅 코쿤 캅 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미 불법체류자였던 태국 가족을 보내고 일을 마쳤는데, 정시 퇴근과 무한도전 시청은커녕 막차도 놓쳤지만, 24시간인 편의점에서 콜라 하나는 사 마실 수 있다는데 안도한다.


제주도에서 근무할 때, 부부가 제주도 여행을 왔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여행을 중단하고 돌아가기 위해 대기하면서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울고 있는 여자를 보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머니가 자신이 제주도에서 근무하는 것을 하셨다면 뭐라고 말하셨을까 생각하며 눈물을 훔쳤다.


공항에서 절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던 전 직장의 상사를 저자는 만나고, 저자의 동료는 절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옛 애인을 만난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이 만날 수 없는 연예인 등도 일상적으로 볼뿐 아니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옛 인연들도 만난다고 한다. 반갑지 않은 옛 악연에게, 웃으며 친절을 베푸는 연극을 할 수밖에 없는 생활인들로서의 애로사항이 보인다.


손님에게 일상적인 호의를 베풀었는데, 40대 중후반의 남자가 명함 한 장 달라고 한다. 명함이 없으니 전화번호를 묻기에, 나중에 칭송 레터라도 보내고 싶어서 그렇나 하고 순진하게 번호를 주었는데, 나중에 밥 먹자고 전화가 왔다고 한다. 매력적인 미인들의 애로사항은, 백마 탄 왕자님들만 그들을 탐내는 것이 아니라, 개나 소나 심지어 길의 노숙자들마저 그들에게 침을 흘리고 작업을 거는 것이다. 내가 초라해지면 눈이 낮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의 초라함과 세상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성에 대한 눈도 비현실적으로 높아지기도 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고객들과 동료들에게 겉은 웃음으로 대하는데 속은 썩어가는 직장인의 비애들이 글 속에 묻어 나온다.


공항에서 겪는 별별 인간군상들을 만나는 씁쓸한 이야기뿐 아니라, 애정 어린 착한 사람들을 만나는 따뜻한 이야기들도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직원인 작가 홍만춘은 기록하고 있다. 또 비행기와 공항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에 대해서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다 겪는다.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많고, 나쁜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지만, 좋은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고, 작은 가시 하나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고통스러운 것처럼 나쁜 기억들이 나를 사로잡고 불행하게 만든다. 나쁜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지만, 매일매일 나쁜 놈 하나가 나를 괴롭힌다. 또 수많은 좋은 성품을 가진 보통 사람의 나쁜 이상한 성품 하나가 나를 괴롭히고 자극한다. 나 또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만은 아니었을 것이었다. 어렸을 때는 대체로 내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서 나도 호불호가 갈리는 인간상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예전처럼 되돌리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말이다. 누군가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누군가에게 나는 괴로운 기억이었을 것이었고 이상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톱스타가 된 유명인이 학창 시절 때 학교폭력을 했던 것에 대해 피해자가 인터넷에 그 하나 올려서 무너지는 것을 종종 본다. 혹시 내가 과거에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었다면, 지금 이미 공소시효(?)도 지났고, 내가 그분들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멋진 사람이 되어서 나와의 과거의 씁쓸했던 에피소드가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게 전설 같은 미래를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직원 브런치 작가 홍만춘은 정신적 가시를 가지고 고통 가운데 살면서도 하루하루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일구어 가고 있다. 21살의 아름다운 청춘의 시작에 조울증이 시작하여 2030 청춘을 완전히 상실하고 완전한 타락을 맛보고 몰락한 나는 지금 비범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평범함이 지루해서 그런 것도 지금도 여전히 욕심과 욕망이 들끓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제는 조울증이란 고약한 친구를 조절하고 관리하며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서는 생존을 할 수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남들처럼 걸어가도 된다면 걷고 싶다. 그런데 발랑 뒤집어져서 스스로 일어나지 못한 거북이처럼 넘어져 오랜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나는 평범하게 걸으며 살아서는 남들처럼 살아갈 수가 없다. 뛰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나는 날아야 한다. 훨훨 날아야 한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날을 수 없다면, 하늘을 나는 드론처럼 날아야 한다.


공황장애를 안고 공항직원으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브런치 작가 홍만춘처럼, 나는 20년 차가 되어가는 조울증을 안고 작가로서 씩씩하게 살아가야 한다. 전설이 되고 싶어서 전설을 꿈꾸는 게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서는 남들처럼 살 수가 없어서, 전설을 꿈꾸며 전설을 살아간다. 세계적인 작가가 될 재능과 노력이 있어서 그런 꿈을 꾸는 게 아니라, 국내 평범한 작가로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 도서시장에 책이 팔리는 세계적인 전설적인 작가를 꿈꾸며 전설처럼 전설을 살아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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