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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un 07. 2021

자주 다니지는 못하는 최애카페의 변천사

나의 최애카페는 스타벅스였다. 현재 최애카페는 폴바셋이다. 최애카페라는 것이 자주 다니는 카페라는 것은 아니다. 가고 싶은 카페라는 것이지, 가는 카페 또는 갈 수 있는 카페는 아니다. 최애카페를 자주 가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돈이 없다.


총각 때야 돈이 없어도 시내에 나갔을 때 스타벅스가 보이면 들어가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나는 카페에서 다른 음료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마시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더울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추울 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결혼 전에도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밖에 나갔다 카페가 땡기면 스타벅스에 갔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엔제리너스 파스쿠찌도 나쁘지 않았지만, 나는 스타벅스를 사랑했고 스타벅스를 다녔다. 물론,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 있을 때만 갔다.


결혼 후에는 아내와 아메리카노가 2000원 하는 수원시에만 여러 지점이 있는 동네 프랜차이즈 '뜰'에 다녔다. 집에서 가깝고 분위기가 좋은 아메리카노가 2500원인 동네카페 '마실'에도 다녔다. 여전히 스타벅스를 사랑했고, 스타벅스가 최애카페였지만, 누가 카톡 모바일 쿠폰을 주지 않는 이상,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갈 수 없었다.


우리는 부모님께 용돈 타서 살면서 동네카페라도 자주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카페 쿠폰을 선물로 받으시면, 우리 부부에게 선물해 주셨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선물로 받으신 폴바셋 쿠폰을 보내주셨다. '룽고'라는 커피와 '나타'라는 에그타르트 세트였다. 내 지인 중 한 명이 위례에서 꽃집을 하는데, 바로 옆에 스타필드시티가 있고, 그 안에 폴바셋이 있다. 아내 에미마에게 꽃도 사줄 겸, 아내와 카페에서 데이트를 할 겸, 지인의 꽃집에서 꽃도 팔아줄 겸, 겸사겸사 아내 에미마와 함께 갔다.


폴바셋에도 아메리카노가 있지만, '룽고'가 폴바셋의 시그니처 아메리카노이다. 폴바셋에 간다면 아메리카노 대신 '룽고'를 마셔야 한다. 난 원래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카페마다의 커피 맛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폴바셋 '룽고'는 풍미가 좋았다. 에그타르트인 '나타'도 맛있다. 나중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폴바셋에서 '룽고'를 마시고 '나타'를 먹으면서 글을 쓰고 싶다. 우리 동네 화서역에 스타필드가 들어오는데, 폴바셋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지금도 집에서 버스 타고 세 정거장이면 가는 수원역에도 AK몰과 롯데몰에 폴바셋이 있기는 하다. 버스 타고 수원역에 가는 시간이나, 걸어서 화서역에 가는 시간이나, 큰 차이는 없다. 우리 집은 수원역과 화서역 사이에서 화서역에 가깝지만, 수원역은 버스 타고 가고 화서역은 걸어서 가기 때문에, 실제 체감하는 거리는 큰 차이가 없다. 화서역은 버스비가 안 들어 좋고, 수원역은 걷지 않고 집 앞에서 버스 타면 바로 갈 수 있어 좋다.


아내와 처음 폴바셋에 간 그날 이후 나의 최애카페는 스타벅스에서 폴바셋이 되었다.

최애카페라는 것이지, 다니고 싶은 카페라는 것이지, 지금 다니는 카페는 아니다. 내가 지금 다니는 카페가 있다면 아메리카노 2000원 하는 우리동네 프랜차이즈 '뜰'이나, 저가형 프랜차이즈 '메가커피'이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사치라 여겨 다른 대안으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맥심 카누를 이용하고 있다. 아내 엠마가 임신하여 커피를 마시지 않고, 카페 다니기에 거동이 불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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