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올라도 아직 보이지 않는 정상을 향하여
2015년 봄, 에세이 작가가 되기로 했다. 2014년 가을 조울증이 재발하여 집에서 쉬고 있던 나는, 동생 사업장에서 알바를 하며 글을 써야지 했다.
처음 작가가 되어야지 했던 것은 아직 대학을 다니던 2008년이었다. 나는 영어교육과 전공 대신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 수업을 들었다. 시창작 과목은 A+를 받았고, 소설창작 과목은 A0를 받았다. 그때 나는 순수문학을 하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2009년 겨울 조울증이 재발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하며 문인의 꿈도 소멸되었고, 퇴원 후 회복된 후에는 꿈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디디고 살았다. 2012년 여름 우여곡절 끝에 13년 반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를 했다. 영어 수업을 하고 학교 영어과 업무를 보는 비정규직 영어교사로, 자리를 잡았더라면, 정규직은 아니지만 무기계약직으로 계속 있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전 2000년 가을에 나는 시 한 편을 지었다. 그 이후로 나는 무대에 서야 할 때마다 이 시를 읊었고, 이 시로 작곡한 노래를 불렀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고2 때 첫사랑에게 보내고 보내지 못한 편지로부터였다.
오르고 올라도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긴 한데 여기만 넘어가면 정상이 보일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포기하지 못한다. 너무 많이 올라왔기에 아까워서 내려갈 수 없다. 아니, 정상을 오르는 게 나에게는 내 인생이 되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오르고 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