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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ul 08. 2024

나도 포노 사피엔스에서 AI 사피엔스로

Phono Sapiens to AI Sapiens

"브런치 컴퓨터학원입니다."

컴퓨터학원의 본명이 브런치 컴퓨터학원 아니다. 당연히 가명이다.


"안녕하세요. 혹시 7월 말에 시작하는 AI 활용 영상제작 과정 빈자리 있나요?"

"자리는 있는데요. 취업을 전제로 하는 과정이라 두 가지 조건이 있어요. 하나는 교육 후 취업을 하셔야 하고요."


취업은 내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리고 취업을 전제로 해서 35세 이하만 수강이 가능해요."


나이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AI 활용 광고영상 제작자로 취업과 나이가 무슨 상관있냐 만은 상관있다. 지금 나는 마흔 넷이다. 마흔 살에 출판편집디자인 과정을 이수했다. 그때는 열심히 과정에 참여하며 기능은 익혔지만 경쟁을 뚫고 취직할 역량에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나이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수원고용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알선받고 있는데 그것도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신입으로 어디든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학원에서 취업 의지를 나이로 평가하는 것은, 학원비를 학생이 아닌 정부가 내고, 정부는 취업률로 학원을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에서 나이 제한을 요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원이 그동안의 경험으로 어느 나이가 넘으면 취업 불가라는 것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토요일 교보문고 보라쇼에 다녀왔다. 교보문고에서 신간의 저자를 강연자로 모시는 북토크쇼다. 보라쇼에는 무료와 유료가 있는데 이번은 유료였다. 유료 보라쇼도 티켓을 팔고 자리가 비면 초청권으로 돌리는 것 같다. 전 보라쇼 참가자에게 초청권 응모 문자가 온다. 나에게도 문자가 왔고, 응모를 했고, 당첨이 되었다.



이번 보라쇼의 강연자는 『︎AI 사피엔스』︎를 쓴 최재붕 교수다. 보라쇼는 피아니스트 문아람이 기획자 겸 진행자인 사전공연으로 시작한다. 이번 보라쇼의 사전공연에는 피리와 장구 연주자가 함께 했다. 보라쇼가 열리는 장소는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대산홀이다. 광화문 교보빌딩의 최상층이다. 무대 뒤 벨뱃 커튼이 열리면 물이 흐르는 정원이 나타난다. 필요와 상황에 따라 커튼이 열렸다 닫히는데 몇 차례 그곳에 가 보았지만 갈 때마다 새롭고 멋있다.


지금은 AI 혁명 중이다. 세상이 격변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인간을 지배하지 않을까 공포가 우리를 사로잡는다. 나는 세상은 격변하지만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다. 또 어차피 지금 내가 AI를 안 시작해도, 시간이 지나면 직관적으로 누구나 안 배워도 쓸 수 있고 serviced AI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AI로 먹고사는 직군이 아니라면, 그렇게 설레발치지 않아도 생각했다.


나는 ChatGPT가 나오고 Microsoft Edge 브라우저에 탑재되었을 때 테스트 몇 번 해 보았다. 구글 Bard와 네이버 Cue도 테스트를 해 보았다. 단순 호기심에 나오는 생성형 AI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게 끝이었다.


최근 생성형 AI를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 글에 주제와 관련된 삽화를 MS Copilot에게 맡겼다. 구직활동을 하는데 자기소개서 나의 장단점 란에 무엇을 써야 할지 AI에게 도움을 받았다.


이 강연을 듣기 전 내가 최근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 정도가 이 정도였다. AI가 궁금해 이 강연을 들은 것은 아니다. 유료 북토크의 무료 초대권 문자가 와서 응모했다. 얼마 전 서울국제도서전에 아들을 데리고 가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못 보고 아들을 쫓아다녔다면, 이번에는 나 혼자 다녀왔다.


강연을 듣고 내 생각이 좀 바뀌었다. 세상이 바뀌고 그 변화에 따라 사람이 뛰고 있다. 기후변화가 와서 저지대가 잠기고,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사람 살기 좋은 데로 옮겨가 살면 되지 않나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 생각이었다. 근데 그게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내 땅이 잠기고 새로 드러나는 땅은 이미 땅을 가진 자가 발을 먼저 디디고 있다.


AI 강연을 듣고, 어차피 지금 구직도 안 되고, 당장 책을 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몇 달 전 포기했던 직업훈련을 이참에 받아볼까 생각이 들었다. 직업훈련 포털 hrd net에 들어갔다. 지금 받을 수 있는 AI 훈련을 검색해 보았다. 영상편집을 배우고 싶었는데, AI를 활용한 광고영상 제작 과정이 있었다. 어차피 백수이고 어렵게 올라간 면접에도 줄줄이 떨어지는데 이 시기에 마지막으로 직업훈련을 들어봐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교육받고 그쪽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다. 잠깐 생각을 하고 접었다. 지금처럼 고용센터에서 알선을 해 주는 곳에 이력서 내고 면접 보면서 책 읽고 글 쓰는 것이 나에게는 최선이다 싶었다.


바로 마음이 다 잡혔는지 알았는데, 내 마음은 흔들리는 상한 갈대였다. 오늘 아침에 학원에 전화를 했고, 내가 대상이 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교육에 자리가 있고 수강 가능해도, 고용센터에 내가 지금 직업훈련 수강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아야 하기는 한다.


글을 쓰고, 글감을 찾는데, AI를 도구로 활용해야겠다, 전문가적 시점은 아니고, 작가의 시점으로, AI 대중서도 써 보고 싶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핫한 주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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