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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27. 2020

신세계 상품권으로 이마트가 아닌 빕스에 갔다가 혼났다

이번 기회를 삼아 내 경제 수준에 맞는 소비 수준으로 몸을 길들여야겠다


아침에 교회 목사님께 전화가 왔다. 교회 목사님은 나의 셋째 고모부이시도 한데, 나는 고모는 고모라고 부르고, 고모부는 목사님이라고 부른다.


"오늘 교회 올 거야?"


코로나 사태가 심상치 않아서 온라인 예배 스태프 인력만 최소한 모인다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최상위 단계에 이르러 봉쇄 단계 Lock Down 단계가 되어서, 목사님 혼자 온라인 예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는 이상, 내 스마트폰을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물어보나 마나 나는 가야 하는 것이었다.


"저 영상 촬영하러 가야 하지 않나요?"


"그렇지. 다함이는 오고, 에미마는 집에서 유튜브로 예배를 드리라고 해."


사실 나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유튜브로 예배를 드릴 수 있으면 더 좋다. 아내는 교회에 가고 싶지만 교회에서 오지 말라고 해서 가지 못했고, 나는 집에서 유튜브로 예배드리고 싶은데 "오늘 교회 올 거야?"라고 목사님에 명령문이 아닌 의문문으로 의사를 물어보셔도, 내 선택의 여지가 없이 영상 촬영을 하러 가야 한다.


"에미마, 그러면 오빠가 예배 끝나고 나올 때 전화할 테니까 그때 나올래? 아니면 오빠가 집에 와서 같이 나갈까?"


"교회에서 떠날 때 전화해요."


예배가 끝나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집에 오는 동안 아내는 아파트 정문 앞으로 나왔다. 우리 아파트에서 교회까지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 원래 교회에서는 교회 나오지 않는 배우자를 초대해서 성대하게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하려고 했다. 교회 재정으로 성도의 배우자에게 선물도 주고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심상치 않아지면서, 행사 자체가 엎어졌다. 크리스마스 행사 초대장을 나에게 부탁하셨는데, 결국은 초대장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게 되었다. 교회에서 우리 부부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겸, 교회를 위해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든 것에 대한 우리 교회 재정에서 할 수 있는 답례 겸 해서, 신세계 상품권 10만 원권을 주셨다.


처음에는 신세계 상품권으로 신세계나 이마트만 되나 싶었다. 아내에게 신세계 가서 10만 원 이내에 밥을 먹고 화장품 같은 작은 쇼핑을 할까 아니면 이마트 갈까 물어보았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차이를 모르는 아내에게 나는 신세계로 토끼몰이를 한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말이다. 아내를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용돈 타서 사는 가난한 처지에 이마트 가서 필요한 생필품을 살 수도 있는데, 신세계에서 밥 먹고 쇼핑하고 그렇게 돈을 쓰고 싶었다. 선물로 들어온 상품권인데, 그렇게 써도 되지 않나 싶었다. 사치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해야 하는 우리 처지에서, 선물 들어온 상품권 10만 원을 하루에 밥 먹고 쇼핑하는데 쓰는 그 정도의 사치를 누려도 되지 않나 싶었다. 아내도 돈이 없어 안 하는 것이지, 아내도 젊은 청춘인데 그렇게 재미난 것 하면서 살고 싶지 않나 생각했다. 에미마가 예전에 나에게 한 말이 있어서이다. 물론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이지만 말이다. 아내가 언젠가 "오빠가 취직이 안 되면 나라도 하고 싶어요. 부모님께 도움받지 않고 우리 돈으로 살고, 우리 돈으로 작은 방도 얻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조카 다솔이에게 선물도 사 주고, 그리고 우리 재미있는 것도 하고 말이에요." 밀리의 서재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1박 숙박권을 얻어서 파라다이스시티 호캉스를 했을 때, 아내는 마치 파라다이스 천국에 온 듯 행복해했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우리 처지에 맞추어 검소하게 사는 것이지, 우리도 여유가 있으면 국내외의 맛집과 카페 등을 찾아다니고, 국내외의 호텔을 찾아다니면서 호캉스도 하고, 돈이 있으면 그런 것이 아내의 기쁨이 될 줄 알았다.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만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 들어왔을 때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지, 우리 돈 내고 그런 곳에 갈 마음은 없는 여자가 에미마이다. 물론 슈퍼리치가 되면 달라지겠지만, 아마도 우리는 평생 누가 초대해 주지 않는 이상, 우리 돈 내고 그런 곳에 가는 것을 아내는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그 돈이나 그 상품권으로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을 하지 말이다.


신세계 상품권 사용처 조사를 해보았더니, 빕스와 아웃백도 사용 가능했다. 스타벅스도 가능했지만, 카페는 코로나라서 테이크아웃하러 스타벅스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난번에는 빕스에 갔으니, 이번에는 아웃백 가볼까 하고 아내에게 토끼몰이를 했다. "에미마, 빕스 갈까?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인데 다른 브랜드인 아웃백에 갈까?" 하고 아웃백으로 토끼몰이를 했다. 아내도 지난번에는 빕스를 갔으니 아웃백으로 가기로 선택을 했는데. 예약을 하기 전에 메뉴 검색을 해 보았는데, 둘이 먹을 만한 커플 스테이크 세트를 시키면 10만 원이 살짝 넘어가고, 가성비가 적절한 스테이크 하나와 파스타 하나와 감자튀김 정도의 사이드 메뉴 하나 시켜도, 빕스에서 사이드바 먹는 것과 맞먹거나 더 비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먹느니 빕스에 가서 샐러드바를 먹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빕스를 가기로 한 까닭은, 아내 에미마는 6만 원이 살짝 넘어가는 액수를 한 식당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거스름돈을 현금으로 남겨 쓰고 싶었던 것이었다. 물론 내가 일단 먹는 쪽으로 토끼몰이를 하니까, 아내도 나를 위해서 식당에서 현금으로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는 정도를 살짝 넘는 식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내가 빕스를 가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아내는 상품권 사용처를 잘 모르니까, 가장 경제적으로 거스름돈을 남겨 생활비로 쓰고 싶었던 것이다. 만약에 아내가 그 상품권으로 빕스에서 둘이 6만 5천 원짜리 사치를 즐기는 대신, 이마트 가서 장도 보고 생활용품도 사고하는데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이마트에 갔을 것이다. 내가 아내에게 신세계 상품권 뒷면에 적혀 있는 데로,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을 안 해 준 것은 아니다. 나는 신세계와 이마트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고 어디 갈까 아내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이마트가 우리 집 앞에 있는 예스마트의 초대형 버전임을 나에게 설명받지 못한 것이다.


"이마트가 뭐 하는데인지 말해 줬어야지? 다솔이(내 동생 아들이자 우리 조카) 돌잔치 선물도 사주고, 생활에 필요한 것도 살 수 있는데, 한 끼에 둘이서 6만 5천 원을 하는 걸 먹어요?" 맛이 있게 즐겁게 재미있게 저녁을 먹고, 상품권을 그런 비싼 데가 아니라 일생생활에 필요한 식재료나 생활용품을 살 수 있었다는 알게 된 후에 한 이야기였다. 아내가 한 끼에 6만 5천 원짜리 빕스를 선택한 것은, 빕스를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상품권 액면의 60%를 넘겨야 현금으로 거스름돈을 주는데, 밥 먹고 돈 남겨서 생활비로 쓰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를 위해 아내에게 즐거운 시간을 주려고 빕스로 아내를 토끼몰이했고, 아내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게 해 주고 돈을 남겨 모으려고 한 것이었다. 나는 아내를 위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위해서였던 것 같다. 또한 결혼한 지 2년이 되었지만, 아내가 뭐를 진정으로 원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당연히 빕스에서 점심식사를 하면 맛있고 재미있지만, 백수가 10만 원짜리 신세계 상품권을 받았다고 둘이서 6만 5천 원짜리 저녁을 먹고, 나머지 돈을 생활비로 쓰는 선택을 한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소비행태는 안정된 직장이 있는 중산층의 소비방식이 아니라, 가난한 빈민의 소비방식이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부부 교사셨는데, 일반적으로 부부교사 정도의 경제관에서 이런 소비는 하지 않는다. 최하위층들이 이런 소비를 한다. 평소에 손가락 빨고 살면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 살면서, 내가 번 돈이 아닌 누가 도움의 손길로 돈이나 상품권을 주면 삼겹살 사 먹고 양주를 사 먹는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주변에서 도와줘도 그 도움이 경제적으로 실용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것이고, 또 그래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가난과 무능은 불편하고 어떤 차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지, 가난과 무능이 죄는 아니다. 가난과 무능을 남과 사회 탓을 돌리고, 가진 자를 미워하고 남의 재산을 탐내는 것이 죄이지 말이다.


동생이 아내 생일선물로 CJ 상품권을 주어서 빕스에 한 번 아내를 데리고 가 보았고, 이번에 교회에서 신세계 상품권을 주어서 아내를 데리고 두 번째로 가 보았다. 아내는 빕스가 좋아서 간 것이 아니라, 상품권으로 액면가의 60%을 살짝 넘게 소비해서 최대한의 거스름돈을 현금으로 받아 생활비로 쓰려고 한 것뿐이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우리 돈이 아닌 선물로 받은 상품권이니까 빕스에서 밥을 먹은 것이다.


동생이 아내의 생일 선물로 준 CJ 상품권도 VIPS, CGV, 올리브영만 되는 것이 아니라, CJ 오쇼핑, CJ mall에서도 사용이 가능했다. 아내에게 다시 물어봤더니, CJ 상품권도 CJ 계열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용 가능하였다면, 생필품이나 가족선물을 샀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빕스나 아웃백 마니아는 전혀 아니다. 빕스는 올해 받은 두 번의 상품권으로 간 것이고, 아웃백은 예전에 교회 주일학교에서 교회 돈으로 가 본 적이 전부이다. 아내는 두 번의 빕스에서 즐거운 재미있는 맛있는 시간을 가졌지만, 만약에 그 돈으로 이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필품이나 선물 용도의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소비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내 추측이 아니라 직접 에미마에게 물어본 대답이다.


"에미마! 오늘 확인해 보니 지난번에 동생 바다가 생일선물로 준 CJ 상품권 10만 원 빕스 말고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필품도 살 수 있었다네. 만약에 그거 알았으면 빕스 갔어? 아니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필품 샀어."


"당연히 쇼핑몰에서 생필품 샀지요."


돈에 환장하지는 않지만, 돈 쓰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돈이 없으면 안 쓰고 손가락 빨면서 배고프게 살았지만, 돈이 있으면 내 경제 수준에 맞는 소비가 아닌 돈으로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물론 큰 소비는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큰 소비를 하려면 돈을 모아야 하는데, 돈이 생기는 족족 썼기 때문에, 더 큰 소비는 하지 못했다. 큰 소비를 하는 날은 목돈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제 나의 소비패턴이 바뀔 것 같다. 맛집 식당에서 외식하고, 카페 탐방 다니는 것보다도, 집에서 아내와 맛있는 요리를 해 먹고, 집에서 커피를 타 마시고 하는 재미를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원래 내가 세운 계획은 신세계 백화점에 가서 한 사람에 만원에서 만 오천 원 정도 하는 점심 먹고, 남은 액수로 옷은 못 사주어도, 화장품 코너에서 립스틱이나 화장품 작은 것 몇 개는 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세계 백화점 그 안에서 나름 작은 식사와 작은 쇼핑을 하면서 10만 원을 쓰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내는 왜 10만 원을 다 쓰냐는 것이다. 돈을 남겨오자는 것이었다. 신세계 백화점에는 상품권 액면가의 60% 정도 하는 식사를 할 식당이 없었다. 식당에서 6만 원 이상을 쓰지 못하면, 나머지를 상품권으로 받아서, 다 소비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신세계 상품권 상세페이지를 열심히 찾아보다가, 빕스나 아웃백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아내에게 "이마트에 가서 생필품 사는 것은 어때? 야채도 사고? 새우도 사고? 오이도 사고? 참치도 사고? 라면도 사고? 동생 바다 아들 다솔이 선물 장난감도 사고?" 10만 원 권으로 그 모두를 사기에 택도 없겠지만, 일부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조울증으로 오랜 기간 방황하느라 본의 아니게 평생 용돈을 받아 살았지만, 지금까지 내 처지에 맞는 소비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원래 가난한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건전하지 않고 자신의 경제 수준에 맞춰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도 분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조울증을 오랜 기간 겪으면서 소비패턴이 왜곡이 된 것이다. 보통사람들의 일상 범위를 넘어가는 소비패턴이 고착화된 것이다. 조증 상태가 되면 자신의 모든 돈을 다 쓰고 다니고, 끌어올 수 있는 돈은 여기저기 끌어와서 다 쓰고 다니기도 하다. 뇌의 병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조증이 약물치료로 조절이 되고 난 이후에도, 소비패턴이 고착화가 되어서 보통 서민 중산층들의 소비패턴과는 다른, 평소에는 졸졸 굼다가 돈 있으면 한 방에 다 써버리는 그런 소비습관이 조울증 조절 이후에도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조증이나 우울증에서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예전에 나로 바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나는 이미 그 시간들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착하고 성실한 예전에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거나,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지금에 상태에서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내를 즐겁게 한다고, 거리두기 3단계로 올라가서 식당 못 가게 되기 전에 빕스에 간다고 했다가, 아내에게 그 돈으로 생필품 지인 선물을 살 수 있었는데, 둘이서 6만 5천 원의 식사를 했다고 혼이 났다.


"에미마,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 그렇지만, 사랑해. 생각해 보면 오빠의 무의식이 빕스에 가고 싶었던 것 같아. 에미마에게 재미있고 맛있는 경험을 시켜 준다는 탈을 쓰고 말이야. 앞으로는 에미마에게 뭘 하고 싶은지 미리 잘 설명해 줄게. 사랑해.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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