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카카오 계정을 해킹당했다. 물질적인 손해까지 당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고, 나의 신용도가 깎이고 명예가 훼손되었다.
아내 병원에 동행하느라 오전 반차를 쓰고, 오후에 출근을 했다.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지점을 둘러보고 청소하고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사려고 일하는 사무실 밖에 나왔다. 두 지점을 돌아보고, 종량제 봉투를 사기 위해 마트로 향하던 길이었다.
카톡인지 메시지 하나가 왔다. 누가 카카오 계정 로그인을 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아니었다. 누군가 타인이 내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을 한 것이다. 내가 모든 계정의 비밀번호를 동일하게 쓰지만, 카카오 계정을 타인과 공유한 적도 없었다. 좀 이상했지만 나는 바로 비밀번호를 바꾸지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종량제 봉투를 사고 바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노트북으로 카카오톡에 로그인하는데, 그새 비밀번호가 바뀌어 버렸다. 이 새끼가 비밀번호를 바꾸어 버렸다. 물론 해결책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본인 인증하고 비밀번호만 바꾸어 버리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새끼가 내 아이디를 가지고 무슨 짓을 했고, 내가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간만에 다음에 로그인을 했다. 비밀번호를 바꾸고 바꾼 비밀번호로 로그인을 했는데, 블락이 걸려 있었다. 다음 카카오 알고리즘이 아이디 도용을 캐치하고 나의 계정을 보호조치를 해놓았다. 보호조치를 풀고 다음 메일에 들어가 보니, 내가 가입되어 있던 다음 카페로부터 내가 하지 않은 게시글이 삭제되었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두 개의 카페로부터 도용당한 내 아이디로 삭제 경고를 받았고, 다른 한 카페에서는 게시글 경고는 받지 않았는데, 회원 활동 정지를 먹었다. 물론 내가 카카오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은 아니다. 게시글 삭제 통보를 받은 것이다. 카카오 알고리즘은 내가 한 짓이 아니라, 도용당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새끼가 무슨 글을 썼는지는 모른다. 다만 제목은 알고, 제목을 통해 그 내용이 훤히 보일 뿐이다.
(✦침대에서✦끼부리는✦누나✪ HGuK)
이 새끼가 싸질른 글의 제목이다. 물론 세 카페 모두가 내가 가입만 하고 활동을 안 하던 카페이다. 이용자 보호 조치를 받은 두 개의 카페 중 하나는 내가 혐오하는 인간들의 카페다. 동의해서 들어간 게 아니라, 저 인간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무슨 작당을 하나 궁금해 가입한 카페이다. 또 하나는 아내 에미마를 만나기 전 나의 여신이었던 한효주의 팬카페였다. 물론 가입만 했지 아무 활동도 하지 않았다. 활동정지를 먹은 카페는 내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게 되고 롤모델로 삼는 어느 작가님의 카페였다. 여기도 가입 후 활동은 하지 않았다. 많은 카페에 가입하지 않아 더 많은 피해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이 새끼가 브런치나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는 건드리지 않은 것 같다.
일단 내가 주로 사용하는 주요 계정의 비밀번호는 기존에 내가 쓰던 비밀번호 구조와 전혀 다른 비밀번호를 썼다. 그리고 계정마다 비밀번호를 달리했다. 물론 내 노트북에 바이러스나 악성코드가 깔려 있다면, 또 이런 경우를 격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쓰는 클라우드의 엑셀 문서에 계정 별로 비밀번호를 적어 놓았다.
이 새끼를 신고하고 카카오에 피해사항을 알릴 수도 없는 게, 내가 물질적으로 피해본 것도 없고, 조치를 취한다고 회복되거나 얻을 것도 없고, 결정적인 것은 카카오에 신고하고 조치를 취하면 최소 일주일 이상 카카오톡과 브런치를 포함해 모든 카카오 서비스를 정지당해야 한다.
그리고 싸워서 얻을 게 없다면 괴물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게 내 철학이다.
가입한 다음 카페 전부로부터 탈퇴했고, 내가 만들었던 나 홀로 회원인 카페도 폐쇄조치했다. 어차피 가입만 하고 전혀 활동 안 했고, 앞으로도 활동할 계획이 없는 카페였다. 그 카페들에서 날 아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악마 새끼 때문에 내 닉네임의 명예만 실추되었다. 아마도 그 닉네임이란 게, '다함' 내지는 'DAHAM'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새끼가 더러운 글을 내 명의로 싸지른 카페에는, 날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없고, 가입인사 외에는 아무 활동도 하지 않았다.
금전상의 손해는 없지만, 그냥 스트레스받고 끝난 정도는 아니다. 비밀번호를 다 바꾸어야 했고, 스마트폰에 깔린 카카오톡도 지우고 다시 깔았고, 카카오톡에 다시 로그인했더니, 스마트폰 카카오톡에 있는 상당한 메시지들이 사라진 것 같다.
한 때 나의 여신이었던 여배우의 카페를 탈퇴했고, 최근 내가 멘토로 생각하는 작가님의 카페로부터 활동정지 먹고 나 스스로 탈퇴했고, 저 사람들 정체가 뭔가 궁금해 가입해서 지켜보던 카페도 탈퇴했고, 그리고 이번 사건과는 아무 상관없지만 한 때 좋아했던 공동체였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져 손절하고 더 이상 교류하지 않는 카페에서도 탈퇴했다.
돈을 잃거나,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된 것은 아닌데, 늦은 오후부터 남은 하루 종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내 잘못은 아니고 그 새끼 잘못이지만, 책임은 내 책임이다. 나쁜 놈이 나쁜 짓 하는 것을 어떻게 책임을 물릴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나에게부터 시작했는데, 가장 큰 실수는 내가 아닌 누가 내 계정으로 비정상적인 접근을 했다는 톡을 바로 확인했는데도 그냥 두었다. 도둑이 내 집에 들어왔다고 알림이 왔는데, 도둑 아니면 들어올 사람이 없는데, 그동안 도둑에 집이 털린 적이 없어서 그냥 둔 것이다. 바로 비밀번호만 바꾸어 버리면 되는데, 가만 놔 두었더니 이 새끼가 비밀번호를 바꾸어 버렸다. 물론, 요즘에는 제대로 생긴 사이트라면 다 본인인증이 돼서 스마트폰 인증으로 바로 비밀번호 변경이 가능하다. 가입할 때 적어둔 과거 전화번호를 잃어버려도, 지금 내 명의로 된 폰 번호만 알면, 바로 비밀번호 변경이 가능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나의 실수는, 누가 알겠어하고 모든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같은 번호로 썼다. 그리고 비밀번호도 가능한 바꾸지 않고 썼다. 귀차니즘이라기 보다도, 비밀번호가 너무 많아서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오늘을 계기로 모든 계정에 전혀 다른 비밀번호를 쓰기로 했다. 비밀번호 기억은 클라우드 엑셀 파일에 적어 두기로 했다.
내가 아이디 비밀번호를 도용당해서, 이 정도 데미지를 입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