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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pr 02. 2021

회사 하루 쉬고 아내와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오늘은 회사를 가지 않았다. 아내 산부인과 병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사장인 동생과 고용 계약을 할 때 아내 병원 가는 날은 쉬겠다고 했지만, 사실 안 가도 아무 상관은 없다. 아직 본격적으로 사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서, 확장하는 동생 사업에서 현재 돈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할 상황이 되어서 고용을 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계약서에 4월까지는 월 60시간 5월부터는 월 209시간 이상으로 계약을 해두었다. 4월까지는 파트타임이고, 5월부터는 풀타임인 것이다. 야근 없이 아침 10시에 출근에서 저녁 7시에 퇴근하고 주 5일 일한다. 4월까지는 월 60시간 일하고 60시간만큼만 보수를 받기로 하고 계약을 한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일하고 싶어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나 스스로의 일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직 일이 없을 때 나를 불러준 동생의 고마움을 생각하여, 4월까지는 보수는 계약대로 60시간으로 받고, 일은 풀타임으로 하기로 했다. 일 시작한 지 2개월이 되어 가는데 가끔 내 발등 찍었다는 후회도 한다. 딱 60시간만 가서 일하고 내 할 일 할 걸 그러는 생각도 아주 잠깐 해보았다. 아내는 내가 집에 있다고 컴퓨터 앞에 있거나 손에 스마트폰을 끼고 살기 때문에, 아내와 놀아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보수와 상관없이 동생 회사에 가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늦게 출근해서 지각하거나, 늦게 퇴근해서 집에 늦게 돌아오는 것도 싫어한다. 오늘은 아내와 산부인과 가는 날이라 출근하지 않았다.


오늘은 2차 기형아 검사를 하는 날이다. 2차 기형아 검사를 한다고 하지만, 산모 입장에서 특별한 검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진료처럼 초음파 검사를 하고, 피를 뽑는 것뿐이다. 검사 내용은 피를 뽑아 어떻게 분석을 하느냐에 달려 있고, 그에 따라 지불하는 진료비도 천차만별로 달라질 뿐이다. 매번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초음파 검사를 하고, 피를 뽑는 것은 똑같다. 필수는 아니고 선택인데 혈액검사를 통해서 DNA로 정신지체와 자폐증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하는 고가의 선별검사도 플러스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정신지체 또는 자폐증이라고 해도 낳아서 사랑으로 잘 키울 것이고, 나보다도 아내 에미마가 그럴 것인데, 그래도 비싸도 검사는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포함시켰다. 진료비가 상당히 나왔다. 산모에게 국가에서 주는 국민행복카드의 잔액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산전검사도 원래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코로나 정국이라서 보건소에서 산전검사가 불가능해서, 산부인과에서 비싼 진료비를 내고 하기 때문에, 국민행복카드의 잔액을 많이 소진했다. 아내가 실비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영수증 첨부하면 상당액수가 돌아온다고 한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고, 국민행복카드의 얼마 남지 않은 잔액을 볼 때 쓸쓸해진다. 물론 모자라면 어머니께서 도와주시지만, 가능하면 이제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우리 부모님께서도 단 돈 얼마라도 매월 용돈을 드리고 싶다. 현재는 월 60만 원 받아서 세금과 4대 보험 중 근로자가 감당해야 할 몫을 떼고 받으면, 아껴 써야 겨우 우리 부부 생활비를 커버한다. 네팔에 계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매월 드리는 용돈은 현재로서는 어머니께 타서 드리고 있다. 그래도 60만 원이라도 타니 적어도 우리 생활비는 내가 감당한다. 아내 에미나는 그래서 마음이 좀 더 편해진 것 같다. 4월까지는 그럴 것 같고, 5월 말일 타는 5월 월급부터는 정상 월급이 들어온다. 그러면 살아가는데 아무 부담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부모님은 논산 시골집에 내려가시고, 우리가 수원에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월급은 아니더라도 풀타임 기본급만 받아도 우리 가정 생활비 쓰고 네팔 부모님 용돈 드리고 아껴 저축할 수 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으면 나는 내가 작가가 되어, 상금이나 인세나 강의료 출연료 등으로 수입이 될 것이라 믿는다.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가면, 작가로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 이상으로 보수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작가로서 만족한 수입이 나오는 베스트셀러 인기 작가가 되면, 나는 내가 꿈꾸는 일들을 시간과 소속의 제약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로 빛을 보기 시작하면, 작가로서의 수입과 상관없이, 내가 꿈꾸는 일로 직업을 삼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오늘로 16주에 접어들었으니, 보통 이때 즈음이면 성별을 확인해 준다고 한다. 오늘 초음파를 보시면서 담당 선생님께서 아직은 확실히 판단할 수 없고, 다음번에 올 때 정밀 초음파 검사를 할 때 정확한 성별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하셨다. 한 달 정도 먼저 출산할 예정인 동생의 둘째는 아들로 일찍이 판정을 받았는데, 우리는 그보다 주수가 더 되었는데도 오늘 초음파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가운데 뭐가 달린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가운데 달린 게 아마도 고추 같다고도 이야기하셨다. 아마도 아들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현재로서는 정확히 판별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다셨지만, 가운데 고추로 추정되는 뭔가가 달려 있는 듯하고, 아마도 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하셨다. 아들보다는 딸이기를 나와 아내 에미마는 바랬지만 아들도 괜찮다. 동생은 첫째도 둘째도 아들인데, 동생 첫째 다솔이를 보니까 아들도 사랑스럽다. 사촌동생 환희의 두 아들을 보아도 아들도 사랑스럽다. 우리 부부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우리 2세가 딸이면 좋겠다 했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무조건 아들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요즘은 사람들 생각이 바뀌어서 딸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려도, 무조건 아들이라고 하셨다. 왜 인고하니, 아들은 우리 집 사람이고 딸은 남의 집 사람이 된다고 하셨다. 95세가 훌쩍 넘으신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셨다. 그렇다고 할아버지께서 손녀를 사랑하지 않으시는 것은 아니다. 손녀보다 손자를 더 사랑하시는 것은 맞지만, 손녀 가운데서도 외무고시를 통과하여 외교관이 되거나, 미국에서 박사가 되어 일종의 가문의 영광이 되었을 때, 그 대우는 좀 달라지는 것 같다. 딸이 공부하는 것을 당시는 그렇게 달갑게 여기지는 않으셨을지 모르겠지만, 딸이 공부로 성공했을 때는 입이 찢어지시고 어깨에 뽕 들어가시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다 그렇다. 그래도 우리 할아버지는 그 시대 할아버지 가운데서는 멋쟁이 할아버지이시다. 초등학교도 못 가시고 평생 가난한 농부로 사셨지만 말이다. 지금은 가난하지 않으시다. 아들 딸 잘 키워 자녀 가운데 아직 금수저라고 말할 수 있는 자손은 나오지 않았지만, 다들 중산층 이상은 되었다. 젊은 시절 평생 가난한 농부로 사셨지만, 지금은 그 연배 어르신 가운데서는 가난하지 않으시다.


아들보다는 딸이기를 바랐다. 아내와 결혼하기 오래전부터 나는 딸을 원했다.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전제이지만, 가운데 고추로 추정되는 무엇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웃음이 나온다. 딸도 좋지만, 아들도 좋을 것 같다. 아빠에게는 딸이 좋을 것 같지만, 아들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 나를 미소 짓게 한다. 병원 가기 전까지는 딸이기를 바랐지만, 고추를 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아들이 딸보다 좋은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4주 후에 정밀 초음파 검진을 하여 아들로 판명이 되면, 나는 아들 바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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