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고모 댁에 김장하러 갔다가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저희 주일 오후에는 네팔 예배 가야 해서 좀 늦을 것 같아서요."
"늦어도 괜찮아. 김장은 내가 다 할 테니까, 속만 조금 넣어 주고.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가."
광교 아파트에 사시는 셋째 고모께서 김장하실 때 우리도 가서 같이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 날이 오늘일 줄은 몰랐다. 주일 오전에는 셋째 고모께서 교회 사모님이신 가족과 같은 작은 교회에 다니고, 주일 오후에는 아내 에미마와 네팔어 예배에 간다. 고모는 일 할 것 많지 않다고, 늦게 와도 되니까, 와서 조금만 일 하고 밥이나 먹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오빠, 고모가 우리 일 하라고 부르신 게 아니라, 밥 먹고 가라고 부르신 것 같은데요."
"그렇지?"
네팔어 예배를 마치고 교회에서 고모 아파트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았다. 셋째 고모는 지난번 철원의 둘째 고모 댁에 가서 김장을 했을 때처럼 엄청나게 많은 양을 김장한 것이 아니었다. 셋째 고모는 일 년 먹을 양을 한 번에 만드신 것이 아니라, 얼마 동안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김치 양만 작게 만들어, 그때그때 김장을 하신다고 한다. 철원 둘째 고모의 김장도 한 해를 버티지는 못하지만, 내년 여름까지는 가는 것 같은데, 셋째 고모는 많이 않은 양을 해서 떨어질 때까지 드시고, 필요할 때마다 김장을 그때그때 해서 드신다고 한다.
"고모, 에미마 엄청 잘해요. 한국 여자들보다 한국 요리를 더 잘해요."
"요즘에 젊은 애들 요리 못해. 에미마는 아주 훌륭하지."
나는 여자는 요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고, 남편이나 아내 둘 중에 하나만 잘해도 되고, 둘 다 못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형편대로 살며 사랑하며 먹고살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요리 잘하는 여자랑 살아서 행복한다. 아내는 요리 잘 안 하는 남편을 만나서, 조금 불행할 때가 있지만 말이다. 꼭 남편을 시켜먹고 싶어서라기 보다도, 자신이 요리를 잘해도, 남편이 아내를 위해서 요리를 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어쩔 때는 정말 힘들어서 요리를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아내에게도 있다.
한 때는 가끔 이벤트로 부대찌개나 이런 거 유튜브로 공부해서 해 주었는데, 지금은 요리는 안 하기로 했다. 대신에 아내가 밥 하기 싫으면, 내가 라면이나 짜파게티를 끓여 주거나, 계란 후라이를 해주거나 계란을 삶아 주거나 그 정도만 한다.
아내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 나는 앞으로 요리하는 남편이 되어야겠다. 아내에게 사랑의 요리를 만들어 주는 요리 에세이를 써 보아야겠다. 또 아내를 위한 요리 유튜브도 만들어 보아야겠다. 어차피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이라면, 아내 에미마를 사랑하는 것을 주제로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