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Nov 24. 2020

가고 싶은 길에 올인해도 될까?

가고 싶은 길과 하고 싶은 길이 당장 돈 안 되는 것은 똑같은데...

2000년 봄 내가 스물한 살일 때였다.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렸다. 군입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서, 나는 조울증으로 조기 전역하였다. 조기 전역이라고 군대 양말 한 켤레, 빤스 한 장, 군복이면 군화며, 하나도 주지 않고 다 회수해 갔다. 그럼 어떻게 집에 갔느냐 하면 어머니께서 퇴원 날 가져오신 옷을 입고 퇴원했다.


나의 첫 주치의 선생님이셨던 군 병원 군의관 대위는, 퇴원할 때 어머니께 병원 꾸준히 다니시고 약 끊지 마시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셨다고 한다. 나도 부모님도 조울증이란 병에 대해 잘 몰라서, 약을 먹다가 안 먹다가 하면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조울증으로 방황을 하였다.


나보다 힘들게 사는 더 심한 조울증 환자들도 있을 테고, 조울증 환자들 중에서도 나 같이 않고 직장생활 사회생활 잘하면서 잘 사는 환자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게을러서, 직장생활을 하기 싫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던 것은 아니다. 모든 조울증 환자들이 나처럼 직장 생활하지 않고 집에서 소일하면서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건강을 회복하고, 나는 다른 누구보다도 정신적으로 이제 건강하고, 잘할 수 있는 재능도 많지만,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도, 취업을 할 수도, 창업을 할 수도 없다. 처음부터 취업활동을 하기 위해 취업성공 패키지 구직활동에 참여했었던 것은 아니고, 책 한 권 써서 작가가 되고 싶은데 백수로 집에 있으니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아서 책 한 권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출판 편집디자인 직업훈련을 국비지원으로 받았다. 북디자이너나 에디터 등 출판사 직원이 되려고 출판 편집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책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인데, 일단 직업으로서 작가와 가장 가까운 직업 훈련을 찾았다. 처음에는 북디자이너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직업 상담과 훈련을 받다 보니 재미가 있었고 자신감도 붙었다. 물론, 이력서를 뿌리며 구직활동을 하면서, 내 나이와 경력 전공 등으로 절대 취업불가라는 현실을 깨달았지만 말이다.


꿈이 작가이니 내 책을 출판하는 1인 출판사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나 자신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출판사 말이다. 이 또한 책을 찍어 낼 자본도 없을뿐더러,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출판사 대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다가는 출판사 유지하느라 글과 책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것 다 커트하고 글쓰기에 올인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좋은 아내를 만나서 사랑으로 정신건강이 회복하고, 직업교육도 받아서 실제로 디자인 전문성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는 자세를 보이다 보니, 주변에서 없는 일을 만들어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나를 도와주시려는 것도 알고, 정말 필요한 일이라면 아무 조건 없이 우리 부부를 도와드린 가족 지인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대가를 충분히 준다고 해도 도와달라는 부탁이 달갑지 만은 않다. 지금 내게는 푼돈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을 써서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시간이 필요한데, 내가 일어섰다고 생각했는지 주변에서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이런저런 일을 맡기려고 하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나는 욕망과 욕심을 버렸다. 나는 원래 욕심과 욕망이 없던 사람이었다. 가난이 오래되고 비루한 청춘이 오래되다 보니, 돈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으로 사회에 복수하고 싶은 욕망이 불붙는 것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돈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게 되었다. 아직도 나는 돈을 좋아하고,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돈을 좇아 살지는 않기로 했다. 나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세상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것이 나에게 글쓰기 책 쓰기 작가가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하나씩 둘씩 "이것 좀 해보는 것 어때?"하고 제안이 들어온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인데...'


지금 나의 마음이 갈팡질팡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올인하기보다는 작가를 직업으로서 살 수 있는 날까지 다른 일들도 같이 해야 하는지, 아니면 모두 내려놓고 내 갈 길을 가야지 작가를 직업으로 살 수 있는 날이 빨리 올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도 블로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