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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갔다

by 최다함

2000년 1월 11일 군대에 갔다. 전날 1월 10일이 나의 스무 살 생일이었다. 군대 가기 며칠 전 나 홀로 여행을 떠났다. 학교가 있던 춘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강릉에 갔다, 버스를 갈아타고 동해에 갔다,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갔다, 입대 전날 수원 집으로 돌아왔다. 잠은 버스와 기차와 PC방에서 자고, 밥은 편의점에서 먹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여행을 다녀왔을 뿐, 내 입장에서는 가출은 아니었다. 집에서는 군대 가는 날까지 안 들어올까 봐 걱정했지만, 나의 원래 스케줄이 입대 전날 집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군생활이 막막하고 두려웠던 것은 아니다. 정작 군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소녀를 향한 그리움이 사무쳤다.


나는 춘천 102 보충대로 입대했다. 춘천 102 보충대로 가면 100이면 100 강원도였다. 논산 훈련소에 대신 보충대로 입대하면, 거기서 며칠 대기하다 사단을 배치받고 사단 신병교육대로 갔다. 지금은 해체가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사단 신교대로 직접 입소한다.


신병 훈련을 받고 배치받은 자대는 매일 완전군장을 하고 앙구의 험준산령을 타 다니는 부대였다. 부대원들은 가뜩이나 날카로웠고, 나는 갈굼의 대상이 되었다. 정신적 집단 괴롭힘을 받았고, 고문관이라고도 하는 관심병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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