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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23. 2021

이른 아침 노트북 앞에 앉아 써 놓은 글을 고쳐 보는데

쉽지 않다

일요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원래 새벽에 소변보러고 몇 번 일어나기는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났을 때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일어나 마루에 나와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마누님을 모시고 함께 사는 중생은 내가 일어나고 싶다고 아무 때나 일어나면 안 된다. 조울증이 있는 나로서는 잠이 보약이어서, 아내는 내가 잠을 적게 자면 걱정한다. 잠을 적게 잤다고 항상 조증인 것은 아니지만, 조증이 와서 기분이 떴을 때 주요 증상이 잠을 적게 자는 것이다. 역으로 잠을 적게 자는 날이 계속되면 조울증이 재발하기도 한다. 아내가 걱정할까 봐 조금 더 자고 일어났더니 7시였다. 아내는 집에서 쉬는 주말에는 내가 더 많이 자기를 원하는데, 잠이 깬 이상 마루에 나와서 글을 쓰고 싶었다.


음악을 들으며 브런치를 열어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한다. 글이라는 게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고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다. 글이 올 때가 있고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글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 글이 오지 않을 때도 노트북에 앉아서 글을 쓰다 보면 글이 오기도 한다. 글을 쓰는 글쟁이는 글이 올 때나 오지 않을 때나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써야 한다. 그분이 언제 오실지 모르기 때문이다. 글이 온다고 하여 늘 그 글을 항상 담을 수 있지도 않다. 좋은 글감이 떠올랐는데 회사 일을 하거나 다른 긴급한 일을 하고 있어 미처 글이나 메모로 남겨두지 못하면 그 글감은 휘발되어 날아간다. 하나의 좋은 글감이 날아가면 다른 좋은 글감이 언젠가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그런 좋은 글감이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운명의 사랑이 지나가도 또 다른 운명의 사랑이 찾아오지만, 그런 운명이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오늘 아침에는 바로 떠오르는 글감이 없어, 나의 첫 출간 책의 초고로 쓴 인생 에세이 사랑 에세이 브런치북 『다함스토리』를 책 출간 용으로 만져 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브런치에서 썼듯이 더 이상 브런치북 『다함스토리』를 고치지는 않기로 했다. 브런치북을 hwp 문서로 가져와서 만지기로 했다.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있지만 더 이상 고치기가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하나의 글이 너무 긴 글들이 있다. 긴 글은 여러 개로 쪼갤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글 서시 『나의 마음에 어느 고을엔』을 hwp 문서로 가져와 보니 10포인트로 A4 8페이지가 나왔다. 글 하나의 호흡을 A4 한 장에서 두 장 사이로 끊어야 한다.


호흡을 끊고 불필요한 단어와 문장을 압축하다 보니 이것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글을 쓴다면 애초에 그렇게 쓰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런데 새롭게 쓰는 것보다 고치는 게 더 어렵다. 고치는 일은 그 분야에 전문가가 있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나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각종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에도 응모하고, 내 첫 번째 책을 출간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 출간 프로젝트에 당선이 되지 않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은, 아직 나의 글이 그만큼 여물고 익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에 국비지원으로 출판 편집디자인 과정을 배워서 책 디자인하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회사 다니면서 퇴근 후와 주말에 투잡으로 1인 출판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해 본다. 내 책과 내 이웃의 책을 내는 1인 출판사를 만들어 볼까 생각해 본다. 회사는 더도 덜도 말고 딱 3년만 다니고 말이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1인 출판사 발행인 에디터 북디자이너 등의 역할도 내가 해야 하나 그 생각까지 하고 있다. 작가로서의 한 가지 길을 결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여러 길을 열어 놓고 있다. PLAN A, PLAN B, PLAN C 등등등 말이다.


일단 오늘 아침에는 브런치북 『다함스토리』를 에디트 해 보려다가 포기했다. 일단 포기하고 브런치 응모전 당선이나 출판사나 에디터의 연락을 기다리며 브런치에 글을 계속 쌓아갈지, 아니면 마음먹고 한 번 대대적인 에디팅을 해볼까 고민을 해본다. 이런 고민에는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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