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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05. 2021

첫 책 다함스토리를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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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가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대상 10인 중 하나가 되어 참여 출판사와 브런치 플랫폼의 지원사격을 받아 나의 첫 책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원대한 꿈을 꾸었었다. 간절히 당선을 소망했지만,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지난 브런치북 공모전에 응모할 계획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응모 기한 한 달 전에서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나의 첫 책으로 베스트셀러가 될만한 글들을 브런치북 작가의 서랍에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도 계속 쌓아갔으면 되었는데 나는 멀티가 되지 않고 고지식해서 그러지 못했다. 출간 목적의 글은 일단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 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물론 글은 계속 써오기는 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일상과 생각을 기록해왔고,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도 작가 승인을 받기 위한 심사용 글을 써왔었다. 출간 목적의 글을 브런치 작가가 되기 이전에는 쓰지 못했을 뿐이다.


평소에 공부 안 하던 학생들이 시험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것처럼, 마감을 앞두고 초치듯 당선권에 이를 만큼의 양과 질의 글을 써야 했다. 또 하나의 악재가 있었는데 10월 초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는데, 11월 1일이 응모 마감일이었고, 10월 한 달은 논산으로 귀농하신 부모님 왕대추농장 수확을 도와드려야 했다. 다행히 왕대추 수확이 일찍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아내와 나는 수원 집으로 돌아왔고, 나는 아침 7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여, 밤 10시에 침실로 들어가기 전까지 하루 종일 글만 썼다. 부모님 왕대추 수확을 도와드리는 동안에도, 일하는 시간 외에는 모든 시간에 글을 썼다.


나는 전문성도 없고,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아직까지 충분한 실력과 내공을 갖추기 못했기 때문에, 완성작이라기보다는 출판사와 플랫폼과 함께 가공하고 마케팅을 잘하면, 시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고 잘 팔리는 다이아몬드가 될만한 원석으로서의 가능성을 어필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다. 완성된 다이아몬드로서 가치보다는  원석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는데 초점을 두고 글을 썼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내 첫 번째 책에서 다루고 싶은 모든 주제를 다루어 최종적으로 스무 개 정도의 글을 쓰기보다,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최소 분량인 10개의 글만을 썼어야 했다. 1개의 글의 길이도 글의 주제를 담을 수 있을 정도 한에서 임팩트 있게 짧았어야 했다. 분량을 브런치북에서 제시하는 최소한의 기준에 맞추는 대신 글의 완성도를 높였어야 했다. 짧은 글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글의 양과 질의 분량을 맞출 충분한 집필 시간이 없었더라면, 브런치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분량에 맞추는 대신, 글의 완성도를 높여야 했다. 어차피 그대로 출판되는 것이 아니라, 당선 후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기획출판으로 본격적으로 출판사와 함께 상품성이 있는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당선되기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당선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가능성 없음을 인정하지 않고, 가능성이 없는 기적을 바랐을 뿐이다. 당선되면 좋고, 안 돼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출판을 할 계획이었다. 오리지널 플랜은 브런치북 공모전에 응모한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응모한 글을 완성도 있는 책으로 퇴고하여 업데이트하여, 공모전에서 떨어지면 POD 출판사나 내 개인 1인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려 했다.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는 출판사에서 기획출판 제안이 와도 좋고 말이다. 그런데 공모전 응모한 후 당선자 발표가 날 때까지 특별한 할 일 없이 집에 있는데도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물론 디자인 외주를 받아 프리랜서로 디자인 작업을 하느라 글을 쓰지 못하기도 했다.


그사이에 나는 계약서를 쓰고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수원에서 신촌으로 출퇴근하니 글을 더 자주 더 많이 쓰게 되었다. 출퇴근하며 지하철과 버스에서 폰으로 글을 쓰고, 퇴근 후 아내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글을 쓰게 되었다. 또한 하루 종일 집에 있을 때는 늘어지고 게을러져 엉뚱한 일하느라 글을 못썼는데, 지금은 효율적으로 시간을 아껴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와 제휴된 POD 출판사 BOOKK에서 브런치 작가가 책을 내면 인세에서 인센티브를 준다. 아직은 브런치북을 BOOKK책으로 만드는 기능은 없고, 30개 이상의 글을 담은 매거진만 BOOKK에서 책 만들기로 전환이 되어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예전에 매거진에 발행하고, 브런치북으로 발행했던 글들을, 다함스토리라는 같은 이름의 매거진에 퇴고하여 정리해 두고 있다. 내 브런치 구독자님들께서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지만, 구독자들 보시라고 예전에 글을 퇴고하여 재발행하는 매거진은 아니고, POD 자가출판으로 혜택을 받으며 출간하기 위해 작업 문서 파일로 글을 넘기기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퇴고를 했지만 현재 글들이 퇴고의 끝이 아니다. 문서 파일로 넘어가면, 의미 단위로, 하나의 글을 여러 개로 쪼개고, 여러 개의 글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 빠지는 글이 있을 것이며, 추가되는 글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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