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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24. 2021

결말을 열어두고 가봐야 아는 길을 간다

2019년 8월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한 지 2개월 정도 되어서 내 블로그를 본 방송작가에게서 전화가 와서 TV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또 얼마 안 되어 블로그 글쓰기 이벤트에 1등 Best of  the Best로 당선이 되어 네이버 포인트로 200만 원을 받았다. 나의 글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구독자 팬도 생겼다.


그해 겨울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나의 목적이 글쓰기가 아니라 책 쓰기였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네이버 광고 애드포스트로 용돈벌이 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 글을 쓰고, 이를 묶어 책을 내고, 글과 책을 대본으로 YouTube 콘텐츠를 제작 운영하고, 온오프라인 강의를 하고 TV에도 출연하고 싶었다. 블로그는 글쓰기에, 브런치는 책 쓰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책 쓰기를 위한 글쓰기 플랫폼으로 나에겐 브런치가 필요했다.


나에게 브런치는 디지털 출판사였다. 작가 심사진은 브런치 출판사 에디터이고, 매거진은 브런치 출판사 잡지이고, 브런치북은 브런치 출판사 단행본이었다. 나는 출간 작가 베스트셀러 작가 직업 작가가 되기 이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디지털 출판 플랫폼 브런치 작가로서 브런치라는 매거진에 글을 쓰고 디지털 북인 브런치북으로 묶어 발행한다. 브런치 작가로서 내 일은 거기까지이다. 그 이후에는 브런치 공모전이나 브런치를 통한 출판사 출간 제안으로 출판 전문집단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본주의 출판 시스템과 4차 산업혁명 시대 플랫폼의 힘을 믿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 8개월 차이다. 현재 172개의 글을 발행했고, 구독자 수 84명이다. 막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몇 개의 글 밖에 남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떡상'해서 많은 구독자를 거느리고 많은 라이킷 하트를 받으신 분들을 보면 '배가 아프지는 않지만' 솔직히 '졸라 부럽다.' 나의 브런치 성장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지만 아주 느리거나 성장을 멈춘 것도 아니다. 눈에 띄는 속도는 아니지만, 최근 구독자 수와 매거진 브런치북의 구독 수 빈도가 빨라지고, 라이킷 하트와 댓글 수가 많아졌다. 브런치 글에 대한 유의미한 반응들이 소소하게나마 오기 시작했다.


아직 응모한 브런치 공모전에 당선되지 못하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은, 아직 내 글이 충분히 익어 여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길을 모색하다 보니 나만의 글쓰기 방정식 공식이 생겼다. 그분이 오시는 feel 받아 글이 써지는 날만 글을 쓰는 것을 넘어, 이제는 때로는 내가 글쓰기 기계가 되어 기계적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글쓰기는 예술이어서 뽕을 빤 듯한 feel을 받는 날도 있어야 하지만, 글쓰기는 기술이기도 해서 기계적으로 대량 생산해야 할 때도 있다. 항상 예술만 해서는 글 써서 밥 먹고 생활하기 어렵다. 나만의 글쓰기 기술을 배우거나 채득 하여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 대량생산하듯 글을 찍어내야 할 때도 있다. 물론 공장에서 기술로 찍어낸 상품도 어느 수준 이상의 양질을 갖추어야 시장에서 팔린다.


나는 문학성보다 대중성이 있어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서 돈이 되고 밥이 되고 경제적 자유를 가져다주는 지극히 상업적인 책을 쓰고 싶다. 물론 그런 지극히 상업적인 책에서 구린 돈 냄새가 나서도 안 되고, 눈이 높아진 문화 소비자 대중의 지갑을 열려면 문학성이 어느 수준 이상 확보가 되어야 한다.


나는 나이 마흔 불혹을 막 넘겼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이 나이에 내가 하는 일에 필수적인 기술을 연마하고 재능을 발현하겠다고 시간적 경제적 값을 치르고 무언가를 새로 배우기는 어렵다.


나의 책 쓰기도 그렇다. 문학성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출판사와 에디터의 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나는 스토리텔링과 화제성 등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하려고 한다.


내가 작가 활동 외에도 내 책과 이웃의 책을 내는 1인 출판사를 운영까지 해야 하나도 고민 중이다. 답을 정해둔 것은 아니고, 플랜의 결말을 열어 두었다. 1인 출판사를 당장 시작한다고 해도 3년 정도는 동생 회사 다니며 퇴근 후와 주말에 투잡으로 할 계획이다. 평생직장 다니지 않고, 내 사업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내 삶을 살며 글을 쓰는 게 꿈인데, 책 한 권 어쩌다 대박이 날 수도 있으나, 그게 평생 지속되기가 어려우니 1인 출판사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책 디자인하는 기술이 있으니까, 동생 회사 다니며 투잡 하는 3년 동안은 인쇄-물류창고보관-유통은 원스톱으로 하는 업체에 맡기고, 내가 집필 기획 SNS 마케팅 등의 영역을 담당하는 1인 출판사를 할까 생각 중이다.


바라는 이상은 글만 쓰며 사는 것이다. 글만 쓰는 게 진짜 글만 쓰는 것은 아니고, 글 쓰고 책 내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고 어쩌다 TV 출연도 하고 그런 모든 창작활동을 말한다. 회사를 다니거나 회사를 경영하는 것에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훠이훠이 공중 나는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 원시시대 수렵인처럼 '가난한 자유인'으로 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21살에 조울증에 걸리고 조울증이란 질환에 대한 무지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해 2030 청춘의 근 20년을 비자발적인 '가난한 자유인'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구속'과 교환한 '월급의 위대함'을 새록새록 느끼는 요즘이다.


'부유한 구속인'은 아니지만, '내 밥 내가 벌어먹고사는 구속인'은 되었다. 직원만 '구속인'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회사 오너와 경영인 중 상당수도 '구속인'이다.


1인 출판사를 차려 운영하다 나중에 법인으로 성장하고 구성원이 생기면, 나는 출판사의 대표이기 이전에 출판사 대표작가로서 내 책을 집필하는데 집중하고 싶다. 회사 업무는 직원에게 자율적으로 위임하고, 나는 주로 내 글을 쓰면서 회사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기획 아이디어를 던지고,  회사의 독자와 저자 그리고 투자자를 만나서 사인해주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이바구 나누고 필드에 나가서 하늘에 골프 ⛳ 공을 띄우며 살고 싶다.


인쇄-물류창고보관-유통은 파주 출판단지의 협력사에게 원스톱으로 전적으로 맡기고, 출판사에서 카페 하나를 운영하면서, 카페에 출판사 법인 주소를 등록해 두고, 최소한의 소수 인원의 출판사 직원이 일하는 것이다. 디자인 관련 계통을 전공하고 디자이너 경력이 있는 구직자를 편집장으로 채용하여 기획,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회사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기고, iOS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채용하여 출판사 자체 앱을 개발하는 전통적인 출판사가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IT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출판사를 만든다. 영어통번역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청년을 글로벌 파트 책임자로 채용하여, 출판사 카페에서 직접 언어권 별로 번역하고 책을 만든다. 각국의 출판 에이전시를 통해 해당 지역 출판사와 계약하고 번역해서 출간하는 게 아니라, 해당 언어의 책을 출판사 카페의 노트북 앞에서 pdf 완성 파일로 만들어, 해당 국가의 협력업체에게 인쇄-물류창고보관-유통까지 원스톱으로 맡기고, 마케팅 파트에서는 SNS 등으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회사 카페에서 하고, 나머지는 해당 국가의 마케팅 업체에게 외주를 주던지, 해당 국가의 우리 출판사의 일을 대행하는 원주민을 키워서 맡기는 것이다.


작가로서 살기 위해 부득이하게, 내 책과 이웃의 책을 내는 출판사를 운영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나는 회사의 라인만 잡고 내가 회사의 대표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유튜브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아이디어 기획을 하고 저자를 컨택하고 돈을 따 오고 이런 일만 하고, 나머지는 직원들에게 맡기고 싶다. 물론, 회사의 모든 프로세스의 최종결제는 내가 해야 한다. 결재라고 해서 직원에게 갑질 하고 갈구는 게 아니라, 결재 서류 읽어보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피드백 주고 방향 제시하고 코멘트를 달아주는 정도이다. 칭찬 격력 피드백 방향제시 코멘트는 내가 출판사에서 해야 하는 결재업무의 부수적인 역할이고, 사인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인생은 알 수 없기 때문에 한 가지 방향으로 결말을 닫아 놓지 않고 열어 두었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두고, 모든 프로세스를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고 있다. 낮에는 동생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글을 쓰고, 브런치의 각종 출판 프로젝트와 공모전에 응모하고, 1인 출판사 출판대행업체에 견적문의도 해보고,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두고, 모든 시도를 다 해보고 있다. 언제 어떻게 일이 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왕 신해철이 "성공은 노력이 아니라 운이다."라고 말했다. 운은 랜덤으로 찾아오지만, 운은 운 자체가 사람을 선택한다. 운이 깔보는 사람에게는 운이 피해 갈 가능성이 높다. 운이 따르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그 운을 찾아가야 한다. 여자가 따르지 않는 남자는, 목욕재계하고, 면도 깨끗이 하고, 머리 단정하고 트렌디하게 자르고, 은은하면서 섹스어필하는 페로몬 향수를 바르고, 입에는 (더러운 유머나 아재 개그 말고) 유쾌한 유머를 장착하고, 지갑을 빵빵하게 하고, 그런 후에 여자를 찾아가야 한다. 여자가 따르지 않는 남자가 그렇게 하고 여자를 찾아간다고 여자가 붙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바람직한' 자세로 여자가 붙을 때까지 여자를 찾아다니면 여자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조건이 있는데,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여자에 대한 눈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미덕'이지만, 소비가 미덕이 되는 조건은 '분수에 맞는' 소비인 것이다. 예쁘고 착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남자의 미덕'이지만, '지 분수에 맞지 않는'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패망의 선봉'이다.


"교만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잠언 16장 18절)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눈을 낮추던지, 내 가치를 높이던지, '눈이 삔' '안력이 부족한' 예쁘고 착한 천사를 만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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