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봄 조울증에 걸렸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청소년 심리학입문서 <청소년을 위한 심리학 에세이>에서는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심리치료만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약물치료만 단독으로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고, 심리치료만 단독으로 하는 것이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만큼이나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도 조현병이나 내가 걸린 1형 양극성장애 조울증은 약물치료 없이 심리치료만 단독으로 진행해서는 안 되는 정신장애라 한다. 스무 살 조울증에 걸려 거의 이십 년 가까이 조울증으로 방황했던 내가 심리치료를 받지 않았던 것은 의료보험이 안 되어 비싸기 때문이었다. 심리치료를 받기가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면, 심리학을 독서를 통해 독학하여 스스로 건강한 정신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해냄출판사에서 출간된 <청소년을 위한 심리학 에세이>의 공동저자 고려대 심리학부 고영건 교수와 서울여대 아동학과 김진영 교수는 둘 다 고려대 심리학과에서 임상심리 박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역시나 내 예상대로 부부 심리학자였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으로 21세기 초 존재했던 직업의 절반이 AI로 대체되는 데, AI가 대체할 수 없는 미래에 사라지지 않을 대표적 직업이 심리학자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더라도 AI가 인간적인 경험이 중시되는 영역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탐구는 학문이다"
심리학의 아버지는 빌헬름 분트이다. 심리학은 오랜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짧은 역사를 지녔다. 심리학이 등장하기 오래전부터 의사 철학자 극작가 등이 심리학의 영토인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관해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그럼에도 빌헬름 분트를 심리학의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과학적인 방법으로 경험적 근거에 기초에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설명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빌헬름 분트는 지적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너드였다. 실생활과 다르게 실험실에서 사회성이 없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되었다.
최고의 심리학 고전은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어려서부터 병약하여 눈과 척추 등 다양한 신체부위에 질환이 있었고 정신적으로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여,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강요로 생리학을 공부하고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평생 의학에 관심을 두지도 개업을 하지도 않고, 심리학을 공부하여 심리학의 기념비적 저서를 집필했다.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계의 다윈으로 불렸다.
심리학은 마음을 알아맞추는 독심술도 심리상담을 중심으로 하는 인문학도 아니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관한 과학이다.
심리학은 허브 사이언스이다. 심리학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 학문으로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모두 아우른다. 심리학은 주장과 더불어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도 함께 제시한다. 심리학은 다른 분야와 달리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진 분야이다.
심리학은 크게 기초심리학과 응용심리학으로 나뉘며, 순수학문인 기초심리학에는 실험심리학 인지심리학 생물심리학 사회심리학 성격심리학 발달심리학이 포함되고, 응용심리학에는 임상심리학 상담심리학 건강심리학 학교심리학 산업 및 조직심리학이 포함된다.
컴퓨터버그처럼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도 마인드버그가 존재한다. 장기기억과 달리 단기기억에는 용량의 제한이 있다. 인출 단서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도록 하는 데 효율적이다. 뇌는 채워 넣기의 명수라 없는 것을 태연히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는데, 기억은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보여주지 않는다.
인간의 두뇌는 좌뇌와 우뇌 두 개의 사령탑이 있어 두 개의 사령탑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지만, 머릿속의 두 개의 사령탑이 충돌하기도 한다. 나에게 내가 낯설고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는 것은 좌뇌와 우뇌가 따로 놀기 때문이다.
기분과 감정이 심하게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다. 기분이 지나치게 저하되면 우울증, 기분이 극도로 고양되면 조울증이다. 나는 내가 조울증이었어서 조울증의 기분의 고양됨이 무엇인지 잘 안다. 그냥 기분 변화가 심한 게 조울증이 아니라, 그 정도가 정상범위를 뛰어넘는다. 과대망상을 들고, 돈을 쓰고, 도덕과 윤리를 상실한다.
이 책은 심리학의 개론서는 아니고 청소년을 위한 심리학 입문서이지만, 그렇다고 심리학을 누구나 쉽게 접하게 하는 대중서적도 아니다. 대상이 청소년 심리학 입문자라는 것이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청소년이 있다면 대학교에서 심리학 전공을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얻은 인사이트도 있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많다. 이해될 때까지 찬찬히 읽어볼 관심과 여유가 이제는 없다. 아마도 내가 중학생 고등학생 청소년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심리학에 대한 관심과 지적 호기심과 탐구의 열정과 여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