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내 요한이 셋은 파주에 나들이 갔다. 어머니께서 우리도 좋은 데 가서 놀다 오라고 밀어주시지 않았더라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파주에 갔다. 아내는 그렇게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았다. 내 딴에는 결코 멀리 간 것은 아니었다. 멀리 갈 생각이 있었더라면 강원도 양양에 갔을 것이다. 최근 내가 가고 싶어 간지러운 꽂혀 있는 곳이 양양이다. 돈 있으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돈 없으면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물 하나 사 먹고 오는 것이다.
파주도 그냥 근교에 가볍게 드라이브 가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올 생각이었다. 아기를 데리고 아내가 나갈 채비를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조금 늦었다. 밥때를 놓치면 여행이 힘들다. 그렇지만 파주 프로방스 마을에서 밥 먹고, 옆에 헤이리 마을에서 커피 마시고, 그게 여행 플랜이었기 때문에, 밥때를 조금 놓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목적지를 정하고, 아내는 그냥 나가서 바람 쐬러,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것 외에 사전에 합의 없던 나들이었다.
프로방스에서 닭갈비를 먹었다. 1층은 철판닭갈비, 2층은 숯불닭갈비다. 요즘 크게 하는 닭갈비집은 그렇게 한다. 나는 13년 반 동안 닭갈비의 도시 춘천에서 대학을 다녀 닭갈비는 철판이다.
나와 아내는 닭갈비를 먹고, 두 살 아들에게는 주먹밥을 시켜 주었다. 닭갈비는 떡볶이 떡이 제일 빨리 익어 가장 먼저 먹게 되는 게 떡볶이 떡인데, 내 입맛에 맞지 않아 여기 닭갈비는 맛이 없나 싶었다. 닭갈비와 볶음밥은 맛있었다. 닭갈비가 닭과 나중에 볶은밥만 맛있으면 되지 떡볶이 떡 맛 정도는 용서할 수 있다.
아내는 전날 외국인복지센터에서 여주 루렌시아라고 유럽 마을에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거기가 프로방스랑 비슷한 콘셉트인 데다가 더 최근에 지었으니 더 잘 지었을 테니, 아내에게 프로방스가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다.
애초에 오늘은 아내가 나들이 갈 컨디션이 아니었다. 나들이도 컨디션이 좋아야 즐겁다. 그렇지만 아들이 재밌게 놀았다. 밥 먹고 프로방스 마을을 뛰어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은 아들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내도 아들이 즐거운 모습은 보기 좋다. 다만, 그다지 넓지 않은 프로방스 마을에도 아들이 좋아하는 구역이 있었다. 거기서만 놀려고 해서 애를 먹었다.
밥 먹고, 프로방스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내가 옆 마을 헤이리 카페에 들렀다 가자고 하니 아내가 그냥 가자고 했다. 아니면, 커피만 사 가자고 했다. 내가 토끼 먹이 주는 카페라고 요한이 데리고 토끼 먹이 주고 올 테니 차에 있고 싶으면 있으라 했다. 아내도 따라 들어왔다.
차 한 잘 마시면 토끼 먹이 주기 체험은 공짜고, 차값과 토끼 체험비가 비슷했다. 나와 아내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아들은 어린이 오렌지주스를 사 주었다. 토끼 체험비랑 어린이 오렌지 주스 가격이 같았다. 아내를 카페에 두고, 카페 옆 토끼랜드에 둘이 들어갔다.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토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공간이었다. 당근 하나에 천 원이었다. 하나는 부족했다. 세 개 정도 사 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거길 다시 갈 생각은 없다. 그래서 토끼 카페에도 기어이 간 것이다. 어차피 오는 간 데를 다시 갈 생각은 없고, 또 오늘 프로방스 찍고 헤이리를 찍어야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11시에 출발하여, 드라이브하고 밥 먹고 차 마시고, 6시에 돌아왔으니, 그렇게 과한 스케줄은 아니었다. 다음엔 아내 컨디션이 좋을 때 가야겠다. '갈래?' 할 때 따라나선다고 그게 다 동의가 아닐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