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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24. 2021

나는 회사원이다

현재 나는 회사원이다.


회사원이 되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회사원이 되었을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회사원이 되기를 포기했고, 회사원이 되지 않기를 희망했을 때였다. 작가로서, 프리랜서로서, 회사에 적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살거나, 아니면 1인 출판사를 만들어 형식적으로는 1인 회사이지만, 집이나 카페에서 출판사를 하고 싶었다. 형식적으로는 회사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냥 혼자 노는 것으로 경제생활이 되는 것을 꿈꾸었다. 지금 부모님께 의지하고 살더라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대기업 일반 회사원 평균 연봉보다 더 벌 수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빛이 보였을 때, 동생이 지금은 크게 대우해주지 못하겠지만, 회사가 잘 되면 일반직원보다 더 잘 대우해주겠다고 하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족과 동생의 사랑에 대한 빚으로 나는 그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 외에 다른 모든 사람들은 동생의 제안과 결정을 받아들여 취직한 것에 대해 잘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어떤 면으로는 행복해졌고, 어떤 면으로는 불행해졌다. 수입과 직업이 있어 더 자유로워진 부분도 있고, 소속과 업무로 인해 더 구속된 측면도 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가난해졌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다고 할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과 소속이 없는 사람이 밖에 나다니지 않고 집에서 밥만 먹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수익이 될 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내가 생각하기에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해도, 주변에서는 그것을 생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두지 않는다.


아무리 중간 결과를 보여주고, 나의 능력을 보여 주어도, 돈과 소속이 생길 때까지는, 세상에 보이는 것이 나올 때까지는, 인정해 주지 않는다. 조금만 더 가면 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만 더 가면 빛을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조금만 더 가면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만 더 가면 내 안에 원석을 깨고 나 스스로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더 건강해질수록, 내가 무엇인가 가능성을 보여줄수록, 사람들이 나에게서 능력을 볼수록, 나의 생각과 상관없이 나를 끌어낸다. 나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나는 안다. 그들의 위선이 아니라, 그들의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진심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만 더 가면 더 빨리 자유에 이를 수 있을 텐데, 나는 어디에 메이게 된다.


메임이 구속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메인만큼 자유가 찾아왔고, 자유가 찾아온 만큼 더 구속되었다.


조금만 더 가면 주변에서 아무리 나에게 최선의 것으로 보상해주어도, 그것보다 더 많은 성취도 이룰 수 있었을 것 같았으나, 동생과 가족이 손 내밀어 주어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나의 자유는 평생 끝이 났다고. 평생 동생과 가족과 함께 가자고. 동생을 돕는 손길이 되고, 동생 사장을 잘 보필하고, 그 외에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소소한 일들을 하며 구속 가운데 자유하자고...


동생과 같이 일을 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 존재인지. 내가 가진 능력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나만은 내 안에 가능성을, 남이 모르는 나만의 보화를 나는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나 조차도 사회로 나와 사회생활을 해보기 전까지는, 내가 그렇게 능력이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내가 얼마나 가족들과 사회와 회사에게 인재인지 나 조차도 깨닫지 못하였다. 물론, 나는 생각한다. 내 동생 회사에서 나를 쓰는 것보다 더 낮은 월급으로 다른 직원을 쓰는 게 더 도움이 된다. 내 동생 회사에 당장 필요한 더 적절한 인재는 넘치고 넘친다. 동생은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 회사가 잘 되면 최선의 대우로 나를 대우해주려고 나를 불렀다. 내 동생도 나를 부를 때는, 내가 이 만큼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를 모르고, 순전히 형을 품어 주려고 부른 것을 안다. 물론, 사장인 동생도 더 이상 사람을 쓰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왔고, 또 내가 어느 정도 사람 구실 할 정도로 회복이 되었으니까, 직원으로서 별 탈이 없을 것 같은 계산이 나오니까, 나를 부른 것이다. 동생은 나 동생으로서 형을 위하는 마음으로 나를 불렀지만, 사장으로 이해타산이 맞았기 때문에 나를 부른 것이다.


일하는 동안은 내 동생 일을 열심히 한다. 회사원으로서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일이 끝나면 나는 더 이상 더 좋은 직원이 되기 위해서, 회사를 위하여 자기 계발하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동생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다른 전문가가 동생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전문가와 동생 사이에서 내가 잘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전문성을 개발하지 않아도, 지금 내 능력을 가지고 전문가들을 지원하고, 사장 동생과 전문가 사이에서 내 포지션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동생이 나를 어느 용도로 쓰겠다고 생각한 것보다도, 나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생이 나를 염두해 두고 부른 그 영역은 다른 전문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나는 그 전문가와 동생 사이에서, 사장 동생의 생각을 전문가 직원들에게 전달을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 나는 회사원이다. 나는 내가 꿈꾸는 조직의 조직원이 될 것이다. 내가 조직의 장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조직의 장이 되는 것보다, 그 조직을 잘 만들고 그 조직에서 내가 필요한 일원이 되는 것이 더 큰 목표이다. 내가 꿈꾸는 조직의 조직원이 되어 월급을 탈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회사원이 되기로 했다.


이제는 개인에서 조직원과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지만, 매이는 구속되는 조직원이 되고 싶지는 않다.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의 조직원이 되고 싶다. 조직원이 되어 조직의 보호와 페이를 받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실 백수와 개인과 같은 무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조직의 조직원이 되고 싶다. 조직원만 되고 놀러 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조직의 조직원이 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업이 되는 그날을 기다린다.


그때까지 나는 회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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