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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23. 2020

브런치도 블로그다!

내가 경험한 브런치는 어떤 플랫폼인가?

브런치는 블로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디지털 상에 글과 책을 발행하는 플랫폼이다. 브런치에 글을 보고 출판사에서 출판 제안이 오고, 1년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로 10명을 선발하여 출간 지원금 500만 원과 함께 출간의 기회를 주는 것 이전에, 브런치 상에 글을 남기는 것이 디지털 퍼스트로 글과 책을 발행하는 4차 산업시대의 디지털 출판 플랫폼이다.

브런치는 블로그가 아니다는 위의 입장이,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 10개월 정도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을 때 생각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40여 일 되어 가며 63개의 글을 쓴 이 시점에 나의 생각은 달라졌다.


브런치도 블로그다!


브런치는 프리미엄 블로그이다. 브런치는 멤버십 블로그이다. 브런치는 프리미엄 멤버십 블로그이다. 다른 차원의 차별성이 있는 블로그라는 접에서 프리미엄 블로그이고, 글을 읽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글을 쓰는 것은 작가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멤버십 블로그이다. 브런치는 보통의 블로그 형태와는 차별성이 있지만, 결국 블로그 기능 안에서 브런치가 지향하는 기능을 넣은 것이다. 출판의 기회를 제공하고, 출판사와 연결해주는 역할도 하고, 마치 디지털에 책을 쓰듯이 디자인을 하지만, 디자인이 그럴 뿐 브런치도 결국은 출판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출판 플랫폼 같이 디자인된 블로그이다.


브런치도 블로그이든, 브런치는 그 어떤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닌 그냥 브런치이든, 브런치는 디지털 상의 출판 플랫폼이든, 사실 브런치 작가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다. 수차례 브런치 작가 낙방을 하면서 상처를 입으면서도, 다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여 마침내 브런치 작가가 된 작가들에 브런치는, 다른 어떤 플랫폼과 차별성이 있는 글쓰기 플랫폼이다. 브런치가 대단히 매력적인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브런치의 정체가 무엇인지 작가들에게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플랫폼에 정체성을 알 때, 그 플랫폼에 최적화된 글들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플랫폼이 정체성이 어떻든,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이용하면 되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혼자 쓰고 싶으면, 일기장에 써도 되고, 개인 노트북의 MS워드나 아래한글 문서 프로그램을 열어서 쓰면 된다. 브런치 작가들이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내 글을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 누구는 브런치 독자들인 것이다. 내 브런치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나의 글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다.


순수한 자기 자신의 표현의 장이든, 출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책 쓰기 목적의 글쓰기 장이든, 일단 지금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내 브런치를 보는 독자들에게 나의 이야기와 나의 생각을 들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싶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브런치는 이런 플랫폼이니, 작가들이 이런 목적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마다 자기 자신의 각각의 개인적인 목적을 가지고 브런치를 이용할 것이다. 여타 다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브런치가 어떤 플랫폼임을 이해할 때, 그 플랫폼에 최적화된 글들을 쓸 때, 내가 브런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소기의 목적들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책을 출간하여 작가가 되기 위한 목적으로 브런치를 이용한다면, 많은 브런치 독자들의 공감과 구독을 이끌어 내어야 한다. 내 글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때에 편집자들이나 출판사 또는 플랫폼 관계자로부터 출간 제안이 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독자 대중은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에디터만 내 글에 공감을 해도 내 글이 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출판 목적의 책을 쓸 때는 디자인과 구성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출판사와 계약하면 에디터와 왔다 갔다 하면서 다시 글을 만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자인 같은 경우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출판사에서 월급 받고 그 일을 하는 직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브런치는 적재적소에 사진도 넣어야 하고, 글씨의 강조 색깔도 넣어야 하고, 필요할 때는 문장이나 단어를 굵은 글씨로 넣어 주어야 한다. 브런치는 네이버 블로그와 달라서, 브런치 구독자들도 책 읽기에 익숙한 구독자층이 많기 때문에,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사진도 없이 아무 장식 없이 글을 써도, 그 글을 브런치 독자들은 읽는다. 그러나 브런치도 굳이 말하자면 '변종 블로그'이기 때문에, 디자인적인 편집적인 요소까지 신경을 쓰면 좋다.


브런치도 블로그다. 대단히 독특한 변형된 블로그이지만 말이다. 마치 디지털 상에 책을 쓰듯이 디자인되고 설계된 플랫폼이지만, 기본적으로 브런치도 다른 형태의 블로그인 것이다. 디지털 상에 책을 쓰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고, 실제로 출판과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환상을 보여 주지만, 브런치도 기본적으로 블로그다.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나 일반적인 블로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블로그이지만 말이다. 예전의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나, 일종의 마이크로 블로그들과도 완전히 다른 형태의 블로그이지만 말이다.


브런치도 블로그이든, 브런치는 그냥 브런치이든, 브런치는 출판 플랫폼이든, 사실 작가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냥 이 플랫폼의 정체를 알면 글쓰기의 전략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지, 각각의 플랫폼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든, 사용자 개인이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목적으로 사용하면 그만인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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