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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ul 24. 2021

글 쓰며살고 싶은데, 글쓰기 동력을 상실하였을 때

나의 꿈은 아내 에미마와 9월에 태어날 아기와 집에서 함께 지내며, 집에서 글 쓰는 전업작가로서 사는 것이다. 올해 1월 더 이상 구직 활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작년에 국비지원으로 배운 출판편집디자인 기술을 가지고 내 책을 출간하는 1인 출판사를 창업하려고 했다. 그러던 차 동생 회사에 나와 일하라는 제안을 받아, 본의 아니게 취업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순수한 목적으로 동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무도 나를 부르는 사람이 없을 때, 나에게 와서 일하라고 불러 준 동생이 고마워, 동생 사업을 돕는 마음으로 갔다. 


가서 일을 하다 보니, 동생을 돕는 것이 아닌, 동생 회사의 직원이 되었다. 월급을 받는 것은 좋았고, 대신 하루 8시간 주 5일 40시간 글 쓰고 생각하는 시간을 하지 않고, 회사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은 힘들었다. 글쓰기의 갈증이 심해지면서, 근무시간에는 회사 일을 하고, 그 외에 모든 시간에는 글을 썼다. 낮에는 회사에 다니며, 밤에는 글을 썼는데, 나는 불행했다. 더 이상 돈 벌지 않고 하루 종일 글만 쓸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평생 회사에 다니며 돈 벌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돈을 사랑한다.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영혼을 팔고 싶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일단 가정생활이 되는 정도를 바란다. 물론 내 생각에 글 쓰는 작가로서 한 방 터지면, 보통 회사원보다는 소득이 많아질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 다니는 것은 불행해졌다. 어쩔 수 없이 다녔다. 회사 일 외에 모든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 날 행복하게 한 게 아니라 더 파괴했다. 글을 쓰는 대신 회사를 다녀도 불행했고, 회사 다니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에 글을 쓰기 위해, 나와 아내와 뱃속의 아가의 생활비를 위해, 낮에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불행했다.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낮에는 회사에 가고, 밤에는 글을 쓰다가, 나는 한계에 부딪혔다. 회사에 다니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더 이상 회사에 다니며, 내가 글을 쓰고, 글감을 찾고, 생각을 하고, 하는 나의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불행하지 만은 않다. 회사 다니는 게 썩 즐겁지도 않지만, 불행하지도 않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호구지책을 해결하고 경제생활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글을 쓰는 것도 그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어서 만은 아니다. 다른데 에너지를 최소한 쓰고, 모든 에너지를 글쓰기에 몰아주면, 회사에서 월급 받는 것보다는 더 좋은 경제생활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어서이다. 그렇지만, 마흔두 살의 나이가 언제 올지 올지 안 올지 확신도 없는 앞날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 오늘의 월급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일을 나의 일로 받아들이고 나서, 회사 다니는 게 행복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게 되었다. 대신에 글을 못 쓰게 되었다. 글을 못 썼는 것인지, 안 쓴 것인지 모른다. 글 써서 한 방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서 회사를 떠나 집에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회사 근무시간 외에 모든 시간은 글을 썼다. 행복했지만, 그때 나는 신경이 날카로웠다. 건드리면 터졌다. 나의 모든 신경이 글 쓰고 생각하는데 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회사 끝나면, 유튜브 보고, 인터넷 하고, 넷플릭스 보고, 그렇게 산다. 회사 일을 받아들이고, 글쓰기에 대한 에너지를 잃고 나서, 그렇다고 뱃속에 아기를 품고 있는 아내에게 더 가정적 이어진 것은 아니다. 그냥 회사 퇴근 시간 외에 모든 시간에는 그냥 논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인터넷에 중독되어 산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글을 쓰고 싶다. 다만, 지금은 글이 써지지 않는다. 글이 써지지 않는 시기를 버티면, 또 글이 미친 듯이 써지는 시기가 오겠지 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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