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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06. 2024

유비쿼터스처럼 AI도 인간의 비서일뿐

지불 능력만큼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할 뿐

2003년 1년간 숭실대 전산원 다녔다. 일종의 학점은행제 평생교육원인데, 지금은 글로벌미래교육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0년 스무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려 입대 6개월도 되지 않아 군 병원에서 제대했다. 이듬해 2001년 봄 바로 복학했다. 아직 군대에 가기 전 조울증에 걸리기 전 1학년 때 성적도 좋지는 않았다. 다만, 그때는 학사경고 라인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일반적인 공부 안 하는 1학년 남학생 수준이었다.


부모님께서 나의 대학생활을 걱정하여 2001년에는 자취 대신 기독교 선교단체 CCC 기숙사에 넣어놓으셨는데, 그해 1학기 2학기 ALL F 0.0이 나왔다. 계열마다 과마다 틀린데 우리 과는 성적으로 제적되고 그런 것은 없었다. 다만, 그 정신으로 졸업하기까지 13년 반이 걸렸다.


부모님께서 그 상황을 파악하시고 휴학시키고 집으로 데려가셨다. 2002년에는 집에서 쉬며 파리바게트에서 알바하며 지냈다. 2003년 춘천 학교로 돌려보내기도 불안하고, 그렇다고 계속 놀게 하기도 그러니, 부모님께서는 숭실대 전산원을 알아보셨다. 나는 강원대 영어교육과 학적을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점 인정은 받지 못하고 학원처럼 다녔다. 학적을 정리하면 차후에 전산원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1년 다녀보고 생각하기로 했다. 과톱을 다툴 정도로 학점도 잘 따고 과대표를 할 정도로 생활도 잘했다. 그래서 강원대 영어교육과로 다시 돌아갔다.


거기서 계속 공부를 했으면 아마도 프로그래밍 쪽으로 편입이나 취업을 했을 것이고, 지금은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1학년 때 배운 것으로는 실무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그렇다 하여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은 아니고, 내 사고가 디지털 친화적이 되고, IT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다.


교수님 중 특별히 열정이 있으신 한 분이 있었다. 방과 후 애들을 모아 심화교육을 시켜주셨다. 물론 심화교육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은 딱 한 명뿐이었다. 나는 아니었다.


그 교수님이 꽂혀 계셨던 개념이 유비쿼터스였다. 유비쿼터스는 원래 신학적 개념이다. 신이 언제 어디에나 편재하듯이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컴퓨팅을 말한다. 그러나 현재 구현된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언제 어디에나 작은 컴퓨터가 들어가지는 않는다. 돈이 되는 타산성이 있는 곳에 들어간다.


현재 실제 세계에서 실천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인간을 구원하지도 인간을 지배하지도 않는다. 돈이 되는 타산성이 있는 곳에 들어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구독 형태로 과금한다. 유비쿼터스는 인간을 구원하지도 지배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비서가 될 뿐이고, 지불하는 비용만큼 그 비서를 이용할 수 있다.


ChatGPT 등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를 걱정한다. 그 걱정은 우리가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올 때 밀레니엄 버그를 걱정했던 것과 같은 걱정이다.


다양한 AI 서비스가 나올 것이고, AI는 인간의 비서가 될 것이나, 지불하는 만큼 차별적으로 AI 비서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AI 지식과 센스에 따라 AI 비서를 이용해 얻는 정보의 격차도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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