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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26. 2020

지금 나 네팔 가고 있었어요

에미마, 눈 감고 네팔에 더 있다 와. 코~

"지금 나 네팔 가고 있었어요."


아내는 방에서 자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노트북을 켜고 네이버 바이브로 음악을 틀어 놓고, 글을 쓰고 있었다. 열심히 글을 쓰다가 노트북 오른쪽 하단에 현재 시간에 갑자기 눈이 갔다. 10시가 되었다. 아내가 9시 반부터 화상회의 앱 ZOOM으로 한국어 수업을 듣는 시간인데, 아내는 오늘 무슨 일인지 늦잠을 자고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아내를 깨우러 방에 들어갔는데, 아내는 내 인기척을 느끼지도 못하고, 이불 안에 쌓여 깊은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10시인데, 오늘은 한국어 공부 안 해?"


아내가 슬쩍 눈을 떠 보려 하는데, 눈이 떠지지가 않는다. 깊은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더 잘래?"


아내는 평소와 달리 제시간에 일어나서 자신의 일을 하는 대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더 자라고 이불을 덮어 주고 나오려고 하는데 아내가 깊은 잠 속에서 말한다.


"지금 나 네팔 가고 있었어요."


에미마가 꿈속에서 고향 네팔에 가 있었던 것을 내가 한국어 공부 시간이 되었다고 깨웠던 것이다.


"그래. 알았어. 다시 네팔에 갔다가 와.",


하고 에미마에게 이불을 더 잘 덮어 주고 방 문을 조용히 닫고 마루에 나왔다. 나는 아내가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지만, 아내가 고향 네팔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 모르겠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네팔에 가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나는 나중에 아내와 네팔에 가서 살고 싶은 것보다, 부자가 되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네팔에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수원에서 서울 가고 수원에서 부산 가듯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는 사이에 아내는 네팔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주방에 나와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오늘은 더 오래 네팔에 다녀오라고 아예 깨우러 방에 들어가서 방해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내는 네팔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아침 식사와 한국어 수업에 늦게나마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에미마, 네팔 잘 갔다 왔어?"

"네."

"네팔, 어디 갔다 왔어? 카트만두, 너벌쁘라시?"


카트만두는 에미마가 성인이 되어 살아왔던 곳이고, 너벌쁘라시는 부모님이 계신 에미마의 고향이다.


"몰라요."

"그럼 네팔에서 뭐 했어?"

"맛있는 것 먹었어요."

"뭐 먹었어?"

"밥이랑 빵이랑..."


타지에 있으면 제일 땡기는 게 고향의 음식이다. 평소 언제든지 네팔 음식이 먹고 싶으면 이야기하라고 하지만, 아내는 한국음식을 잘 먹는다. 그래서 한국음식이 입맛에 맞는구나 생각했는데, 한국음식을 잘 먹는데도 불구하고 어찌 보면 당연한데 고향의 음식이 그립나 보다. 나 또한 에미마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네팔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네팔식당에 가기도 하고, 수원역의 네팔 식자재 마트에서 네팔 음식 재료를 사다가 해먹기도 하고, 네팔 전도사님 댁에 가서 먹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 형평상 네팔 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는 없다. 결국 답은 돈이다. 돈이면 다 해결되는 문제이다. 돈이 무한대로 많으면, 수원에 있는 네팔 친구들을 매일 저녁 네팔식당에 불러 매일 저녁 파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고, 그 정도의 돈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지도 않지만 말이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더라도 꿈꾸는 것은 자유 아닌가? 그래서 한국 사람들의 타국에서 자리를 잡으면 한국식당을 하고, 네팔 사람들이 한국에서 자리를 잡으면 네팔식당을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식당에서 매일 모국의 음식을 먹으며, 그 음식을 찾는 모국의 사람들을 만나고 말이다.


아내가 아침식사로 오뎅과 찐 콩을 나에게 가져다주고 방으로 한국어 공부하러 늦게나마 들어갔다. 나는 아내를 위해 카누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아내는 카누보다 믹스를 좋아하는데, 오전에는 믹스가 아닌 카누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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