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다음날 출근하기 위해 집으로 가는 대신, 수서역에서 SRT를 타고 부산 해운대에 갔다. 다음날 출근하지 않았고 그렇게 퇴사를 하였다.
더 이상 직장을 가지지 않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을 전제로 작가가 되기로 한 것은 아니다. 글 쓰는 삶 그 자체를 전제로 글 쓰며 살기로 했다.
글을 쓰기보다 글을 쓰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집에서 놀았다. 국비지원 직업훈련으로 영상편집을 배우려 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았다. 글을 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질병으로 인한 실업급여를 타려고 했는데 안 되었고, 대신 국민취업지원제도 1유형이 되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일경험으로 사회복지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정규직으로 전환되나 했더니 회사 경영사정으로 계약이 종료되었다.
그 이후 구직활동을 하며 글을 썼다. 면접은 몇 군데 갔는데 오라는 데는 없었다. 글이 다시 써졌고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졌다. 그러는 사이 아내 에미마가 한국에 사는 네팔인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파는 부업을 하다가, 노인복지관에서 취사보조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글 쓰는 마음이 돌아왔고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책 한 권을 쓰지 못했다. 지금까지 썼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니 글만 쓰면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 책이 나오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기 보다도, 글 써서 돈을 벌기 위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글이 내 이야기이게에 쓰는 것이지만, 내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가 없을지도 모른다.
글만 쓰면서 살기로 했지만, 질병으로 인한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안 되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신청했고, 국비지원 직업훈련 과정을 알아보고, 일경험으로 3개월 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구직활동을 계속해 왔다. 그 과정 속에서, 구직활동과 취업에 전혀 마음이 없을 때도 있었고, 진심일 때도 있었고, 어차피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때도 있었다.
지금은 글쓰기와 취업에 모두 절실하다. 글을 못 쓰는 삶도 힘들지만, 돈을 못 버는 삶도 힘들다. 그렇다고 취업하고 싶다고 내 마음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취업에 진심이 아닐 때도, 정성껏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내서 면접을 보았다. 지금은 진심으로 구직활동을 한다. 다시 회사를 다니며 글을 써야겠다. 내 마음과 같지 않게 취업이 안 되면, 그 사이 책 한 권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전업작가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의 본문만큼 제목도 어렵지만, 책의 첫 글과 마지막 글의 제목은 쉽게 쓸 수 있다.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에필로그로 끝내면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