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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23. 2021

다문화 한가족 축제 & 동네 한 바퀴


오전에는 교회 주일예배에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주일예배 정도만 대면으로 드리며, 정부의 가이드라인대로 현장 대면 예배를 드릴 수 있 수 있는 제한이 있다. 대면 예배와 유튜브 비대면 예배를 같이 진행한다. 교회는 우리 동네에 있는데, 교회 옆에 '그대에게'라는 이름의 대게집이 있다. 대게 킹크랩 랍스터 전문이라는데 가격이 상당히 사악해서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한 번 가볼까?' 생각만 해 본다. 돈 많이 벌어 대개 랍스터를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을 때, 저 집이 우리 동네에 남아있을는지는 모른다. 물론 지금도 무리하면 먹을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먹고 싶은 것은 아니고, 랍스터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부자가 되었을 때 저 가게가 우리 동네를 떴으면, 다른 랍스터 집을 가면 된다. 우리가 다니는 길에 눈에 띄는 간판이 유혹하는 것이지, 네이버에 '랍스터 맛집'을 검색하면 줄줄이 뜰 것이다.



오후에는 비대면으로 하는 다문화 한가족 축제를 유튜브로 참석하였다.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주최한 다문화 한가족 축제였다. 나와 아내는 오전에는 동네 '작은 교회'를 다니고, 오후에는 네팔인 아내를 위하여 '네팔어 예배'가 있는 '큰 교회'에 다닌다. 지금은 코로나와 아내의 임신 때문에 동네 교회만 다닌다. 동네 교회는 동네 교회라서 다니는 것은 아니고, 아버지께서 개척하셔서 목회하시다가 지금은 고모부가 목회하시고 계신 '가족 교회'라서 다닌다. '작은 교회'는 우리의 가족과도 같은 교회라서 다니고, '큰 교회'는 그 교회의 네팔 선교회 성도들이 아내와 같은 네팔인으로서 아내의 가족과도 같은 교회라서 다닌다. '큰 교회'에도 교인 등록이 되어 있기는 한데, 우리는 '큰 교회' 안에 '네팔 선교회'에 다니는 것이고, '큰 교회'의 '네팔 선교회'는 우리 '작은 교회' 정도의 규모다.


수원외국인복지센터는 우리가 다니는 '큰 교회'의 복지재단에서 수원시의 위탁을 받아서 한다. '네팔어 예배' 담임 전도사님 산제이는 주말에는 교회 사역을 하고, 주중에는 수원외국인복지센터에서 외국인 상담사로 일한다. 산제이 가족은 한국에서 에미마와 나 우리 가족에게 가장 가까운 네팔인 친구다. 수원외국인복지센터 유튜브 채널에 구독을 하고 다문화 한가족 축제에 라이브로 참여하면 추첨하여 선물을 준다고 하여 아내와 나는 각각 유튜브로 참가하였다. 친구 산제이의 대한 의리라기보다 축제의 경품이 탐났다. 공기청정기, 에어 프라이기, TV 이런 경품이 있었다. 아내 에미마는 공기청정기나 청소기가 탐이 났나 보다.



1부에서는 모든 공식적인 행사에서 그러하듯이 '지루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내빈소개를 하고 세계 각국의 다문화인들의 의상 쇼를 전에 녹화한 영상을 보여 주었다. 원래는 당일 현장에서 하는 것인데, 올해는 코로나라서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예전에 했던 영상을 편집하여 보여 준 것 같았다. 처음에 다문화 각국의 전통 의상 쇼를 할 때 행사 전에 미리 촬영했나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사전에 촬영할 상황도 되지 않으니, 과거 행사의 영상을 편집하여 보여주었다.



2부에서는 초대가수와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가운데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공연을 했다. 요즘 활약하는 트로트 가수가 무대 뒤에서 준비하고 있다 하여 나는 박현빈이 나오나 했다. 가수 숙행과 정다경이 나왔는데, 나에게는 듯도 보도 못한 가수였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내가 몰랐던 것이지 3류 가수는 아니었다. 요즘 대세인 미스 트롯에서 활약한 가수라고 한다. '나만' 모르는 가수인지는 모르나, '나는' 모르는 가수였다.


불행하게도,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경품은 타지 못했다. 퀴즈는 라이브 영상이 와이파이를 타고 내 노트북에 나오는데 몇 초간의 갭이 있어서, 현장에서 아나운서가 퀴즈 문제를 낸 지 몇 초가 지내서야 문제를 들으니, 1등으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퀴즈에 1등으로 답할 순발력도 내게는 없지만 말이다. 라이브 영상은 현장과 몇 초의 격차를 두고 나오는데, 참가자의 라이브 댓글은 실시간으로 달렸다.


유튜브로 축제에 참여하는데, 참석자들의 얼굴이 영상에 떠서, 유튜브도 그런 기능이 있나 하고 찾다 찾다 못 찾아서 유튜브 라이브 댓글로 물어보았더니, 역시 유튜브와 동시에 줌으로 참석한 분들이었다. 우리는 줌 링크를 사전에 받지 않아서 줌으로 참석하지는 못했다.



오전에는 교회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다문화축제에 비대면으로 참석하느라, 글을 쓰는 일요일 글을 쓰지 못했다. 다문화축제 끝나면 글을 쓸려고 했더니, 아내가 뱃속의 아가랑 집 앞 공원으로 산책 가자고 한다. 아내는 내가 회사에 가는 날은 혼자 공원 한 바퀴씩 돌고, 내가 집에 있는 날은 함께 가자고 한다. "오늘은 나 집에서 쉬는 날이니 산책도 쉬면 안 될까?" 내가 이렇게 나오면, 아내 에미마는 "그러면 나 혼자 갈게요." 이렇게 나온다. 만약에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아내 혼자 공원에 보내면, 그날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내가 아내가 "혼자 갈게요." 한다고 혼자 가는 사람은 아닌데, 지난번에 언젠가 한 번 함께 공원에 산책 나갔다가 분노조절이 안 돼서 혼자 집에 들어왔다. 아내는 내가 걱정이 돼서 내가 집에 잘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다시 공원으로 나갔다. 내가 폭발하면 아내는 차분하게 내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는데, 그 이후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말이 없어진다. 한 번 그러면 그게 풀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내는 나를 '포토그래퍼'라고 부른다. 나는 아내를 '모델'이라 부른다. 아내가 임신을 하여 체형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사진 찍는 것을 기피한다. 여자는 예쁜 사진만 찍고 올리고 싶은가 보다. 나는 예쁜 사진도 좋고, 일상의 모습도 좋은데, 여자의 마음은 다른가 보다.


우리 부부가 산책 다니는 집 앞 공원에 화장실은 예술이다.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민선 1대 2대 수원시장이었던 심재덕 전 시장은 화장실에 미치신 분이었다. 화장실 문화 운동을 벌여서, 아름다운 공공 화장실을 많이 만들었다. 전국의 휴게소나 주요 화장실이 아름답게 꾸며진 것도 아마도 이 분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분이 왜 화장실에 꽂히셨나 했는데, 내막을 들어보니 이분이 태어난 곳이 외갓집 뒷간이었다고 한다. 외갓집 뒷간에서 태어나 별명이 개똥이었다. 민선 1기 2기 수원시장이 되고, 마침 그 시기에 한일 월드컵을 유치하고 개최 준비를 하다 보니, 수원시 각지에 아름다운 화장실을 많이 만들었다. 후에 세계화장실협회를 창립하셨다.



여기가 'Mr. Toilet 심재덕'을 기리고 화장실 문화를 전시하는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다. 내가 사는 수원에 있는데도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코로나가 물러나고 우리 아가가 태어나 데리고 다니며 소풍을 다닐 때가 되면 여기도 한 번 가봐야겠다.



"오빠, 오늘 같이 오빠가 집에 있을 때는 오빠가 저녁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내는 요리를 잘하고 좋아한다.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요리를 해주기를 바란다. 다섯 가지의 사랑의 언어가 있어서 사람마다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는데, 아내 에미마의 사랑의 언어는 그런 것이다. 아내는 나에게 충분히 그렇게 해주는데, 나는 아내에게 그렇게 해주지 않으니 아내는 섭섭하다.


"에미마. 뭐가 먹고 싶은지 분명하게 이야기해 줘. 그러면 오빠가 그거 해줄게."

"오빠가 알아서 해줘야지. 유튜브 보고 하면 되잖아."

"오빠는 말 안 해주는 게 더 어려워. 뭘 먹고 싶은지 딱 집어서 말해주면 오빠가 유튜브 보고 해 줄게."


고대 이집트의 왕이 신하들을 불러 모았다. "내 꿈을 해석해라. 내 꿈을 해석하지 못하면 다 죽이겠다." 왕의 신하들은 왕의 꿈을 해석하지 못해 하나둘씩 죽어갔다. 문제는 왕이 꿈을 알려주고 꿈 해몽을 시켜야 하는데, 무슨 꿈을 꿨는지도 알려주지도 않은 채 "내 꿈을 말하고 그 꿈을 해석해라. 그렇지 못하면 다 죽이리라." 한 것이다.


뭐가 먹고 싶은지 이야기하고 해달래야지, 물어봐도 말해주지 않으면서 내가 집에 있을 때는 가끔 맛있는 것 해주기를 바라면 이거 참 곤란하다.


"에미마, 그럼 삼겹살 먹고 싶어? 짜장면 먹고 싶어?"


에미마가 이야기하지 않으니, 나는 내 사심을 담아 에미마의 마음을 떠 본다.


"에미마, 짜장면이랑 탕수육이랑 같이 있는 탕짜면이랑 짬뽕이랑 탕수육이랑 같이 있는 탕짬면이 있는 데가 요 근처에 있는데 갈래?"

"안 비싸요?"

"어. 얼마 안 비쌀걸?"

"그럼, 가요."


이렇게 해서 오늘 특별히 힘든 아내에게 저녁을 시키지 않고, 나 또한 되도 않는 요리를 해본다가 법석 떨지도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짜장면 짬뽕이 3천 원, 탕짜면과 탕짬면이 각각 6천 원인 집이었다. 고등학교 앞에서 장사하는 중국집인데, 학생들에게는 현금 내면 그마저도 500원 할인해 준다.



비주얼도 맛도 제법 괜찮다. 여기 음식이 맛없는 게 아닌데, 논산에 귀농하신 나의 어머니는 여기 "짜장면이 싫다"라고 하셨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 god -

저렴하고 맛있고 푸짐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내의 손을 잡았다.


"오빠는, 사람들이 지나다닐 때만 내 손 잡아요."

"내가 잊어버리고 손 안 잡으면 에미마가 먼저 잡으면 되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남편이 잡아야지."

"아니야. 요즘에는 세상이 바뀌어서. 남자가 손 안 잡으면, 여자가 먼저 손 잡는 거야."

"오빠는 내 secretary guard 야."

"에미마 말이 바뀌었네. 언제는 'My KIng' 'My Hero"라며? King이랑 Hero가 언제 Secretary가 됐어?"

"오빠가 퍼스널 하이제닉 하면 King이고 아니면 Secretary야."


퍼스널은 이해했는데, 하이제닉은 못 알아 들었다. 원래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사전을 찾아보기 전에 문맥을 통해 유추해 보는 것이다. 하이제닉이 '돈 잘 벌고 좋은 회사 다니고 그런 걸 말하는 건가?' 하며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모를 때는 그 대상 장본인에게 되물어 보는 게 제일 빠르다.


"에미마 하이제닉이 뭐야?"

"치카치카 잘하고, 면도기 잘하고, 세수 잘하고, 멋진 멋진 하는 거요. 오빠가 멋지게 멋지게 할 때는 King이고, 치카치카 안 하고, 면도기 안 하고, 세수 안 하면, Secretary Guard야."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로 집으로 들어오면서 스마트폰 네이버 초록창에 발음대로 'hygenic'을 검색해 보니 'hygienic'이었다. '위생적인'이란 뜻이었다. 



아내에게 한 방 먹었다. 아내 에미마가 나에게 원하는 것은 사실 큰 게 아니다. 나도 아내가 원하는 것을 전혀 신경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신경이 안 발달한 데가 있을 뿐이다. 면도기를 열심히 해도 수염이 안 깎이고 그럴 뿐이다. 나는 아내처럼 모든 부분에서 중간 이상인 사람은 아니다. 어느 부분은 상당히 발달해 있고, 어느 부분은 신경이 아예 없다.


내 머릿속에 생각이 끝도 없이 너무 많아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바른생활'을 놓치고 살 때가 많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 시인과 촌장 -


"오빠, 오늘 10시까지 방에 들어와요. 안 그러면 나 진짜 화날 거예요."


요즘에는 아내 에미마에게 나는 낮에는 돈 버는 회사원 밤에는 글 쓰는 작가라고 반복적으로 의식화시켜, 퇴근 후 9시 즈음 집에 도착해서 밥 먹고 글 쓰다가 10시 반까지 방에 들어오기로 양보받았다. 그렇다고 내가 밤 10시 반 땡 치면 컴퓨터 덮고 방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쓰던 글은 마무리 짓고 들어간다. 3분 또는 5분만 쓰면 마무리가 될 것 같은데, 5분이 30분이 되고 한 시간이 될 때도 어쩌다 있다.


10시 반에 방에 들어가면, 아내와 가정예배를 드리고 기도하고, 뱃속의 아기 태명 사랑이에게 태교동화를 태담으로 들려준다. 난 아가가 엄마 뱃속에 있는데 내 이야기가 들릴까 싶은데 들린다고 한다. 나는 전문가의 말이라고 다 믿지는 않는다. 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뱃속에 들어가서 아가랑 이야기를 해본 것도 아닌데 아가가 아빠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는 말이다. 다만 나는 아내 에미마를 위해서 태담을 들려준다. 나는 아빠가 뱃속의 아가에게 정기적으로 들려주는 태담이 아가보다 아가의 엄마인 아내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10시까지 방에 들어가기로 약속했다. 이 글을 정리하는 것만 마무리 짓고, 오늘은 10시보다 좀 더 일찍 방에 들어가야겠다. 아내의 다리를 마사지해 주어야겠다. 아내 에미마는 내가 발과 다리를 마사지해 주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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