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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10. 2021

최고의 생일선물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떴는데, 아내가 눈을 뜨자마자 "오빠, 생일축하 해"라고 말했다. 그전에 새벽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을 깼었다. 전립선 비대증이 평균 남성보다 일찍 찾아와서 화장실을 자주 간다. 밤에 잠은 잘 자는데, 소변을 보기 위해 한두 차례 화장실에 간다. 스마트폰 중독이라서 화장실에 갈 짧은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간다. 대변도 아니고 소변을 보러 가는 그 짧은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은, 잠자는 사이 내 브런치를 새로 읽은 사람이 있는지, 네이버 블로그에 나의 새글에 대한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는 그 정도의 활동이다. 아내가 한밤 중에 내가 잘 때 마루에 나가서 생일 축하 카톡을 한밤중에 나 잘때 보낸 것을 새벽에 소변을 보며 확인했다. 아침에는 밥 대신 우유에 시리얼을 타먹거나 간단히 먹는데, 내 생일이라고 한밤 중에 일어나 전기밥솥에 밥을 안치고, 아침에 미역국을 만들 미역을 물에 담가 두었나 보다.


아내는 생일기념 선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격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고, 몇 년도 생일 에는 이 선물을 주었고, 뭐 이런 기념을 생일마다 하나씩 소유하게 되는 데에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아내는 다른 이의 기념일을 챙겨 주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기념일을 챙겨 주는 것에 대해서 큰 기쁨을 느낀다. 생일이나 기념일에 뭐 가지고 싶냐고 물어보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기보다, 이번엔 남편이 무슨 깜짝 선물을 줄까 기대를 하는 것 같다. 나는 선물을 받으면 좋고, 안 받아도 상관이 없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생일 때 선물이나 케이크가 있으면 좋지만, 그게 없다고 서운하거나 그런 것 전혀 없는 사람이 나이다. 사랑이 많은 가정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우리 집은 기념일과 선물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아내가 생일선물로 내가 샀다가 잃어버린 2~3 만원대의 저가형 가성비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으니 아내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얼마 전에 아시는 분이 자기가 그린 그림으로 디자인해서 만든 부채를 선물해 주셨는데, 그 길쭉한 부채 상자를 선물이라고 주었다. 선물 받은 부채를 나에게 주나 했더니, 무게와 흔들어 본 감각으로는 부채는 아니었다. 부채 상자에 다른 것이 들어 있었다. 길고 얇은 선물상자에 들어 있었던 것은, 두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였다. 아내는 하나님께 나의 생일선물로 임신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아내 또한 오늘 아침에 확인을 한 것이었다. 나 또한 예감은 했었다. 요 며칠 들어 평소와 달리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밤에 늦게야 잠에 든다고 하여, 무슨 몸에 큰 변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아내는 병원에 가기 전에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고, 나는 오늘 그냥 내 생일이니까 모두에게 공개하자고 했다. 부모님과 동생 부부에게만 이야기하기로 타협을 보았다. 오는 금요일에 산부인과에 다녀온 후 모두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원래 여기에도 나중에 아내와 공개하기로 한 날짜에 공개를 해야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내 오프라인 지인들도 보지만, 내 브런치 독자들은 지인 가운데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이야기해도 될 것 같다. 아내가 자기 스마트폰에 브런치 앱을 깔고, 내 브런치 하나만을 구독하고, 가끔 내가 쓰는 글들을 보고 라이킷을 눌러주는 것 같은데, 아내가 한국말을 잘하고 쓰고 읽기도 곧잘 하지만, 이 정도의 글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글의 내용과 관련된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상 무슨 내용을 썼는지 아직은 모를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은 아이 없이 아내와 둘이 사는 것도 좋은데, 내가 아는 아내의 성격은 아이가 생겨야 행복해질 것 같아서, 우리 부부에게 빨리 아이가 생기기를 소망했고, 아내는 아기가 생기면 내 조울증이 완전히 치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하나님께 아이를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나와 아내에게 아기의 소식은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 2019년 말에 처음 아기가 뱃속에서 잘못된 이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리 부부에게 최고의 선물이 왔다. 그때는 나보다 아내가 고통스러웠지만, 지나고 보면 아이를 맡을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가는 지금 아이가 적절한 때에 찾아와서 감사하다.


이제야 나도 아빠가 될 준비가 되었나 보다. 아기가 생겼다고 하니 나의 삶이 달라졌다. 한파 때문에 물이 얼까 봐 베란다에서 세탁기를 돌리지 못하고, 속옷만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는데, 나는 아내에게 하지 말라고 내가 한다고 했다. 물론 아내는 여전히 빨래를 했고, 나는 옆에서 같이 했다.


17살 때 크리스천이 된 아내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고, 하나님과 교회 중심으로 살아왔는데, 아내가 이제는 아이를 위해서 가요 듣지 말고, 찬송가와 기독교 워십송만 듣자고 했다. 우리 어머니처럼 아내 또한 세상 노래를 틀어 놓으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찬송가와 워십송을 들을 때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다. 그동안은 나 혼자 있을 때는 K POP을 듣고, 아내와 어머니와 함께 할 때는 아내와 어머니를 위해 찬송가와 워십송을 틀어 놓았는데, 아내와 아기를 위해서 아내와 아내 뱃속의 아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로 했다. 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기 전까지는 기독교 음악만 들었었다. 대학에 간 이후 좋아하는 노래의 장르가 바뀌었지만 말이다.


점심을 먹고, 정리를 하고, 아내가 쉬고 있는 우리의 침실로 들어가서, 아내 옆에서 성경을 읽었다. 원래 그동안 나는 성경 읽고 기도하는 것을 교회 예배 때만 하고 그런데 시간을 보내는 것을 힘들어했는데, 아내는 내가 교회 예배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기도하고 성경 읽는 신앙생활에 깊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나는 아내를 위해서 아내 곁에서 성경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잔잔한 기타 연주로 된 찬송가 경음악을 틀어 놓고, 누워서 잠을 청하는 아내 곁에서, 한 시간 동안 성경을 읽었다. 스마트폰 성경 앱을 꺼내 놓고, 영어 성경과 한글 성경을 함께 볼 수 있는 모드로 켜 놓고, 영어 한 절 한글 한 절 한 시간 동안 읽었다. 아내와 아내의 뱃속의 태아는 잔잔한 찬송가를 들으면서, 남편과 아빠가 읽어 주는 성경말씀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작가로서 경제생활을 하면서, 내년에 신학대학원에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고3 때 신학대 원서를 쓰고 목사님이 될 생각이 있었는데, 기존의 브런치 글에서 한 번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사연이 있어서, 목사님의 꿈을 접고 그 후에 긴 방황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 프리랜서로 일 하면서 목회 사역을 하는 사역자가 되는 게 내가 걸어야 할 길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쪽 길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내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사모님이라고 했다. 아내의 꿈은 내가 목회자가 되어서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는 것인 것 같다. 그 이유로만 목회를 시작해서는 안 되는데, 아주 오래 내 삶에 지워버렸던 꿈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 동기가 아내의 꿈과 기도였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하면서, 작가와 유튜버 영상 편집자 등으로 나의 영토를 확장해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지금 사는 삶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랑의 아이콘이 되면서, 신학대학원에 가서 목사님이 되어서 그 일도 같이 하는 것이다.


하나님 안에 살아가는 것이 행복했던 나는, 하나님을 완전히 떠나 살고 싶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은 교회를 다니면 삶이 꼬이고 주변에서 싫어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다녀야 가족과 이웃들이 좋아하더라. 그냥 가족을 위해 교회를 다녀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진실된 신앙인으로서 살아야지 나 자신과 아내와 부모님과 주변 모두가 행복해지기 때문에, 그 길로 돌아가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가고 싶지 않은 길이 결과적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아내는 오늘 아침 내 평생에 최고의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아내 에미마의 좋은 남편, 그리고 우리의 아이의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나의 삶의 목표이다. 사랑을 쫒았다가 인생을 잃었던 내가 아내 에미마를 만나 회복되고, 이제는 아내와 우리의 아이와 사랑으로 살고 싶다. 아내를 사랑하고, 우리의 아이를 사랑하는, 그런 사랑의 글을 쓰고, 사랑의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싶다.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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