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Jan 09. 2021

오지랖에 스텝이 꼬였다

살다 보면 때로는 의미 없는 일에 온 에너지를 쓰기도 한다

매일 가능한 많은 브런치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작년 10월 초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현재까지 80개의 글을 썼으니, 상당히 많은 글을 쓴 작가 중에 하나일 것이다. 모든 글이 일정 수준 이상의 출판 가능한 양과 질의 글은 아니지만 말이다. 작년 말일 2020년 12월 31일 마지막 글을 남기고, 새해 들어서 10일 정도 지난 오늘에야 첫 글을 남겨 본다.


슬럼프에 빠져서 글쓰기를 멈춘 것은 아니고, 프리랜서로 책 한 권의 표지와 내지의 북디자인 의뢰가 들어왔다. 새로운 책을 새로운 구성으로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고, 기본의 책 그대로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출판한 PDF 파일이 있다는데, 그것 그대로 인쇄소에 가져가서 인쇄하면 되는데, 왜 내가 다시 작업을 하나 의문사항이 있었다. 물론 그래서 나에게 일이 들어왔지만 말이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목사님이신 고모부와 고모께서 운영하시는 기독교 출판사에서 예전에 발간한 책이다. 기독교 출판사에서도 단행본보다는 성경공부 교재들을 출판하는 출판사이다. 고모 내외 분이 운영하시는 기독교 단체에서 발간하는 성경공부 교재를 발간하는 출판사이다. 내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첫 작업을 하게 된 책은 이 기독교 단체에서 나온 책은 아니다. 고모께서 미국에서 들여온 또 다른 기독교 단체에서 쓰는 교재 워크북인데, 고모께서 직접 번역을 하셔서 고모 출판사에서 출판을 하신 것이다. 고모께서 1대 회장을 하고 이를 이어받은 2대 회장이, 고모와 출판사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ISBN 책 등록도 하지 않고, 똑같은 책을 이리저리 짜깁기 해가지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책을 찍어서 그 단체 내부에서 판매를 한 것이다. 소송으로 가면 그 사람이 감옥에 가야 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을 한 것이다. 합의가 잘 되어 좋게 처리하기로 하셨다. 그래서 고모의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낸 초판을 절판 처리하고, 새 회장이 짜깁기 한 디자인과 구성을 고모와 출판사가 교정을 보아서 고모의 출판사에서 재판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쪽에서는 본인이 라이선스를 따오고 번역을 한 것도 아니면서, 본인이 짜집기 하고 새로 구성한 책의 디자인과 구성을 고수했던 것이다.


출판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서 현재는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출판사 직원들이 이 책 작업을 하기에는 이미 스케줄이 있어서 시간을 뺄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조카라고 할지라도, 아무리 작은 출판사라고 할지라도, 영세 출판사 사장이신 고모부께서 나를 쓸 수 없는데, 직원들이 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내가 학원에서 배운 기술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인지, 또 조카에게 기회를 주시기 위해서인지, 나를 이 일에 불러 주셨다.




그저께까지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오직 이 작업에만 몰두했는데, 어제부터 일종의 슬럼프에 빠졌다. 나는 뭔가를 할 때는 그것 하나만 하고, 안 하면 아예 안 하는, 도 아니면 모인 성격이 강하다. 나 같은 스타일은 내가 해야 할 생산성 있는 일에 중독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내가 무엇에 중독되었다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심상치 않게 되어서, 코로나 단계가 올라가지 않은 수도권 외에 지방에서도, 교회 예배를 비대면 예배로 드리게 되었다. 부산에 어느 교회에서는 반기독교적인 정권에 대항한다고, 천여 명이 예배를 강행한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교회는 정부 지침에 따라서 2.5 단계가 아닌 지방에서도 비대면 예배를 드리기로 한 것 같다. 정부 지침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지금 대면 예배를 강행에서 교회에 득 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귀농하신 논산의 시골 교회에서도 내일부터 비대면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교회에서 아무도 유튜브 영상을 해 본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오지랖에 도와 드린다고 나섰는데. 교회 계정을 내가 직접 만들어 드리고, 채널 아트와 예배 때 쓸 썸네일 만들어 드리고,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 네이버 프리즘 앱을 단계 단계 별로 캡처해서 알려 드렸다. 아버지는 아버지께서 개척하신 수원의 교회에 은퇴 목사님이시고, 시골교회의 담임 목사님은 따로 계신다. 아버지께서는 그나마 시골 어른들 가운데서 디지털에 능숙하셔서 설교하시는 목사님 대신하여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시려는 것이다.


나에게는 어렵지 않은 쉬운 일인데, 부모님 세대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유튜브를 나보다 더 즐겨 보시지만, 유튜브를 보는 것과 하는 것은 또 다른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논산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농업대학 이비지니스 학과를 통해서 YouTube 만드는 것을 배우셨는데, 어르신들은 배우신다고 그 기능을 알고 쓰는 것이 어렵다. 나와 같이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앱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한 번 보고 아이콘 보고 눌러보면 간단하게 앱 기능을 익힌다. 혹 모르는 게 나오면 네이버나 구글이나 유튜브에 검색하면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우리 부모님 세대는 쉽지 않은가 보다. 우리 부모님은 도시생활을 하시고, 학교에서 직장생활을 하셔서, 컴퓨터나 유튜브에 익숙하시면서도, 하는 것만 하시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은 못하신다.


내가 아주 자세히 오랜 시간에 걸쳐 설명을 드렸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내일 예배 전에 미리 라이브 테스트를 해 본다고 수차례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부모님께서 이해하시기가 어려웠을뿐더러, 어느 한도 이상 테스트로 라이브를 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까, 유튜브 라이브 한도에 걸려 버렸다. 하루에 라이브를 무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 번 횟수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24시간이 지난 후에야 락이 풀어진다고 하였다. 문제는 내일 오전 예배를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드려야 하는데 시골 교회 계정으로는 불가능했다.


어머니 아버지 유튜브 계정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계정 만든 지 24시간 후가 아니라,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신청을 하고 유튜브 계정에 전화번호 승인 후 24시간이 지나야 스트리밍이 가능했다. 그래서 구독자 350명에 머물러 있고, 잠시 활동을 멈추고 있는 나와 아내의 유튜브 계정의 채널 아트와 프로필 사진을 교회 것으로 변경하고, 내가 그동안 올려놓았던 모든 영상을 비공개로 바꾸어 두었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정보나 구독자들을 교회 성도나 영상 촬영을 위해 내 계정에 접속할 분들이 보지 못하게 가리거나 삭제해 버렸다. 영상은 비공개로 돌려놓은 것이니까, 다시 공개로만 돌려 두면 그만인데, 문제는 모든 것을 초기화시킨 개인 유튜브를 내일 시골 교회 예배 때 1회 적으로만 쓰고 다시 재구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계정을 임시 교회 계정으로 세팅을 해드렸는데, 영상 촬영은 되는데 또 하나의 문제가 오디오 소리가 안 들어간다는 것이다. 소리가 들어가야 하는데, 소리가 안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을 예상하여, 며칠 전부터 미리 계정을 만들고, 테스트를 하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내일 유튜브 방송을 할 수 있을지 불가능하게 되었다. 부모님께서는 안 되시면 카톡으로 하면 된다고 하시지만, 카톡으로 라이브 하는 것은 화질이 떨어진다고 들었다.


아무 소득도 없이 괜히 오지랖으로 도와 드렸나 하는 후회도 든다. 쉽게 설명을 한다고 부모님께서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는 법을 이해하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론 상으로는 한 번 제대로 하는 것이 어렵지, 한 번만 되면 두 번은 쉬운 것이지만, 어떤 것에 대해 어떤 층에게는 한 번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노래하는 기술 가운데 고음 내기이다. 음정 박자 목소리를 좋은데, 문제는 고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전에 잠깐 취미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보았고, 유튜브로 보컬 트레이닝 강좌를 보았는데, 그게 듣는 다고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최재붕 교수는 현재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포노 사피엔스가 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시 못하는 사람들은 4차 산업시대에서 정보격차 때문에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는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좋은 스마트폰이 나와도, 자기가 아는 만큼 필요한 만큼만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상대적으로 젊으신 축에 속하시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계신데, 그분께서는 SNS 활용도 잘 안 하신다. 컴퓨터는 업무 정도에 쓰시는 것 같다.


요 며칠 부모님 도와 드리면서 리듬이 깨졌다. 완전히 말려 버렸다. 내가 부모님을 위해서 친절하게 도와드렸다는 것 외에, 실제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일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임시적으로 시골 교회 디자인으로 위장한 내 사이트로 라이브가 안 된다면 말이다. 다른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데, 현재 단 하나의 문제는 어머니 폰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면 비디오는 나오는데, 오디오가 안 나온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하기 때문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