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어날 시간이야."
토요일 아침 8시부터 아들 요한이는 일어나 작은 방에서 자고 있는 나를 깨운다. 노인복지관에 취사보조원으로 채용되어 1주차를 보낸 아내는 안방에서 기절해 있다. 잠에서 깨어보니 8시 50분이었다. 9시에 건강검진이 예약되어 있었다.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 건강검진은 고단한 일이다. 위장조영검사가 그중 제일 힘들었다.
아내는 지쳐 기절해 있는데, 세 살 아들이 놀자고 흔들어 대니 요한이를 두고 나간 내게 화가 났다. 건강검진에 요한이를 데리고 갈 수도 없는데. 하필 왜 지금이냐는 것.
아내는 점심때가 되어서도 일어나지 못했다. 내가 아들 점심을 계란 프라이랑 김으로 대충 먹이고, 낮잠을 재웠다. 매주 토요일 주일 교회 주보를 내가 만든다. 요한이가 자는 사이 교회에 가서 주보를 뽑아 놓았다.
교회에서 돌아오니, 요한이는 자고 있고, 아내는 깨어 있었다. 물먹는하마 유사품 습기제거제 두 박스를 심었다. 연례행사인데 하필 오늘이다. 전년도 우리 집 곳곳에 심어둔 습기제거제를 수거해 째서 물 버리고 한 번 씻어서 분리수거하고, 새 습기제거제를 심었다.
그날 저녁 고기뷔페 명륜진사갈비에 갔다. 맛집에 오면 사진 찍기 바쁜 나도 사진 한 장 동영상 하나 찍지 않고 먹는데 진심이었다. 주차장에 스마트폰을 두고 왔는데 차에 가지러 가기가 귀찮았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회에서 점심 먹고, 아들과 둘이서 논산에 왔다. 아들이 어린이집 방학 중인데 논산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데리고 왔다.
늦게 가서 야외 물놀이터는 문을 닫아 못 가고, 튜브에 바람 넣어 만든 화장실에 우리집 워터파크에서 팬티 입고 물놀이를 했다. 저녁식사로 삼겹살을 먹고 요한이는 내 곁에서 잔다.
아내 쉬라고 요한이 데리고 부모님 댁에 온 것이기도 한데, 아내는 집에서 다른 일을 한다. 요한이는 엄마랑 처음 떨어져 있는데, 요한이가 엄마 보고 싶은 것보다, 엄마가 요한이가 보고 싶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