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설 명절

by 최다함


예전 명절에는 아버지 형제와 그 자녀들은 모였다. 막내 작은 아버지마저 할아버지가 되고, 자녀들도 가정을 이루면서, 언젠가부터 추석 한 번만 대가족이 모이고, 설에는 우리끼리 보낸다.

설에는 수원 우리 집에서 모였다. 올해는 서울 동생집에서 모였다. 우리 집은 예수 믿는 집이라 명절 문화가 좀 다르다. 차례 대신 예배를 드리고, 돌아가며 찬양 한 곡씩하고 성경 말씀 한 구절씩 외운다.

“우리 집은 올해부터 애들 장난감 안 사 주기로 했어. 비싸게 주고 사줘도 한 번 놀고 안 놀고.”
동생의 말이다. 우리 집 요한이 장난감도 많은데, 동생 집 장난감은 더 많았다. 동생이 애들 장난감 안 사주기로 다짐한 후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장난감도 꽤 있었다.
“우리는 장난감 대신 레고 사주기로 했어.”
‘레고는 장난감 아닌가?’
장난감의 끝판왕이 레고였다. 레고 말고도 최근에 산 블록들이 보였다. 동생이 안 사 주기로 한 장난감의 바운더리는 헬로카봇이었다.

명절 다음날은 나와 동생 둘이 애들 데리고 캐리비안베이와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제수씨가 삼성물산 다녀서 제수씨 찬스로 에버랜드에 종종 간다. 집에서 아침 8시 반 출발해서, 10시에 입장해서,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였다.

요한이에게 겨울 워터파크는 사랑이다. 물놀이를 원래 좋아하지만 워터파크 중에서도 캐리비안베이는 최고봉이다. 오후 3시 반에 에버랜드로 넘어갔다. 눈썰매장에 가려고 했는데, 유아용 코스는 날씨 사정으로 문을 안 열었다. 요한이 또래가 최애하는 회전목마를 시작으로 놀이기구를 탔다. 우리는 놀다 오후 4시쯤 나오는데, 동생에는 문 닫을 때 나온다. 놀아본 사람이 논다고. 7시 즈음되어 저녁 먹으려고 돌아다녔는데 문이 다 닫혔다. 에버랜드 폐장시간이 7시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7시 조금 넘어서도 정문 쪽으로 이동하는 케이블카는 운행을 했고, 우리가 거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마지막 코스는 언제나 기프트샵 선물가게다. 여섯 살 동생 첫째는 방패와 검을 사고, 다섯 살 요한이는 사파리차 변신로봇을 사고, 요한이와 같은 나이인 동생 둘째는 요한이가 산 것과 포장 색깔이 다른 다른 종류 사파리차 변신로봇을 샀다. 변신로봇은 안 사주기로 했다는 동생의 다짐도 다섯 아들의 굳센 의지를 이길 수 없다.

에버랜드 아래 마을의 치킨집에서 치킨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에서 요한이가 하는 말이다.
“아빠, 이따가 퍼피구조대 장난감 사 줘.”
다섯 살 아들에게 모든 미래는 이따고, 모든 과거는 아까다.
“이따 언제? 요한이 생일에? 아니면 크리스마스에?”
“아니, 주말에. 토요일에.”
겁나 스마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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