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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ul 14. 2021

글쓰기의 슬럼프에 어쩌다 글을 쓴다

올해 1월 말부터 본의 아니게 회사에 취업하여 다니게 되었다. 처음 한동안은 좋았다. 회사 일도 즐겁게 하고, 출퇴근 길에서 글도 브런치 앱으로 평소보다 더 열심히 썼다. 그러다, 회사 일보다 글쓰기에 더 마음과 에너지가 가게 되었고, 회사 일에 대한 슬럼프가 오게 되었다. 회사에서 벗어나 글만 쓰고 살고 싶었고, 그래서 새벽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 글을 썼고, 오가는 전철 안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늦게 까지 글을 쓰고, 늦게 취침을 하기도 했다.


나름 근거는 있었지만, 내가 좀 오해한 부분이 있었고, 글쓰기에 대한 욕구는 더 커 갔고, 회사에 대한 마음은 떠나고, 회사 일에 대한 슬럼프가 왔다.


그러다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오랜 기간 조울증으로 아파왔기 때문에, 나는 취직하여 회사원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직장을 가지고 돈을 벌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는 않았다. 직장을 가지고 돈을 벌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이나 주변에 도움을 받으며 살 수도 있었다. 그게 내가 게을러서만 그런 것은 아니고, 21살 때 조울증이 시작하여 오랜 기간 조울증 안에서 방황하느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직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직장생활을 안 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한 것 또한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으로는 현실과 현재 보다 꿈과 이상과 미래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번 후에, 그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버는 것은, 생리적인 기본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극소수를 빼고는, 자아실현 등 보다 먼저 직장에 취업하여 돈을 버는 게 먼저이다. 나는 그것을 무시했던 것이 아니라, 내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회사에 다니며 돈을 버는 게 좋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 내가 하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일하는 시간과 에너지 때문에 빼앗겨야 한다는 게 슬펐다. 현실에 대한 나의 오해가 그 슬픔을 더 슬프게 받아들이게 했다.


그래서 빨리 글을 써서 회사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며, 회사 일을 하는 게, 그렇게 불행하지 않았다. 내가 회사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의미가 없는 존재도 아니고 말이다. 아직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일단 월급을 받는 삶이 나와 아내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고 말이다.


그러고 먹고사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글에 미쳐서 글쓰기에 쏟았던 에너지와 마음이 빠졌다. 한동안은 글을 전혀 쓰지 못했다. 윌라X브런치 오디오북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예전에 써 놓았던 브런치 글들을, 다시 다듬어 재발행하면서 새 글을 발행하기는 했지만, 옛날에 이미 써 놓았던 일을 보완하는 것뿐이었다. 처음 응모를 계획할 때는, 미리미리 준비되어 완성된 작품을 내놓으려고 했지만, 응모를 앞두고는 사실 완성이 되지는 않았는데, 억지로 완성을 시키고 브런치북으로 발행하여 응모하였다. 이번에 윌라 오디오북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이를 통하여 출간 제안이 오기를 바라지만, 아직 그럴만한 글로 여물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나의 글이 충분히 여물지는 못했지만, 나의 가능성을 보고 나를 선택해 주는 출판사와 에디터와 플랫폼이 있기를 바란다.


지금 나의 우선순위 1순위는 직장이다. 물론 근무시간 내에서만 말이다. 우리 회사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야근이 없는 회사이지만, 아는 더더욱 땡 치면 정시퇴근하려는 주의가 되었다. 대신 근무시간에 내게 주어진 일을 하고, 꼭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면 어쩌다 한 번은 마치고 퇴근하기도 한다. 2순위는 쉬는 시간이다. 최근에는 지하철을 타고 회사를 오가면서, 글을 쓰기보다 유튜브를 보거나, 밀리의 서재를 통해 eBook을 읽거나, 인터넷 서핑을 한다. 그리고 3순위가 글쓰기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지만, 0순위는 아내와 아기이지만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고, 또 쉬어야 하기도 하고, 또 글도 써야 하기 때문에, 아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시간을 함께 해주지는 못하지만, 아내가 필요할 때는 먼저 아내에게 가려고 한다.


빨리 글 쓰는 게 일이 되는 작가가 되고 싶지만, 그날이 언제 올진 모른다. 지금 현재는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놀면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 글을 조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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